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 같은 새끼’ 욕설, 물건 던지고 꼬집어”…·A 코치 “폭행 안해, 거친 표현은 반성”
A 코치가 지난해 8월쯤 성남탄천빙상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 A 코치는 성남시청 소속 선수를 비롯해 학생 선수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의 조사를 받고 있다. A 코치는 성남시에서 정식으로 고용한 코치가 아닌 손세원 성남시청 빙상팀 감독이 별도로 고용한 ‘사설 코치’로 알려졌다. 사진=제보자 제공
A 코치의 폭언·폭행 내용이 담긴 익명의 민원이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 접수된 건 8월 7일이다. 해당 민원에서 피해자로 지목된 선수는 중학생 선수 3명과 당시 성남시청 소속 일반부 선수 1명, 그 밖에 A 코치가 지도한 학생 선수 등이다. 해당 민원에 따르면 중학생 선수 3명은 A 코치의 눈 밖에 나 현재 성남탄천빙상장이 아닌 다른 빙상장에서 운동을 하거나 종목을 전향했다.
해당 민원엔 A 코치가 성남시청 소속 B 선수에게 지난해 9월 성남탄천빙상장 2층 라커룸에서 욕설을 퍼붓는 녹취가 첨부됐다. 첨부된 녹취에 따르면 A 코치는 B 선수에게 “내가 성남시청이면 너한테는 10만 원도 안 줘, ○○ 같은 ○○”, “○○ 놈아 실력이 없으면 싸가지라도 있어! 이 ○ ○○ 같은 새끼야 이 ○○ 새끼야”, “왜 돈은 벌고 싶어? 부모님한테 미안해서? 죄송해서? 양심을 갖고 살아 이 새끼야” 등의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라커룸에는 동료 선수들 5~6명이 있었지만 모두 숨죽인 채 이를 목격했다고 전해진다. A 코치는 대한체육회 조사가 시작된 뒤 선수들로부터 격리됐다가 최근 코치직을 사퇴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A 코치가 성남시청 빙상단 선수들을 지도하기 시작한 건 2019년 5월쯤부터였다. 하지만 A 코치는 성남시에 정식 채용된 신분은 아니었다. 성남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A 코치는 성남시가 정식으로 채용한 게 아니고 우리와 아무 상관도 없다. 현재 성남시청 빙상단엔 정식 채용된 코치가 없다”며 “A 코치가 성남시청 소속 선수들을 지도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남시청 빙상단의 정식 지도자는 손세원 감독밖에 없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확보한 훈련 영상이나 사진에선 A 코치가 성남시청 소속 선수들을 지도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영상을 보면 A 코치가 빙상장 안에서 손 감독 없이 직접 성남시청 소속 선수들을 지도하거나 손 감독이 빙상장 밖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에서 선수 지도를 했다. 폭언과 폭행으로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장본인으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의 무자격 팀 닥터가 감독의 묵인 아래 팀을 관리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A 코치가 성남탄천빙상장 안에서 성남시청 소속 선수와 학생 선수를 함께 지도하고 있다. 손세원 성남시청 빙상팀 감독은 보이지 않는다. 시점은 2019년 8월쯤이다. 사진=제보자 제공
빙상계에선 실업팀 감독이 실업팀 훈련에 쓰는 빙상장을 초·중·고 학생 선수를 가르치는 ‘사설 코치’가 쓸 수 있도록 배려하는 대신 사설 코치가 실업팀 선수를 훈련하게끔 하는 관행이 있었다. A 코치는 초·중·고 학생 선수를 성남탄천빙상장에서 가르칠 뿐 아니라 성남시청 소속 선수 훈련까지 담당해온 셈이다. 체육계 복수 관계자는 설사 그런 관행이 있더라도 사설 코치가 성인 직장부 선수들의 훈련에 개입할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A 코치의 행위 자체가 월권이라는 분석이었다.
