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의혹 핵심’ 청와대 전 행정관 부부, 탈 많았던 H사 무자본 인수 과정에도 ‘연루’ 의혹
코스닥 상장사 무자본 M&A 과정에서 발생한 조폭의 납치 폭행 살인 사건의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이 지인의 영업장 주차장에 용의 차량을 주차하고 들어가는 장면 . 사진 제공 = 경기북부경찰청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위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5월. 일요신문은 이를 단독으로 보도했는데, 최근 이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등장했다(관련기사 [단독] 50대 부동산업자 살인사건 알고보니 ‘무자본 M&A’ 둘러싼 갈등 때문). 바로 옵티머스자산운용 발 정권 비리 의혹와 깊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위 사건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정치권 인사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이 아무개 변호사다. 그는 청와대에서 근무하기 전에 H 사의 사외이사였는데 사실 주목할 사람은 그의 남편 윤 아무개 변호사다. 옵티머스 사내이사였던 윤 변호사가 관련 거래에 깊숙하게 관여했다는 후문이 돌고 있다. 이미 구속된 윤 변호사는 “아내가 청와대로 들어간 뒤 대우가 달라졌다”는 점도 인정했다고 한다. 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H 사 인수 작업이 물밑에서 거론될 때부터 ‘청와대와 가까운 여권 인사들이 참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5월 전라도 광주에서 발생한 국제PJ파 두목 출신 조폭의 50대 사업가 살인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상장사 H 사와 이를 인수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던 사업가 박 씨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을 포함한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2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
특히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핵심 투자자 역할을 했다. 옵티머스의 무자본 M&A 인수합병 과정에는 셉틸리언이라는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운 회사가 나섰다. 셉틸리언은 화성산업의 지분 70.8%를 가지고 있는데, 화성산업이 H 사의 지분 15.89%를 301억 원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H 사 인수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박 씨는 각종 투자금 회수 및 주가조작과 같은 ‘한방’을 약속했다. 하지만 박 씨는 H 사 인수 후 말을 바꿨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까지 받았다. 동업자이자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인 이 씨의 사주로 국제PJ파 출신 조직폭력배들에게 납치된 박 씨는 결국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이 전 행정관은 우선 할아버지 회사에 해당하는 셉틸리언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었다. 나머지 지분 50%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부인 윤 아무개 씨가 소유했다. H 사를 인수하는 실질적인 주체였던 화성산업에는 이 전 행정관의 남편 윤 변호사가 감사로, H 사에는 이 전 행정관이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5월이었는데,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 행정관으로 옮기기 전인 지난해 10월까지 7개월 동안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M&A를 통한 수익을 김재현 대표 부부와 이 전 청와대 행정관 부부가 나눠 가지는 구조로 실질적으로 회사 M&A 및 관리에 참여한 셈이다. 그리고 여기에 정부 핵심 인사들과의 로비 연결 가능성도 제기된다.
H 사 M&A 당시 투자 제안을 받았다는 채권 투자자는 “결국 투자는 하지 않았지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과거 유명 로비스트부터 옵티머스자산운용, 그리고 이 전 행정관 부부 등이 관여된 구조라 관심있게 봤었다”라며 “그때(2019년 초)도 이미 ‘청와대가 뒤를 봐준다더라, 핵심 정권 관계자들이 연결돼 있어 안전하다더라’는 얘기가 투자 제안과 함께 나왔다”고 털어놨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이 전 행정관 부부를 활용해 정권 핵심에 로비를 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이 전 행정관 부부를 활용해 정권 핵심에 로비를 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 5월 10일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옵티머스 내부문건(‘펀드 하자 치유 관련’)에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되어 있고, 펀드 설정 및 운영 과정에도 관여되어 있다”는 대목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이 전 행정관 등을 제외하면 청와대나 여권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로비 및 뇌물 등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옵티머스가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실제 H 사를 떠나 청와대에 입성한 이 전 행정관을 옵티머스는 적극 활용하려 했다. 대통령 직속 ‘수사권개혁 후속추진단’에서 수사권 조정 업무에 참여한 이 전 행정관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들어갔는데, 당시 민정수석실이 사모펀드 및 관련 사건을 관할하는 금융감독원 및 검찰 등에 대해 행사하는 영향력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 전 행정관은 옵티머스 지분 9.8%를 소유한 채 2019년 10월부터 2020년 6월 옵티머스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청와대에 있었는데 그 사이 옵티머스 사내이사였던 남편 윤 변호사의 대우도 달라졌다.
그는 최근 검찰에 출석해 “아내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들어간 뒤 자신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다”며 “이전에는 옵티머스에서 월 500만 원을 받았는데, 아내가 청와대 근무를 시작한 뒤 월 1500만 원으로 보수가 올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옵티머스 핵심 주주는 “청와대 시계를 100개 구해달라”는 등 이 전 행정관을 통해 정권과의 친분을 과시하려 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 전 행정관이 민정수석실에 있는 동안 사모펀드 관련 조사를 하던 금감원에 대해 민정수석실의 감찰이 이뤄졌고,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은 아예 폐지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맥락에서 인지 수사 부서를 줄이는 맥락이었지만,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낼 수사 주체를 없애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는 대목이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