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수사 뭉개기 논란에 “확보 문건, 정계 인사 실명 없어”…윤 총장, 수사팀 확대 지시 ‘드라이브’
수면 아래서 잠잠하게 흘러가던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수사 흐름에 돌멩이를 던진 인물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다. 사진=연합뉴스
불똥은 곧바로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으로 번졌다. 검찰이 사건 관련 정치인 이름이 포함된 로비 리스트를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검찰은 “문건을 입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실명이 기재돼 있으나, 청와대와 정계 인사들의 실명이 적혀 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돼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윤석열 총장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규모 수사팀 증원을 지시하며 그동안 미흡했던 수사 흐름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일단 문재인 대통령은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한 상황.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성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의문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 간부급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지금 검찰 수사를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는데 오는 22일 열릴 대검찰청 국감에서는 관련된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봉현에서 드러난 서울중앙지검의 ‘뭉개기?’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관련,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된 곳은 법정이었다. 몸통으로 지목받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10월 8일 재판에서 “금융감독원 조사 무마를 청탁할 목적으로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주기 위해 기자 출신 이강세 전 대표에게 5000만 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논란은 확산됐다. 진술이 구체적인데, 검찰이 이런 진술을 인지한 시점이 4월 전후이기 때문이다.
김봉현 전 회장은 4월 즈음, 검찰 수사 과정에서 “중간 매개체인 이강세 전 대표에게, 강기정 수석에게 줄 인사비로 백화점 쇼핑백에 현금 5000만 원을 담아 전달했다”고 언급했고,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강 수석을 청와대에서 만나기 하루 전인 지난해 7월 27일 김 전 회장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청와대에서 만난 강 수석에게 돈은 건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 전 수석 역시 “청와대에서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느냐”며 김봉현 전 회장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검찰 내에서조차 “서울중앙지검이 또 정권 눈치를 보면서 수사를 뭉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일요신문DB
그러나 불똥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지 않았던 검찰로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달사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그럼에도 한쪽의 구체적인 진술이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수사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김봉현 전 회장으로부터 들은 것은 사실이지만 면담 중 들은 얘기라는 이유로 진술 조서에는 남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4월에 입수한 내용을 6개월 가까이, 그것도 재판 증언으로 언론에 나오기 전까지 하지 않았다는 점은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역시 언론 보도에 움직이기 시작한 옵티머스 사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도 흐름이 유사하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가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 등이 로비를 했다는 내부 관계자의 진술과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직책이 적힌 문건을 확보했다. 자료를 입수한 것은 수사 초기. 옵티머스 이사로 ‘핵심’에 해당했던 윤 아무개 변호사를 통해 청와대 관계자 5명, 국회의원 5명, 민주당 인사 3명을 포함해 기재부, 국토부, 국세청 및 재계, 언론계 고위 인사들이 기재된 내부 문건을 제출받다.
더불어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이 펀드 수익자로 참여했다는 내용이 담긴 또 다른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팀은 관련 자료 확보 직후에도 수사에 속도를 붙이지 않았다. 9월 초 중간간부 인사 이후 수사팀 인원을 늘리고, 9월 24일 수탁사인 하나은행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이 전부였다. 이 과정에서 대검찰청에 관련 내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문건에는 일부 실명이 기재되어 있으나, 청와대와 정계 인사들의 실명이 적혀 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수사 뭉개기에 대해 반박했고, 윤석열 총장 패싱 논란에 대해서도 “이번 주에도 보고를 했다. 강제수사를 최근까지 계속하고 언론에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당연히 수시로 상세히 보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움직이기 시작한 윤석열, 직접 나서 증원 적극 지시
그럼에도 검찰 내에서조차 “서울중앙지검이 또 정권 눈치를 보면서 수사를 뭉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문건 내용에 대해 ‘증거 가치’를 더 부여해도 부족할 판에 먼저 ‘문건은 확보했지만 청와대 관계자 실명은 아니다’라고 반응하는 것을 보면서 검찰이 수사기관인지, 여권 인사 관련 의혹 해명기관인지 헷갈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확산되는 논란에 윤석열 총장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사기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할 검찰 수사팀을 대폭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종전까지 9명이던 수사팀 검사 숫자는 타청과 내부 충원을 거쳐 두 배인 18명이 됐다. 서울중앙지검이 요청하고 법무부가 파견을 승인하는 형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은 그동안의 수사 흐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경험 많은 검사들의 합류’를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경험이 풍부한 검사 10명 이상이 증원돼야 한다”는 취지로 지시를 했는데, 복잡한 사건이고 로비 의혹이 제기된 인사도 많아 적극적인 초동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윤석열 총장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사기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할 검찰 수사팀을 대폭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실제 새로 합류하는 검사들은 금융비리와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이들로 구성됐다. 금융감독원 출신인 회계 전문 검사, 박영수 특검에 파견돼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의혹 사건 수사 검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태 수사 검사 등이 새로 수사팀에 합류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사건 관련 “검찰의 엄정한 수사에 어느 것도 성역이 될 수 없다”며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친여권 수사에는 소극적이었던 서울중앙지검이 어디까지 수사를 할 수 있을지, 또 대검찰청이 소극적인 서울중앙지검과 어떤 갈등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이 변수”라며 “다만 그동안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수사가 끝나도 두고두고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