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맵 중심 모빌리티 사업단 분할 결정, 자회사 상장 준비…중간지주사 전환 핵심 하이닉스 대형 M&A 새 변수
최근 SK텔레콤의 주요 자회사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하면서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SK텔레콤 자회사 IPO 계획대로 ‘착착’
SK텔레콤은 지난 10월 16일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 설립 계획을 밝혔다. T맵 사업을 추진해온 모빌리티 사업단을 오는 12월 말 물적분할해 전문 기업으로 몸집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의 T맵 분사에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인 우버도 힘을 싣는다. 우버는 물적분할되는 ‘티맵모빌리티’에 약 575억 원을, 내년 상반기 설립 예정인 T맵 택시와 우버 택시의 조인트벤처에는 1150억 원을 투자한다. 이로서 SK텔레콤은 △이동통신 △미디어 △보안 △커머스 네 개 사업부문에 모빌리티를 추가하며 사업부문이 다섯 개로 재편된다.
모빌리티 사업단 분할 소식이 예고된 지난 10월 14일 SK텔레콤 주가는 전일 대비 4.95% 하락했으나 이내 반등하는 모습이다. 주요 사업부의 분할로 SK텔레콤 기업가치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보다 추후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한 증권가의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기 때문. 박정원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버 등 모빌리티 사업 파트너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의사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장민준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분할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분할되는 티맵모빌리티는 SK텔레콤의 다른 주요 자회사들처럼 추후 상장을 통해 SK텔레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높다. SK텔레콤은 최근 원스토어를 비롯해 SK브로드밴드와 11번가, ADT캡스, 웨이브 등 주요 자회사를 상장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들 기업의 상장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 자회사 가운데 가장 먼저 상장을 앞둔 원스토어는 지난 9월 16일 상장주간사를 선정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출범 단계에서 시장이 인정한 원스토어 기업가치는 약 1조 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원스토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실적 개선 속도에 따라 기업가치가 급증할 수 있다는 기대와 현재 실적에 비해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2016년 6월 공식 출범한 원스토어는 올해 상반기 최초로 흑자 전환(순이익 31억 원)에 성공하기 전까지 적자를 지속해왔다. 다만 원스토어는 2018년 당기순손실 139억 원, 2019년 당기순손실 54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급격히 줄였다.
원스토어의 상장 흥행 여부는 뒤이어 상장을 준비 중인 다른 SK텔레콤 자회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 보유한 자회사 가치는 20조 원으로 산출되고, 이에 적용된 원스토어 가치는 겨우 2500억 원에 불과하다”며 “(원스토어가) 상장 이후 2조 원 이상의 가치를 증명한다면 SK텔레콤의 다른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톺아보기 과정이 진지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원스토어 상장 성공 이후 다른 자회사들이 순차적으로 상장 단계에 돌입해 (SK텔레콤에 대한) ICT 중간지주회사로의 평가 전환이 뒤따르고,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는 시점에 인적분할을 통한 중간지주사 전환 작업까지 구체화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 산업현장인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방문, 소부장 연대와 협력의 협약식 후 최태원 SK 회장(앞줄 왼쪽),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덩치 키우는 SK하이닉스…중간지주사 전환 물 건너가나
당초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목적은 SK하이닉스의 자회사화였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려면 피인수 회사 지분의 100%를 매입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지주사 SK(주)의 손자회사로, 그동안 곳간에 거액의 실탄을 쌓고 있으면서도 100% 지분 매입 조건 탓에 M&A를 통한 사업 확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계획(SK텔레콤을 물적분할 해 투자부문, 사업부문으로 분리하고 투자부문을 SK와 합병하는 방안)에 따라 SK하이닉스가 SK의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규제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다각화가 가능해진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재 지분 20.07%를 보유 중인 자회사 SK하이닉스 지분 추가 매입이 우선 과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지주사의 상장 자회사 의무보유지분율을 현행 20%에서 30%로 기존보다 10%포인트 높이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부담이 더 커졌다. SK그룹은 오랜 기간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을 논의했으나 5조 5000억 원가량으로 예측되는 비용 부담 탓에 실현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중간지주사 전환 시행 여부나 시기, 방법 등에 대해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아직 시행되지 않은 만큼 시장 상황과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앞서 SK그룹이 200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당시에도 SK와 SKC&C의 옥상옥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합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실제 실행된 것은 2015년이었다”며 “지배구조 전환은 밑그림을 그리고 의지가 있다고 해서 당장 바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대규모 M&A라는 또 다른 변수로 SK텔레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20일 10조 원을 투자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키로 했다. 이번 인수는 국내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의 M&A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낸드 분야에서도 D램 못지않은 경쟁력을 확보하며 사업구조를 최적화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인수로 SK하이닉스는 2022년까지 기업가치 100조 원이라는 꿈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는 양 날개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인수 계획 발표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는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며 낸드 부문을 양도하는 인텔과 비메모리 부문 강화에 집중 중인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선택과는 다른 방향으로 승부수를 띄운 데다 금액 부담도 큰 탓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SK하이닉스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낸드부문 경쟁력 강화와 시장점유율 확대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낸드부문 글로벌 시장에서 2위 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SK하이닉스의 대형 M&A는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계획에는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SK그룹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 건으로 SK하이닉스의 덩치가 지금보다 훨씬 커지는 만큼 사실상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며 “그 정도(10조 원) 돈은 SK하이닉스밖에 없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부문 인수 과정에서 SK와 SK텔레콤의 유상증자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오른팔로 통하는 만큼, 그룹 차원의 결정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이 반드시 필수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엇박’ 가능성보다는 그룹 차원의 인수 결정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