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태극전사 너무 잘해도 걱정”
#SBS의 선제공격
SBS는 11일부터 남아공월드컵 중심으로 판을 새로 짰다. 케이블 채널인 SBS스포츠와 함께 64개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여기에 각종 특집 방송과 재방송까지 합치면 월드컵 기간 동안 SBS는 스포츠 채널로 변모하는 셈이다. SBS는 월드컵 중계를 위해 주요 프로그램의 시간대를 모두 조정했다. 예선전은 한국 시간으로 밤 8시30분과 새벽 3시에 각각 열린다. 8시30분은 <8뉴스>가 방송되는 프라임 시간대다. 때문에 <8뉴스>는 한 시간 앞당겨 방송된다.
또한 밤 11시에도 같은 B조 경기를 비롯해 일본과 북한의 경기 등이 예정돼 있어 <자이언트> <나쁜 남자> <커피 하우스> 등 인기 드라마들도 대부분 결방될 예정이다.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경우 4주 결방이 불가피한 상황. SBS 관계자는 “편성은 유동적이다. 돌발 변수가 있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월드컵을 즐기는 시청자들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고 밝혔다.
23일부터는 다른 양상이 전개된다. 22일 경기를 끝으로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되고 본격적인 토너먼트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만약 16강에 진출할 경우 월드컵 열기는 최고조로 치솟을 것이다. 반면 예선에서 탈락할 경우 월드컵의 열기가 급속도로 식을 공산이 크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소외된 MBC와 KBS가 정규 프로그램 홍보에 집중한다면, 16강 탈락 이후 월드컵은 ‘그들만의 잔치’로 변모할 것이다.
#MBC·KBS의 반격
중계권이 없는 MBC와 KBS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한국의 예선 두 경기가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된다는 것이 이들에게는 악재다. KBS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 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며 “고민은 하고 있지만 콘텐츠 자체가 없는데 마땅한 대안이 있을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KBS는 현재 전체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를 한국-그리스전이 열리는 12일 2회 연속 편성하는 것도 고려했다. 주부층의 확고한 지지를 얻고 있어 ‘해볼 만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13일 방송 예정인 마지막 회를 미리 소진하게 돼 13일 편성에 문제가 생겨 결국 정상 편성을 고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KBS는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 팀이 남아공을 찾는다. 매번 월드컵 때마다 예능을 주도했던 개그맨 이경규가 버티고 있어 힘이 난다. 하지만 KBS가 월드컵 경기 장면을 보여줄 수 있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국가대표 김남일 선수의 아내인 김보민 아나운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KBS의 위안거리다. 김보민 아나운서는 월드컵 기간 <스포츠 타임>을 통해 김남일을 비롯한 대표팀의 이야기를 전달해 차별화를 꾀할 계획이다.
MBC는 KBS에 비해 더욱 콘텐츠가 부족하다. 6주간의 장기 파업으로 별다른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아직 파업의 여파가 남아 있고 최근 파업을 주도한 이들에게 해고 등 중징계를 내리며 노사가 극렬히 대치하고 있다. MBC의 관계자는 “MBC 내부에서는 월드컵의 열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평소 임무에 집중하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MBC는 주변인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남아있는 불씨
남아공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지상파 3사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MBC와 KBS가 남아공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가진 SBS를 형사 고소했기 때문이다.
KBS는 지난달 27일 SBS 윤세영 회장을 비롯해 임직원 8명에 대해 사기와 업무방해, 입찰방해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다음 날 MBC 역시 같은 이유로 윤세영 회장과 안국정 전 SBS 대표이사 등 6명을 고소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장호중)는 8일 MBC와 KBS 관계자를 소환해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다. 고소인과 참고인 조사가 끝난 후에는 피고소인인 SBS도 소환할 방침이다. SBS 관계자는 “검찰이 소환한다면 당연히 응할 것이다. 현재는 월드컵을 무사히 치르는 데 모든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MBC와 KBS는 SBS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추가로 제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MBC의 한 관계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해결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3사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