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마진율·냉각수 등 다른 문제 가능성도 제기…현대차 “고객 안전 위해 최대한 빠른 조치”
2018년 4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전기자동차 관련 박람회 EV 트렌드 코리아에서 ‘코나 일렉트릭’ 신차발표회가 진행됐다. 사진=임준선 기자
#코나 전기차 리콜 적절성 의문
현대차는 코나 전기차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진행한다. 2018년 5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외에서 총 13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리콜 대상은 2017년 9월 29일부터 올해 3월 13일까지 생산된 차량 2만 5564대다. 해외에서도 코나 전기차 리콜에 나선다. 전체 리콜 차량은 약 7만 7000대에 달한다. 리콜 차량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업데이트하게 된다. 이후에도 배터리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배터리를 전면 교체해주기로 했다.
문제는 코나 전기차의 BMS를 업데이트한 뒤에도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현대차가 외부에 알리지 않고 코나 전기차의 BMS 무상 업데이트를 진행했으나 이후에도 화재 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이 3건의 화재를 조사한 결과 BMS를 업데이트했음에도 경고등이 작동하지 않았으며 문자메시지도 전송되지 않았다.
허영 의원은 “현대차가 결함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밝혀주는 것뿐만 아니라 사전 인지 여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자동차 결함을 은폐·축소 또는 거짓으로 공개하거나, 결함을 인지한 날부터 바로 그 결함을 시정하지 않으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현대차가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배터리셀이 화재 원인이라 단정하고 리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앞서 10월 8일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검토한 다양한 원인 중에서 유력하게 추정한 화재 원인을 시정하기 위해서 현대차에서 자발적으로 리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를 지적했지만, 추정일 뿐 정확한 결과가 아니라는 뜻이다. 배터리 문제라 하더라도 설계 결함, 조립 결함, BMS 결함 등 원인이 다양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실 한 보좌진은 “연이어 화재가 발생하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국정감사에서까지 다뤄지자 선제적으로 리콜에 나선 것 같다”며 “또 배터리셀을 리콜 원인으로 지목해 향후 LG화학과의 책임공방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나 전기차 배터리는 LG화학과 현대차가 함께 제작한다. LG화학이 배터리셀을 제작하고 LG화학과 현대모비스의 합작사인 에이치엘그린파워가 배터리팩을 생산한다. 현대모비스는 에이치엘그린파워의 배터리팩과 현대케피코에서 생산한 BMS로 배터리시스템어셈블리를 만들어 현대차에 공급한다. 이 중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따라 책임소재가 정해진다. 다만 센서가 모듈에만 있어서 배터리 화재 원인을 하나로 특정하기 쉽지 않다. 배터리팩어셈블리는 총 5개의 모듈로 나누어졌고 모듈마다 배터리셀이 수십 개씩 들어간다.
현대차가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셀을 지목하며 리콜에 나서자 LG화학은 “재연 실험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고 원인이 배터리셀 불량이라 할 수 없다”며 “현대차가 정확히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음에도 리콜에 나섰다”고 반박했다. 국토부와 자동차안전연구원도 이번 리콜과 별개로 화재 재현 시험 등 현재 진행 중인 결함 조사를 통해 제작사가 제시한 결함 원인과 리콜 계획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필요 시 보완 조치할 계획이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헌릉로에 있는 현대차그룹 본사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안전마진율·냉각수 등 다른 문제는 없나
배터리가 아닌 다른 화재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차가 주행거리를 늘리고자 안전마진율을 무리하게 설정한 건 아닌지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안전을 위해 총 충전 전압의 최대 10% 정도는 실제로 운용되지 않도록 설정한다. 이를 안전마진율이라고 부른다.
코나 전기차의 정격 전압 충·방전 범위는 240~412.8V로 대략 371V를 최대 충전량으로 설정하면 안전마진율이 10%가 된다. 그런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안전감정서에 따르면 강릉 사고 차량의 마지막 배터리팩 전압은 409.3V에 달했다. 최대 충전 전압과 3.5V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안전마진율이 1%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행거리 확보를 위해 안전마진율 설정을 낮게 잡았다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냉각수도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현대차는 2019년 5월부터 출시되는 차량에 전기차 전용 절연형 냉각수로 교체했다. 이전까지 출고된 차량은 내연기관차에 사용되는 일반 냉각수를 사용했다. 2018년 5월과 8월 현대차 울산1공장에서 발생한 2건의 화재는 냉각수가 원인이었다. 현대차 측은 “배터리 냉각수 연결호스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한 조립 실수”라며 “냉각수가 유출되면서 배터리팩에 접촉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코나 전기차는 수냉식 냉각시스템을 적용해 기존의 공냉식 냉각시스템보다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충전 시 배터리는 부풀어 오른다. 급속충전 용량이 80%로 제한된 이유다. 충전 시 배터리가 부풀면서 배터리팩어셈블리 내에 있는 셀이 터질 수 있다”며 “일반 냉각수의 물이 배터리의 리튬과 접촉하면 폭발로 이어져서 더 큰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운영위원은 “냉각수가 근본적인 화재 원인이 아니더라도 추후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현대차에서 나서서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필요하다면 냉각수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사안을 고려해 명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부품 교체 등 조속히 필요한 조치를 취해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나 전기차 리콜 논란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고객의 안전을 위해서 최대한 빠르게 조치할 수밖에 없었고 국토부에서도 리콜 결정을 해줬다”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