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증여받을 경우 세금만 2조…글로비스·오토에버 등 증시서 주목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 민간위원 중 한 명으로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7.13%, 현대차 5.33%를 바탕으로 그룹을 지배했다.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의 순환출자 구조 덕분이다. 이론적으로 정 명예회장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만 증여 받아도 현재 수준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시가로 3조 7000억 원가량인데, 2조 원가량의 세금을 내야 한다. 양도소득세를 감안하더라도 정의선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23.29%) 1조 5000억 원, 기아차 지분(1.74%) 3500억 원, 현대오토에버 지분(9.57%) 1400억 원, 비상장인 현대엔지니어링 지분(11.72%) 6700억 원(1주당 7만 5000원 추정시)을 처분하면 마련할 수 있다.
순환출자 해소까지 도전한다면 좀 더 복잡해진다.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는 지분 가운데 가장 시가가 낮은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17.28%)을 정의선 회장이 확보해야 한다. 정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 지분은 활용이 어렵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니지어링, 현대오토에버 지분 가치는 현재 약 2조 2000억 원이다. 이들 3사 주가가 크게 오르거나, 현대모비스 주가가 크게 하락해야 가능하다.
한때 추진됐던 방안이 현대모비스에서 알짜 중의 알짜인 A/S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모비스 주가는 하락하고,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급등하게 된다. 이후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맞교환(Swap)하면 ‘정의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의 구조가 된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기존 주주에는 불리하다는 우려가 나오며 추진이 중단됐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중고차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인데, 그룹 내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가 핵심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부문을 담당하는 현대오토에버도 수혜가 예상된다.
다른 방법도 있다.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현대제철의 현대모비스 지분(5.79%, 약 1조 3000억 원)을 맞교환하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가 해소된다. 이와 함께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정몽구 재단 포함), 현대엔니지어링 지분 약 1조 5000억 원과 기아차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 일부와 맞교환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정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13% 이상으로 높아지고, 정 회장도 6% 가까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정 명예회장 부자의 현대모비스 지배력이 20%에 육박하게 되는 셈이다.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잔여지분 10%는 장기적으로 해소하면 된다. 정 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과 현대오토에버 지분을 향후 상속세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정의선 회장 취임 후 현대차그룹주 가운데 가장 뜨거운 종목은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오토에버다. 현대제철만 정 회장이 지분을 갖지 않은 회사다. 증시에서 현대제철의 현대모비스 지분 해소 가능성을 높이 본다고 해석할 만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