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 슈퍼로우
이번에 시승을 자처한 모델은 할리데이비슨의 경량 크루저 모델 883 계열이다. 점점 더 강화되어가는 환경 규제와 나날이 더해가는 최신 기술 덕분에(?) 서서히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정통 공랭 엔진이다. 883 라인업은 배기량으로 따지면 엔트리 급에 속한다. 할리데이비슨의 수랭 엔진 계열 스트리트 750 시리즈를 제외하면 배기량이 가장 작고 가격도 싸다. 작은 차체 크기와 적당한 무게로 초보 라이더들에게 관심을 받는 기종이기도 하다.
할리데이비슨 슈퍼로우는 883cc 에볼루션 엔진을 얹은 스포스터 패밀리로 낮은 시트고와 작고 경쾌한 움직임이 특징이다. 스포스터 계열은 할리데이비슨 라인업 중에서 스포티하고 젊은 이미지를 담당한다. 할리데이비슨의 풀사이즈 아메리칸 크루저에 비한다면 폭이 좁고 길쭉하게 생긴것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장르에 최적화해 모델을 세분화하는 식이다.
883 에볼루션 엔진
슈퍼로우는 현행 스포스터 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구성이다. 엔진에 과하게 멋내지 않고 금속 소재를 그대로 드러내 바이크의 자연스러운 느낌을 더해준다. 핸들바와 배기 시스템 등 대부분의 파츠는 크롬을 사용하여 아메리칸 크루저 특유의 화려함은 놓치지 않았다.
단출한 싱글 실린더 계기반과 싱글 헤드라이트
포지션은 역시 낮은 시트고 때문에 지면에 쉽게 발을 내릴 수 있다. 신장이 작은 라이더나 여성 라이더들에게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착지성이 무척 좋아서 발을 디디며 천천히 움직일 때에는 되려 불편하기도 했다. 시트는 좀 딱딱한 설정이었으며 소재가 마찰력이없어 엉덩이가 조금 밀리기도 했다. 탠덤자 역시 좁은 시트 폭과 단단한 착좌감을 불편하다고 꼽았다.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더 낮고 탄탄한 차체 실루엣을 연출하기 위해서 그런듯하다.
두 가닥의 머플러가 단차가 있어 더 길게 보인다
라이딩 자세는 의외로 박력있다. 슬쩍 올라온 핸들바는 손을 허공으로 내지르는 자세를 만들어준다. 발받침은 중간에 있었는데 시트고가 낮아서 무릎이 상당히 많이 구부려졌다. 이런 조합으로 인해 가랑이가 벌어지고 어깨가 올라오는 다소 불량한 자세가 만들어졌다. 스로틀을 전개하며 과격하게 달릴때는 뭔가 과격한 에너지가 솟아나는 기분도 느껴진다.
텐덤자와 높이 차이가 있는 시트
883 에볼루션 엔진은 에볼루션 엔진 설계 철학인 스포티한 엔진 필링을 고스란히 라이더에게 전달한다. 시트 아래에서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엔진은 할리데이비슨 브이트윈의 맥동감을 느낄 수 있다. 한 세대 전의 공랭 엔진 회전 감각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덕에 적당한 고동감과 맥박감을 바이크를 타는 내내 즐길 수 있었다.
연료탱크도 차체와 밀착했다
엔진의 필링은 꽤나 감성적이다. 스로틀 조작에 따라 흡기와 배기 소리가 적당하게 헬멧 안으로 들어온다. 엔진은 타격감이 명료하지만 부담스럽거나 과격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엔진 회전수를 올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주행 스트레스가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아메리칸 크루저에서 느낄 수 있는 수준이라 큰 불만사항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과정들 전체가 바이크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서 더 즐기며 탈 수 있었다.
18인치 프런트 휠을 적용한다
바이크를 예전에 탔다가 다시 시작하는 리턴 라이더나 혹은 오랫동안 할리데이비슨을 타왔던 라이더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요즘 할리는 할리 같지 않다고. 아마도 그들의 의견은 요즘의 최신 기술로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의 바이크보다는 예전에 느꼈던 감성적인 엔진 필링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라고 개인적으로 해석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할리데이비슨 슈퍼로우는 적당한 차체 크기와 공랭 브이트윈의 감성적인 만족감이 함께 어우러진 좋은 바이크라고 볼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 슈퍼로우와 함께 꽤 즐거운 할리데이비슨만의 놀이 감각을 즐길 수 있었다.
이민우 모토이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