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 처분에도 시작과 동시 ‘추미애 국감’…서욱·강경화·김현미·박능후도 거센 공격 예고
9월 2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박은숙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은 수사를 담당한 서울동부지검이 9월 28일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리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국감 첫날인 10월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감부터 ‘추미애 국감’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 아들 서 아무개 씨 등 20여 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민주당은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모두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검찰 수사 결과와 별개로 추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보좌관에게 부대 관계자와 연락을 취하라 한 적 없다’는 답변의 거짓말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추 장관이 국회에서 보좌관이 전화를 했는지에 대해 27차례 거짓말을 했지만, 본인이 강력히 주장해 입증하지 못했다”며 “장관의 도덕성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증인을 아무도 채택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행정부 통제라는 국회의 본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고발인인 국민의힘이 항고한다고 해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이다. 법사위에서 수사 중 사건의 증인을 채택한 전례가 없다”며 “국정감사는 국정에 대해 검증하는 것이지, 장관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추 장관 아들 관련 논쟁은 법사위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번 국감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곳 중 하나는 국방위원회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과 서 씨 등 10명의 증인을 신청했으나, 민주당이 모두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간사에서 사퇴하며 강력 반발했고, 일단 국방위 국감은 증인과 참고인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증인채택 갈등은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도 벌어졌다. 복지위 증인으로 채택된 추 장관 아들의 무릎수술 집도의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 A 씨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자,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A 씨에 동행명령서를 발부해달라고 요구했다.
장관으로 첫 국감을 받는 서욱 국방부 장관은 실종 공무원 이 아무개 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인해 집중 공격을 받을 전망이다. 서욱 장관은 10월 7일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위 국감에서 북한군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둘러싸고 남북 사이 주장이 일부 엇갈리는 것에 대해 “현재까지는 (우리 측) 정황이 맞다고 판단한다”며 “북한의 행위는 분명히 잘못됐고,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공동조사 진상규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실종 당일에는 “‘월북 가능성이 낮다, 없다’ 보고를 받고 그때는 통신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다음 날인 9월 22일 첩보를 통해 이 씨가 북측에서 발견된 정황을 처음 인지했다. 이후 다양한 첩보를 분석한 결과, 자진 월북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있어 24일에 국방부가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방부의 오판으로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한 이 씨 유가족은 ‘이 씨가 월북 시도를 했다’는 해양경찰청과 군 발표에 강하게 반발하며, 친형 이래진 씨가 국감 증인으로 서겠다고 자청해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10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강 장관은 업무보고 전 남편 이일병 명예교수의 미국행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국감 직전 알려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배우자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행도 강 장관 국감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일병 명예교수는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으로 외교부가 해외여행 자제 권고를 하고 있음에도 10월 3일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이 명예교수는 은퇴 후 생애 마지막 꿈이라며 미국 뉴욕에서 요트를 구입, 미국 동부 연안과 카리브해 등을 방문하는 ‘요트 여행’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이어지자 강경화 장관은 앞서 언론에 “송구하다” “마음이 복잡하다”고 밝혔다. 이어 10월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기 전 “국민께서 코로나19로 해외여행과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가운데 제 남편이 해외 출국을 했다”며 “경위를 떠나 매우 송구스럽다”고 재차 사과했다. 또한 “많은 의원의 질의와 질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성실하고 성의 있게 답변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각종 부동산 정책 평가와 ‘집값 안정’에 대한 거센 질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10월 7일 예정됐던 국토교통부 국감은 김현미 장관이 쿠웨이트 국왕 조문사절단장으로 파견되면서 10월 16일로 연기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촉발된 전국의사총파업 등을 두고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번 국감에서의 논쟁을 두고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정부의 정책과 운영에 대한 정당한 문제지적과 증인 요청은 받아들일 수 있다”며 “하지만 추 장관을 둘러싼 의혹 등은 검찰 수사로 논란이 마무리됐다. 국민의힘에서는 모든 이목이 집중된 국감 자리에서 정치 쟁점화시키기 위해 무리한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1차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허위와 폭로로 얼룩진 막장 국감이나 무차별적인 정치공세에 매몰된 정쟁 국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국정감사 사전대책회의를 열고 “우리 당이 채택을 요구하는 증인을 반드시 채택해서 제대로 된 국감, 제대로 역할을 하는 국회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