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나보다 슬림해?” 갤럭시 “너 DMB 되니?”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아이폰 4G vs 갤럭시 S
“한 번 경험하면 다른 제품은 쳐다볼 수도 없을 것이다.”
지난 6월 8일 새벽 2시(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WWDC·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에서 아이폰 4G를 처음 공개하면서 스티븐 잡스가 한 말이다. 그만큼 자사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표현이다. 아이폰 4G는 기존 모델의 곡선형을 버리고 각진 스타일에 9.3㎜ 두께의 초슬림 디자인을 선보였다.
아이폰 4G의 가장 큰 특징은 그간 ‘소프트웨어의 강자’에서 하드웨어를 대폭 강화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화려한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이다. 올 초부터 공개되기 시작한 갤럭시 S의 사양을 견제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평이다. 중앙처리장치(CPU)는 아이패드에 장착했던 애플의 A4 프로세서(1GHz)를 탑재해 더욱 강력한 성능을 선보인다. 3.5인치(8.89㎝) 액정에 고해상도 망막 디스플레이를 장착, 해상도 960×640 수준으로 기존 아이폰 3G의 해상도(480×320)보다 높다. 카메라는 500만 화소로 기존 모델(300만 화소)보다 성능을 높였고 후면 LED 조명을 달았다. 자동초점 기능과 5배 디지털 줌 기능이 있다.
“휴대폰 20년을 총집결한 첨단 기술력으로 초고화질 초고속 초슬림 등 모든 스마트폰 사용 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폰 4G가 발표된 지 8시간 후 서울. 삼성전자 측은 서초동 본사 다목적홀에서 국내시장용 ‘갤럭시 S’(SHW-M110S)를 처음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갤럭시 S는 해외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기대되는 스마트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선주문만 100만여 대에 이를 정도다.
기대가 무색하지 않게 갤럭시 S는 공개 이후 최고 사양을 겸비한 스마트폰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갤럭시 S는 1GHz(S5PC111) 중앙처리장치를 적용해 최고 사양을 자랑한다. 높은 사양 덕분에 고화소 사진 촬영, 고사양 게임 등의 실행이 끊어짐 없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4인치(10.08㎝)로 아이폰보다 0.5인치(1.27㎝) 크다.
외형만 놓고 봤을 때는 아이폰과 갤럭시 S가 상당히 비슷하다. 갤럭시 S도 초슬림 디자인(9.9㎜)을 적용했다. 하지만 아이폰과 눈에 띄는 차이점도 상당수. 우선 갤럭시 S는 전작(갤럭시 A)과 마찬가지로 지상파DMB 기능을 갖추고 있다. 또 아이폰과 달리 배터리(1500mAh)를 갈아 끼울 수 있다는 점도 호평을 받는 부분 중 하나다. 카메라는 500만 화소로 아이폰과 동일하지만 자체발광 기술을 적용, 후면 LED 라이트가 없다.
슈퍼 AMOLED를 탑재한 갤럭시 S는 해상도가 800×480 수준으로 아이폰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필름을 덧붙이는 터치스크린이 아니라 AMOLED 패널 안에 터치센서를 직접 내장하는 온셀(On-Cell) 방식이어서 기존 옴니아 등 스마트폰용 AMOLED보다 휘도가 높아져 보다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영상통화 사진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는 물론 게임 증강현실 등에서 다양한 기능을 보다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16GB 대용량 내장 메모리, Wi-Fi(와이파이), 블루투스 3.0, 3.5파이 이어잭, 영상통화, 디빅스(DivX) 지원 등 다양한 첨단 기능을 지니고 있다.
▲ 같은 날 짜잔~ 지난 8일 오전 2시(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에서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 4’를 처음 공개했다(왼쪽). 8시간 뒤인 오전 10시 서울에선 삼성전자가 ‘갤럭시 S’ 국내 론칭 행사를 열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그렇다면 기존 모델에서 거론되던 단점들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아이폰 4G에서 개선된 부분 중 무엇보다 크게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이번 모델에서는 멀티태스킹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아이폰 3G는 음악을 들으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등 한 번에 두 가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이 지원되지 않아 사용자들의 불만을 샀었다.
이외에도 아이폰 4G는 이전까지 뒷면에만 있던 카메라를 앞면에도 장착해 기존 모델에 지원되지 않던 영상통화를 가능하게 했다. 아이폰 4G는 또 이번 모델에 새롭게 적용한 ‘아이폰 OS 4.0’을 기반으로 아이북스, 통합메일 박스, 통합 폴더 기능, 게임센터, 모바일광고 지원 등 새로운 기능을 100개가 넘게 추가했다.
하지만 기존 사용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로 거론됐던 아이폰의 내장형 배터리는 그대로 유지돼 앞으로도 사용자 불만 사안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다만 배터리 용량을 늘려 이 부분을 보완했다. 아이폰 4G의 배터리 용량은 1450mAh. 기존 제품(1200mAh)보다 20%가량 용량이 커진 셈. 3G망을 이용해 인터넷을 쓸 때는 최대 6시간까지, 와이파이 망을 이용하면 10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연속음성통화 기준 5시간에서 7시간 늘어났고 대기시간은 최대 300시간이다.
