파일럿 프로그램 시청률 3∼4% 수준…영화 관객수도 3분의 1 토막
#어딜 봐도 ‘트로트’
‘나훈아 신드롬’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가 출연한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의 공연 준비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의 시청률도 18%가 넘었다. 나훈아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는 정치권에서도 정쟁의 도구로 쓰이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관련기사 추석 트롯대전, ‘무대 위’ 나훈아·임영웅 ‘무대 뒤’ 김호중 모두 한가위 같았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미스터트롯’ 출연진을 비롯해 남진, 송대관, 현철, 태진아, 김연자, 하춘화 등 대한민국 트롯을 이끌어온 이들을 망라한 ‘2020 트롯 어워즈’를 선보였다. 사진=TV조선 ‘2020 트롯 어워즈’ 방송 화면 캡처
대한민국에 트로트 열풍을 몰고 온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미스터트롯’ 출연진을 비롯해 남진, 송대관, 현철, 태진아, 김연자, 하춘화 등 대한민국 트로트를 이끌어온 이들을 망라한 ‘2020 트롯 어워즈’를 선보였다. 트로트라는 주제 하나로 열린 첫 대형 시상식이었던 터라 반향은 컸다. ‘엘레지의 여왕’이라 불리는 이미자가 대상을 받고, 임영웅이 6관왕을 품에 안은 ‘2020 트롯 어워즈’의 시청률은 22.4%였다. 나훈아라는 거대한 경쟁 상대를 만나 화제성에서 다소 밀렸지만, 명절의 트로트 열기를 이어가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 외에도 SBS는 ‘트롯신이 떴다2-라스트 찬스’로 맞불을 놓았고, 얼마 전 18%가 넘는 시청률로 ‘보이스트롯’의 대장정을 마친 MBN은 ‘추석특집 보이스트롯’을 2부작으로 편성해 재미를 봤다. JTBC ‘히든싱어’의 원조 가수는 설운도였고, MBC는 ‘트로트의 민족’을 선공개하며 트로트 분위기에 올라탔다.
#그 많던 ‘파일럿’은 다 어디로 갔나
명절이 되면 각 방송사들은 앞 다투어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놨다. 1∼2부작으로 만들어 대중의 반응을 살핀 후 그 결과에 따라 정규 편성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하지만 올해는 새롭게 론칭되는 파일럿 프로그램 편수가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방송사들의 재정 상황이 열악해진 터라 새 판을 짜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도 신규 프로그램은 있었다. 2016년 첫 선을 보인 후 4년간 명맥을 이어오며 명절마다 어김없이 돌아온 MBC ‘아이돌 육상선수권 대회’는 ‘아이돌 e스포츠 선수권대회’와 ‘아이돌 멍멍 선수권대회’로 변주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이돌들이 한데 모여 운동 경기를 치르고 팬들이 모이는 응원전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청률은 2∼3%대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접촉을 최소화한 ‘비대면’ 프로그램도 잇따라 시청자들과 만났다. KBS는 각 지역의 특산물을 온라인을 통해 홍보하는 ‘랜선장터-보는 날이 장날’을 선보였고, SBS는 출연진들이 서로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노래를 부른 이들을 추리해 맞히는 ‘방콕떼창단’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시청률은 3∼4% 수준이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파일럿 프로그램임을 고려할 때 저조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트로트를 앞세운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터라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의 여파도 있지만, 트로트가 워낙 강하게 유행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예능은 대중에게 어필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배우 하지원 성동일이 주연을 맡은 ‘담보’가 추석 연휴 닷새간 75만여 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사진=영화 ‘담보’ 홍보 스틸 컷
#‘3분의 1’ 토막 난 극장가
코로나19의 여파를 가장 크게 느낀 곳 중 하나는 극장이었다. 연휴가 긴 명절은 통상 ‘극장가 대목’으로 분류돼 유명 스타와 감독들이 참여한 영화들이 어깨를 견준다. 하지만 올해는 배우 송중기가 출연한 ‘승리호’를 비롯해 당초 개봉이 예상됐던 대작들이 일제히 개봉을 미뤄 김이 빠졌다.
그 자리는 중소 영화들이 채웠다. 배우 하지원 성동일이 주연을 맡은 ‘담보’가 추석 연휴 닷새간 75만여 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곽도원이 출연한 ‘국제수사’가 그 뒤를 이었고, 외화인 ‘그린랜드’와 ‘테넷’이 각각 3, 4위였다. 이 외에도 이정현 주연작인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과 장혁의 액션이 돋보이는 ‘검객’ 등이 10위권에 들었다.
하지만 파이의 크기가 크게 줄어들었다. 연휴 기간 이들 영화가 모은 총 관객은 180만 명 수준이다. 지난해 추석 때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극장을 찾은 것을 고려하면 흥행 규모가 ‘3분의 1 토막’ 난 셈이다.
이번 명절 때 신작을 극장에 건 제작사 대표는 “개봉 편수만 따져봤을 때, 올해 추석이 예년에 비해 신작이 적은 것은 아니다”면서 “결국 관객들을 유인하는 대작 영화가 자취를 감췄고,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에 가기를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영화 산업이 크게 위축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이런 업계 상황 역시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