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이후 주요주주 지분율 변동 따라 이사회 구성 변화…디지털 손보사 설립설도 솔솔
신한금융지주 안팎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 사진=연합뉴스
#신한지주 주요주주들 들썩거리는 이유
먼저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지점은 신한금융 주요주주들의 지분율 변동과 그에 따른 이사회 구성 변화다. 신한금융은 지난 9월 홍콩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BPEA)’를 대상으로 총 1조 1600억 원 규모(3913만 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가 발행되면서 신주 상장 예정일인 10월 20일 두 사모펀드는 각각 3.95%(2044만 주), 3.61%(1869만 주)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의 유상증자 계획 발표와 맞물려 기존 신한지주 주요주주인 재일교포 주주(10~15% 추정)와 프랑스계 BNP파리바은행(2017년 보유신고 기준 3.55%)이 지분을 추가 매입한 것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재일교포 주주와 BNP파리바은행은 총 13명으로 구성된 신한지주 이사회(사외이사 10명)에서 각각 4석, 1석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한금융이 이번 유상증자에 따라 이사회 정원을 늘려 두 사모펀드에 각 1석씩 사외이사 2석을 배정하면서 신한지주 이사회와 신한금융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신한금융의 실질적 최대주주인 재일교포 주주들은 주식을 추가 매입해 한 달 사이 지분율을 1%가량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신한금융과 BNP파리바은행의 협력 관계가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신한금융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BNP파리바은행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완전 자회사 전환을 검토 중이라는 풍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BNP파리바은행은 2002년 신한금융과 합작사 형태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설립, 현재 지분 35%를 보유 중이다.
이에 대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관계자는 “(완전 자회사 추진과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며 “현재에도 양사는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분 보유 관련 조항은 신한금융과 BNP파리바 양측의 계약이므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한금융에 따르면 BNP파리바은행은 최근 신한지주 주식을 추가 매입하면서 양측의 협력이 유지될 전망이다. BNP파리바은행은 대규모 유상증자와 신주 상장에 따른 지분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최근 신한지주 주식 80만~90만 주를 추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BNP파리바의 경우 전략적 제휴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3.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숫자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BNP파리바가 단순히 전략적 제휴관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금융은 주요주주들의 지분 추가 매입과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의 상관관계에도 선을 긋는 모습이다. 앞서의 신한금융 관계자는 “주요주주들의 추가 지분 매입은 이사 선임과 관련 없다”며 “두 사모펀드는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기로 하고 전략적 투자자(SI)로 들어온 것이라 각각 사외이사 1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내년 7월 출범을 앞둔 그룹 통합 생보사의 사명을 ‘신한라이프’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생명보험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한 신한금융이 향후 디지털 손보사 설립 및 인수 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중구 오렌지라이프 본사. 사진=연합뉴스
#실탄 쌓고 악사 패싱…‘디지털 손보사’부터?
신한금융은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의 목적을 ‘회사의 경영상 목적 달성’이라고 밝혔다.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전부를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신한금융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됨에도 유상증자의 목적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강화된 기준의 자본규제수준을 0.99%포인트 상회하는 현 상태에서 ‘선제적’ 자본여력 강화를 위해 주당 가치를 희석하는 것은 기존 주주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며 “증자는 명확한 용처를 요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여러 자체성장과 비은행부문 강화 등을 위해 자본확충을 한 것”이라며 “특정 회사를 사겠다는 목적으로 자금을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모든 금융사에서 전통적인 은행사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 60% 정도는 은행을 가져가더라도 나머지 40%는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룹 전반적으로 관련 정책을 고민하고 있어 추후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9월 두산그룹으로부터 인수한 밴처캐피털(VC) 네오플럭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내년 7월 출범을 앞둔 그룹 통합 생보사의 사명을 ‘신한라이프’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월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14번째 자회사로 편입한 뒤 두 생명보험 계열사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각각 운영해오며 조직 통합 작업을 거쳤다. 양사 통합이 완료되면 신한금융은 당기순이익 기준 업계 3위이자 국내 생보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적정성을 가진 대형 보험사를 보유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생명보험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한 신한금융이 향후 디지털 손보사 설립 및 인수 계획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이 악사손해보험 인수전마저 참여하지 않으면서 디지털 손보사 설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것.
더욱이 신한금융은 지난 10월 6일 이사회 워크숍에서 조용병 회장 직속의 ‘룬샷 조직’ 주도하에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지털 플랫폼 혁신은 신한금융이 최근 그룹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핵심 과제다. 신한금융이 룬샷조직의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에 대해 “기존 금융 플랫폼의 한계를 뛰어넘어 비금융 관점에서도 트래픽을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 발굴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 또한 디지털 손보사 진출을 예측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손보사는 설립 초기 많은 비용이 투입되지만 설계사 수수료 등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이 강조돼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는 금융사들이 넉넉한 실탄을 갖고 디지털 손보사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는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하고 지난 6월 디지털 손보사 ‘하나손해보험’을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신한금융 관계자는 “디지털 손보사 진출과 디지털 플랫폼 구축은 다르다”며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하나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