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따지고 보면 강경화 장관 남편 문제나 이낙연 대표의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 문제는 특혜와 관련된 것도 아니고 합법 혹은 불법과 관련된 문제도 아니다. 더구나 강경화 장관의 경우, 자신의 문제가 아닌 배우자에게서 비롯된 문제다. 연좌제도 폐지된 상황에서, 불법을 자행한 것도 아니고 특혜를 받은 것도 아닌 배우자의 행동 때문에 비난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
즉, 코로나19 시국에 외국 여행을 간다거나, 묘소를 참배하는 행위는 분명 개인적 자유 의지에 관련한 영역이지, 법적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 의지에 좀 더 비중을 두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 문제는 크게 부각될 사안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평등과 공정’을 강조하는 정부와 여당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평등과 공정’을 강조하다가, 자신들이 원할 때는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는 것이 흥미로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자유주의적 행위에 대한 문제는 보수 쪽과 관련된 사안이어야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그런데 평등과 공정을 주장하는 진보 쪽에서 개인의 자결권, 개인의 자유 의지와 관련된 문제가 불거졌으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적지 않은 수의 국민들은 현 정권 들어와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며, 정권 관계자들이 외치는 평등과 공정에 대해 적지 않은 의구심을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요새 세간의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 ‘내로남불’이라는 용어만 봐도 그런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현 정권 관련자들과 관련돼 제기되는 의혹들을 보면서 정권이 외치는 공평에 대한 일종의 피해 의식을 가지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러던 차에 이번 문제가 불거졌으니, 국민들의 관심은 더욱 그리로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문제가 이 정도로 크게 불거지게 된 것은 현 정권의 자업자득이자, 그동안 현 정권 출범 이후 제기돼 온 공정과 평등의 문제에 대한 누적된 의구심의 결과라는 말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공평의 문제가 합법·불법 여부와는 무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불법적 행위가 아니더라도 공평에 관한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는 성립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공평의 문제와 관련해 실망감을 가진 국민들을 달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현 정권 측 인사들은 합법 여부에만 초점을 맞춘다. 아마도 막상 국민들을 설득을 하려니 할 말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현명한 입장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자꾸 사족을 달며 국민들을 설득하려고 하는 행위는 현명한 처사라고 볼 수 없다. 우리나라처럼 높은 수준의 민도를 가진 국민들은 정부의 그런 설득에 넘어가기 힘들다는 것을 정권 측은 아는지 모르겠다. 이번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보면, 역설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참 훌륭한 국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요구가 합리적이라 생각하면 스스로 이런 정부의 요구를 잘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공평의 역행’에 대한 분노를 통해 역설적으로 증명하기 때문이다. 마스크 쓰라면 쓰고 외국 여행 자제하라면 신혼여행까지 포기하는 국민은 세계에서 흔하지 않다. 이만큼 우리 국민들은 훌륭한데 정권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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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