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가입·사무실 개소식 참여 학부모 “손 감독 지시로 알았다”…손 감독 “지지 강요 없었다”
손세원 성남시청 빙상단 감독이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빙상 강사나 선수 학부모를 당원 가입시키거나 선거 개소식에 참석 시키는 등 은수미 당시 성남시장 후보를 조직적으로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은수미 당시 후보는 2018년 5월 1일 자신의 트위터에 “저희 캠프 사무실도 빙상인들의 열기로 뜨거워졌다. 빙상인들의 생각을 함께 나누고 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혀주셨다”고 올렸다. 사진=은수미 시장 트위터 캡처
일요신문 취재 결과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성남탄천빙상장에서 운동을 하던 빙상 종목 학생 선수의 학부모들은 자신의 정치적 의사와 상관없이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의 소속 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 가입하고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1000원 정도의 후원금을 냈다. 복수의 학부모는 성남탄천빙상장에서 선수를 지도하는 빙상 종목 강사나 팀 총무를 맡은 학부모가 일괄적으로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수첩에 적어 갔고 그런 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원에 가입됐다고 밝혔다.
학부모 A 씨는 일요신문에 “강사 선생님들이 할당량이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 할당량을 못 채워서 그러는데 몇 명만 해주세요’라고 말해서 친한 동네 언니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까지 적어서 줬다. 선수의 아빠, 엄마는 다 한 걸로 알고 있다. 한 팀이 10여 명이니까 최소 팀당 20명은 가입했을 것”이라며 “당연히 손 감독의 지시가 있었다고 이해하고 있었다. 당시에 뭘 하는 건지 정확히 몰랐지만 나중에 휴대전화를 바꿀 때 보니까 휴대전화 결제로 당원비가 빠져나가고 있어서 당에 가입됐다는 걸 알았다”고 전했다.
학부모 B 씨는 “감독님이 직접적으로 학부모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학부모들은 모두 손 감독의 뜻이라고 생각해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었다. 감독의 뜻을 거스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자식이 어떤 부당한 일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도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사실 전혀 정치에 관심도 없다. 당시 학부모들끼리 농담으로 ‘우리 공산당 가입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위 학부모들은 은수미 후보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이나 지지를 밝히는 간담회 자리에 참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총무를 보는 학부모가 언제, 어디로 오라고 말했고 그에 따라 참석했다. 이 역시 감독이 직접 학부모들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다들 감독의 뜻으로 알고 참석한 거다. 그렇지 않으면 거길 갈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손 감독은 은수미 당시 후보 선거 사무실 개소식을 하루 앞둔 2018년 5월 3일 “은수미 의원이 우리가 알다시피 어렵습니다. 어려울 때 도와야 그것이 진정성이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의 성의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하며 참석을 독려했다.
실제 2018년 5월 1일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는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에 “저희 캠프 사무실도 빙상인들의 열기로 뜨거워졌다. 빙상인들의 생각을 함께 나누고 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혀주셨다”며 학생 선수 학부모들과 찍은 사진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 블로그와 트위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손세원 감독은 연맹 임원이나 빙상 종목 강사 등이 모인 소셜미디어 단체 대화방에서도 당시 은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혀줄 것을 강권했다. 손 감독은 단체 대화방에서 은 후보의 선거사무실 개소식 참석 인원을 확인하거나 특정 행사에 강사가 불참하면 지도하는 선수의 학부모를 보내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손 감독은 은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하루 앞둔 2018년 5월 3일 “은수미 의원이 우리가 알다시피 어렵습니다. 어려울 때 도와야 그것이 진정성이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의 성의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하며 참석을 독려했다. 다른 행사를 앞두고선 “낼 참석 여부 답 안 하신 분은 누구냐”며 “선생님들 불참보다 더 중요한 거는 (선생님들) 대신 참여할 학부형이 그렇게 없나? 1~2명이라도 간곡히 부탁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손 감독은 당시 “분명 우리 모여 일치단결 ‘은수미’ 후보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아님 지지하는 후보 있으면 당당하게 그쪽으로 가서 힘차게 지원하세요. XX 돌리다 양쪽 다 잃지 말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단체 대화방에서 밝히기도 했다. 또 손 감독은 은수미 후보와 관련된 소셜미디어 ‘밴드’ 가입을 독려했다. 이때 “김○○, 김○○, 박○○, 정○○, 선생님들!!!!! 네 알겠습니다 뜻을!”이라며 한 강사마다 몇 명을 해당 밴드에 가입시켰는지가 기재된 명단을 올리고 한 명도 가입시키지 않은 강사들을 언급하며 압박하기도 했다.
손세원 성남시청 빙상단 감독은 “김OO, 김OO, 박OO, 정OO, 선생님들!!!!! 네 알겠습니다 뜻을!”이라며 어느 강사가 몇 명을 은수미 후보 관련 밴드에 가입시켰는지가 기재된 명단을 올리고 한 명도 가입시키지 않은 강사들을 언급하며 압박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은수미 시장이 2018년 7월 1일 성남시장에 취임한 뒤 한 달이 조금 더 지난 8월 22일 ‘성남시청 직장운동부 설치 및 운영 조례 시행규칙’(직장운동부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새롭게 개정된 내용 가운데 앞서 만 60세였던 직장운동부 감독의 정년(26조)이 삭제되고, 소속 선수가 우수한 성적을 냈을 시 감독이 함께 포상금을 받는 항목(27조에 따른 별표5)이 신설됐다.
바뀐 직장운동부 시행규칙은 성남시 아래 모든 스포츠 실업팀에 적용되지만, 해당 개정안으로 1959년 1월생으로 당시 만 59세 7개월 정도 됐던 손세원 성남시청 빙상단 감독은 지금까지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셈이다.
직장운동부 시행규칙 개정은 담당 부서인 체육진흥과의 내부에서 결정된 안건이 성남시 내 조례·규칙 심의위원회를 거쳐 이뤄진다. 의지만 있다면 조례는 시 차원에서 개정할 수 있다. 성남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성남시청 빙상팀 감독은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계약직이다. 호봉제와 달리 1년 단위 계약직은 정년 제한을 두지 않게끔 돼 있다는 시청 소속 노무사의 자문을 받아서 정년을 삭제한 것”이라면서도 자문을 받은 당시 기록을 요구하자 “당시 노무사의 자문은 구두로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보 지지를 대가로 손세원 감독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은수미 시장의 입장을 묻자 성남시 관계자는 “정년 삭제 건은 은수미 시장 취임 전인 2018년 6월 7일에 결재된 서류가 있다. 포상금 같은 경우는 그 이전부터 지급돼 오던 것”이라며 “은수미 시장이 손세원 감독에게 특혜를 줬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손세원 감독은 13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해당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손 감독은 “내가 누군가를 지지한다고 해도 마음으로 지지하지 누굴 지원하거나 지지하라고 시킨 적 없다. 학부모들도 다 큰 성인이고,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데 시킨다고 다 하겠느냐”며 “정년을 보장받았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조례·규칙이 개정되면 빙상단만 혜택 받는 게 아니라 모든 운동팀에 적용되는 거다. 은수미 시장과 사전에 관련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손세원 감독은 소셜미디어 단체 대화방 내용에 대해선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아마 그런 독려가 있었다면 성남빙상경기연맹 차원의 은 당시 후보 지지를 돕는 것이었지 개인적으로 그런 독려를 하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