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프로야구 역사에 전무…2015년 박석민 2점·3점·만루홈런으로 근접했지만 실패
박석민은 삼성 시절 한 경기에서 2점, 3점, 만루홈런을 기록하며 사이클링 홈런에 근접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 한 경기에서 홈런 네 방을 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KBO리그 39년 역사에 단 7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매 타석 주자 상황까지 하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메이저리그(MLB), 일본 프로야구(NPB), KBO리그를 통틀어 아직 단 한 번도 사이클링 홈런 기록이 나오지 않은 이유다.
사이클링 홈런에 가장 근접했던 KBO리그 타자는 NC 다이노스 박석민이다.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뛰던 2015년 9월 20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이 그 무대였다. 박석민은 2-0으로 앞선 1회초 1사 2루 첫 타석에서 롯데 선발 브룩스 레일리의 커브를 공략해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터트렸다. 또 삼성이 4-6으로 역전당한 3회말 무사 1·2루 두 번째 타석에서는 다시 레일리의 직구를 잡아당겨 역전 3점 홈런을 작렬했다.
박석민은 5회초 세 번째 타석에 선두 타자로 나서 볼넷을 골라낸 뒤 채태인의 홈런으로 득점까지 올렸고 후속 타자들의 연이은 안타 행진 덕에 타자 일순 후 다시 한 번 타석에 들어서는 기회를 잡았다. 베이스가 모두 주자로 채워진 1사 만루 상황이었다. 박석민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롯데 불펜 김성배의 직구를 다시 걷어 올려 사직구장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그랜드 슬램. 데뷔 후 두 번째 만루포이자 이 경기 세 번째 홈런이었다.
동시에 사이클링 홈런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었다. 2점, 3점, 만루홈런을 모두 해결하고 솔로 홈런 하나만 남긴 상황. 심지어 박석민이 9회초 삼성의 마지막 공격 선두 타자로 나서게 되면서 분위기는 완벽하게 조성됐다.
전국의 야구팬이 부산에 시선을 고정한 순간, 박석민이 배트를 휘둘렀다. 결과는 유격수 땅볼. 그의 ‘천운’은 거기까지였다. 세계 최초의 사이클링 홈런은 솔로 홈런 하나가 모자라 무산됐다. 그러나 이미 앞서 터트린 홈런 세 방만으로 충분히 역사적인 하루였다. 4타수 3안타(3홈런) 2볼넷 9타점 4득점. 엄청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시즌 23·24·25호포를 연이어 터트리면서 홈런으로만 9타점을 쓸어 담은 박석민은 이날 KBO리그 역대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