손세원 성남시청 빙상단 감독은 의혹을 부인했다. 손 감독은 10월 13일 일요신문에 “A 코치는 성남빙상경기연맹에 빙상장 사용을 요청한 뒤 엘리트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빙상장을 이용한 거다. 일반부 선수들과 초·중·고 학생 선수들은 빙상장 이용 시간이 완전히 다르다”며 “A 코치는 (일반부) 훈련 때 콘을 놓아주는 정도의 도와주는 역할만 했고, 가끔 일반부 선수들이 운동 파트너가 필요할 때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을 데려와 함께 훈련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성남시청 소속 선수만으론 훈련이 어려워 파트너가 필요할 때 A 코치가 자신이 지도하는 대학생, 초·중·고 학생 선수를 데려와 일반부 선수의 파트너 선수로 함께 훈련하게 했다는 말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은 손 감독의 주장과 달랐다. 이 관계자는 “A 코치가 훈련 프로그램을 직접 짜거나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을 갈아주는 등 훈련에 핵심적인 역할을 다 했다. 실제 선수들을 A 코치가 지도한 게 맞다. 손 감독은 보통 훈련에 오면 빙상장 밖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지켜봤다”며 “일반부 선수와 학생 선수가 함께 스케이트를 타왔는데, B 선수 사건이 있은 뒤부터 따로 탄 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위 관계자는 “A 코치는 일주일 중 3~4일은 화가 나 있는 상태로 폭언을 했다. 특히 특정된 피해 선수(B 선수)에게 심했다. A 코치와 그 선수가 오래 함께한 사이라 만만하게 봤던 것 같다”며 “(고무로 돼 딱딱한) 블록이나 초시계를 집어 던지거나 잘 안 보이는 옆구리를 꼬집는 등 폭행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A 코치가 성남탄천빙상장 안에서 성남시청 소속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손세원 성남시청 빙상팀 감독은 빙상장 밖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A 코치는 14일 일요신문에 “선수들에게 폭언·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코치가 여러 명이 있다. 내가 (훈련을) 주도하기보단 다른 코치들의 의견을 물어서 함께 해갔던 것이고,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을 잡아준(정비해준) 건 선수가 마음에 드는 코치에게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선수의 학부모와 빙상 관계자에 따르면 성남탄천빙상장 안에서 벌어진 폭언·폭행 사건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학부모에 따르면 2017년 9월 6일 새벽 운동 당시 C 코치가 초등학생 선수를 훈련 도중 빙상장 위에서 공개적으로 폭행한 일도 있었다. 당시 학부모들은 C 코치와 손 감독에게 폭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손 감독은 이를 묵인했다고 전해진다. C 코치도 A 코치와 같이 학생 선수와 일반부 선수를 지도했던 ‘사설 코치’였다고 알려졌다.
손세원 감독은 “빙상장 내에서 폭언과 폭행이 있었던 사실은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것도 없다”며 “성남시체육회에서 최근 선수들을 상대로 폭언·폭행 관련 2번의 전수조사를 했지만 아무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익명의 민원은 어떻게 보면 음해”라고 강조했다.
A 코치는 “실업팀에는 감독 1인만이 있어 효과적인 팀 지도가 어려워 내가 가르치는 팀과 함께 훈련한 것이며, 합동훈련 과정에서 저와 저를 도와주는 서브코치 3~4인이 업무를 나눠 장비 관리, 빙상장 얼음관리, 블록, 영상촬영 등을 분담하여 지도했다”며 “이러한 업무분담 구조는 수십 년 동안 관례적으로 시청팀과 합동훈련 하는 학생 선수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성남뿐 아니라 고양, 화성 등 다른 지자체 실업팀이 있는 빙상팀은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A 코치는 B 선수에게 폭언한 사실에 대해선 “훈련을 마무리하고 고쳐야 할 점을 이야기하다가 후배들이 보기에 성실하지 못한 점이 있어 이를 지적하는 와중에 언성이 높아진 것 같다. 다소 거친 표현을 쓴 점은 저도 심했다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으나, 당시에 제가 실업팀 선수를 지도·감독하는 위치도 아니었고, 성인인 실업팀 선수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도 없었다”며 “이후 해당 선수와는 성인 대 성인으로 화해했고, 현재 해당 선수는 나를 도와 후배 선수들을 지도하는 보조 코치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