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 윤 총장 “추가 조사 필요” 의견 무시돼…2013년 대선 댓글 개입 사건 국감 때처럼 할 가능성
2013년 10월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작심한 듯 ‘폭탄 발언’을 쏟아낼 당시 모습.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대선 댓글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됐다가 상부와의 갈등으로 직무에서 배제되기까지 과정에 대해 모두 작심하고 털어놓았다. 사진=임준선 기자
하지만 불기소 처분을 놓고 서울동부지검 수사팀과 대검찰청 간 이견이 있었던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검찰청에서는 “불기소 처분하겠다”는 동부지검 의견에 추가로 더 수사할 것을 제안했지만, 수사팀이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 보고를 직접 챙기지는 않으면서도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맥락으로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회 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이제 법조계는 윤석열 총장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법무부는 10월 12일,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야권 대선후보 1위로 떠오른 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는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윤석열 총장이 작심 발언을 쏟아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폭풍전야 분위기다. 과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대선 댓글개입 사건 때도 국감에서 작심 발언을 한 적이 있는 윤 총장이기에 법조계는 ‘공개석상’인 국감에 모습을 드러낼 윤 총장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불기소 처분 바라보는 법조계 시선
고발 7개월여 만에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착수했던 서울동부지검의 깜짝 수사 결과 발표는 법조계 예상대로였다. 추 장관 아들 서 씨가 2017년 6월 5일부터 27일까지 두 차례 병가와 한 차례의 개인 연가를 쓰는 과정은 휴가 승인권자인 카투사 지역대장의 구두승인을 받았고, 추 장관 지시로 군부대에 서 씨 휴가를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보좌관은 단순 문의만 했기 때문에 청탁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부분에 해당하지 않은 것은 ‘보좌진이 단순히 병가 연장 요건 등을 문의하고, 원칙적인 절차를 안내받은 것일 뿐’이라는 판단이었다. 추 장관은 서면으로만 조사한 채, 아들 그리고 추 장관과 보좌진 모두 불기소 처분(혐의없음) 했다.
하지만 법조계 시선은 곱지 않다. ‘봐주기’ 수사로 볼 여지가 많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추 장관 아들 휴가 진행 과정의 예외성 여부 △추미애 장관이 보좌진에게 건넨 연락처 출처 및 과정 △보좌진으로부터 이뤄진 청탁 여부 판단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결론(불기소)’을 내려놓고 수사를 시작했다는 비판이다.
특수통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 주체의 의지에 따라 엄벌도 가능하고 봐줄 수도 있는, 선례가 없는 군인 휴가 요청에 대한 청탁 여부 판단 수사 아니냐”며 “결과를 예상했던 만큼 놀라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빨리 결론을 내릴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국정감사 시즌을 앞두고 침묵하고 있는 윤석열 총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 첫 국정감사라 방역에 집중한 회의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윤석열 그리고 국정감사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대검찰청에 이를 보고한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 김덕곤)는 불기소 처분에 앞서 대검 회의에서 “더 이상 수사할 게 없다”며 결정 내릴 것을 밝혔는데 여기서도 잠시 ‘이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남관 차장검사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대검 일부 지휘부가 “수사가 미진하니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수사팀은 “사실관계는 대부분 확인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검은 수사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고, 윤석열 총장도 이를 그대로 보고 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윤 총장은 직접 지휘는 않으면서도 주변에 “휴가 연장에 필요한 명령서 같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는 게 공공연한 후문이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윤석열 총장과 이미 관계가 틀어졌다고 봐야 하지 않느냐”며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윤석열 총장이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기보다는 더 기다리기를 선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총장과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올해 벌어진 ‘검언유착’ 의혹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의견 대립을 벌인 바 있다.
그리고 법조계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침묵하고 있는 윤석열 총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10월 12일에는 법무부, 22일에는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열린다. 윤 총장이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터라 △검언유착 의혹 △윤석열 총장 측근 좌천성 인사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 수사 논란 등에 대해 윤 총장의 작심 발언 가능성이 거론된다.
7년 전인 2013년 10월,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작심한 듯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대선 댓글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됐다가 상부와의 갈등으로 직무에서 배제되기까지 과정에 대해 작심하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 후 고검 검사 등 좌천성 인사만 연달아 받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윤석열 총장이 작심하고 국정감사에서 다시 청와대·법무부·여당 등과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털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야당 역시 이번 국정감사 때 추미애 장관에 대한 공세를 집중하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윤석열 총장에게 개인적인 입장으로 허심탄회한 답변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국민의힘은 ‘검언유착’ 의혹 보도로 피의자 신분이 된 한동훈 검사장과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피의자가 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나섰고,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해서도 여러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은 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은 대정부질문 등에서 수개월 동안 정치공세를 퍼부었는데 그것도 부족해 무혐의로 끝난 상황을 국감까지 끌고 가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를 흠집내기 위한 정쟁의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국감에서 이미 불기소 처분이 난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 관련 증인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