국내 사용자들의 수요에 맞춰 대부분 국내 출시 전화기에 탑재된 ‘통화 중 녹음기능’ 역시 이번에도 아이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미국 내에서 주에 따라 통화 중 녹음 자체가 불법과 합법으로 나뉘기 때문에 애플에서 이 기능을 아예 배제한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통화 중 녹음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앱’(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도 애플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사용자의 큰 불만을 샀던 애프터서비스 부문은 이번에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 3G 제품에 불량이 발생했을 때 중고 기기와 교환해 주는 정책으로 국내 사용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KT 관계자는 “아직까지 출시 예정일 등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 확답을 해줄 것이 없다”면서도 “이전과 크게 변함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에서 그간 출시했던 스마트폰의 경우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불만을 제기했던 부분은 바로 ‘터치감’. 옴니아 이후 출시된 갤럭시 A에서 터치감이 상당부분 개선됐지만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터치감이 아이폰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평이 많았다. 지난 8일 열린 제품 시연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터치감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의견과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외국 유명 IT 사이트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정전기방식 터치스크린을 적용한 갤럭시 S의 터치감이 아이폰보다 우수해 보인다”는 평도 나오고 있어 앞으로 이 부분은 시판 이후 사용자들의 반응을 살펴봐야 할 듯하다. 이외에도 갤럭시 A에서 600MB밖에 되지 않던 내장형 메모리를 갤럭시 S에서는 8GB, 16GB 두 가지 모델로 크게 늘렸다. 또 8GB밖에 지원되지 않던 외장메모리 용량도 32GB로 늘렸다.
◇ 승부처, 와이파이 존과 앱
이처럼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이 이뤄지다 보면 앞으로 두 모델의 싸움에서 가장 큰 역할은 이동통신사가 차지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갤럭시 S는 SK텔레콤에서, 아이폰 4G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KT에서만 개통이 가능하다. 결국 갤럭시 S를 구입한 사용자들은 SK텔레콤, 아이폰 4G는 KT의 통신망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경우 무엇보다 무선인터넷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무선통신 사용이 얼마나 편리한가’가 휴대폰을 고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 존이 얼마나 많은지가 스마트폰 선택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와이파이는 ‘Wireless Fidelity’의 약어로, 무선접속장치(AP)가 설치된 곳을 중심으로 일정 거리 이내에서 PDA나 노트북, 컴퓨터를 통해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근거리무선통신망을 말한다. 이용량에 비례해 돈을 내는 휴대전화망과 달리 특정 이동통신사의 공용 와이파이 존에서는 해당 회사의 가입자들이 추가 요금 없이 무제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와이파이 망을 사용하지 않고 3G 망을 통해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경우 SK텔레콤은 1MB당 512원, KT는 1MB당 500원의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MB당으로 봤을 때는 적은 액수인 것 같지만 몇 분만 3G 망을 통해 접속해도 수만 원이 부과된다. 잘못 사용했다가는 수십만 원의 요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말이다.
지금까지 구축하고 있는 와이파이 존만 놓고 보면 KT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KT에서는 지난 8년 동안 ‘쿡앤쇼 존’(구 네스팟 존)이란 명칭으로 꾸준히 와이파이 존을 늘려왔다. 오는 9월까지 와이파이 존을 현재 2만 1000곳에서 2만 7000여 곳으로 확대 신설할 예정이다.
이에 비해 SK텔레콤은 아직까지 와이파이 존이 미흡하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의 인기가 높아지자 지난 4월 말 “올해 안에 와이파이 존을 1만여 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황. 무선인터넷 사용에 주안점을 둔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아직까지는 KT의 와이파이 망을 활용할 수 있는 아이폰에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 아이폰 3G 사용자인 최민수 씨(30)는 “아이폰의 경우 와이파이 사용 가능 구간이 많다는 점에 끌려 구입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갤럭시 S가 아무리 좋더라도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으니 스마트폰으로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또 SK텔레콤이 와이파이 존을 대거 늘린다 하더라도 KT의 와이파이 존은 KT의 요금제에 가입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반면 SK텔레콤은 와이파이 존을 다른 회사 휴대전화 가입자에게도 개방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계속 불리할 공산이 크다는 예측도 있다.
한편 갤럭시 S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무엇보다 애플리케이션의 ‘열세’ 문제다. 지난 1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1285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로 ‘다양한 콘텐츠 기능’(62.7%)을 꼽았다.
아이폰의 가장 큰 경쟁력은 스마트폰의 불편한 기능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에 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앱스토어’로 대변되는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은 지금까지 선보인 수만 해도 무려 22만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갤럭시 S는 안드로이드마켓을 기반으로 5만여 개 정도의 애플리케이션밖에 갖추고 있지 않아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갤럭시 S에 ‘선탑재’를 통해 이런 단점을 극복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제품이 출고될 당시에 미리 다양한 양질의 프로그램을 적용해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삼성 측은 현재 갤럭시 S에 전자책을 볼 수 있는 ‘교보 eBook’, 각 지역의 날씨를 CCTV로 볼 수 있는 날씨 프로그램, 실제 거리 모습을 볼 수 있는 ‘로드뷰’ 기능을 지닌 ‘다음 지도’, 콘텐츠 공유를 위한 ‘올셰어’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했다. 또 삼성앱스, T 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 등 멀티 앱스토어 활성화를 지원해 앞으로 부족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요구도 채울 계획이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