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검사·수사관 거론, 검찰 신뢰도 타격 불가피…A 변호사 “아무리 해명해도 안 믿어줘”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에 연루된 김봉현 전 회장이 최초 옥중서신을 통해 검사 술 접대 의혹을 밝힌 뒤 사건은 ‘퍼즐 맞추기’로 확대됐다. 언론과 정치권은 익명으로 언급된 전·현직 검사, 수사관들을 특정하는 데 집중했다. 입길에 오른 당사자들은 저마다 부인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지난 16일부터 김 전 회장을 직접 감찰 조사하고 술 접대 의혹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검사들을 서울남부지검에 수사의뢰했다.
김봉현 전 회장은 지난 21일 A4용지 14쪽 분량의 2차 옥중서신을 언론에 공개했다. 2차 서신에는 앞서 주장한 A 변호사와 검사 3명에 대한 술 접대 사건이 강조됐다. 김 전 회장은 “이들은 예전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다. (최근 법무부 조사에서) 사진으로 두 명은 이미 특정했고, 1명은 80% 정도 확실해 특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이 언급한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은 전국 단위의 대형 부패범죄 수사를 위해 2016년 꾸려진 검찰총장 직속 부패범죄특별수사단(특수단)으로 추측된다. 특수단은 중수부가 폐지된 뒤 검찰이 사실상 ‘제2의 중수부’를 꾸린 것이라는 비판 속에서 출범했다. 2016년 6월 특수단은 대우조선해양을 첫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2016년 당시 특수단은 김기동 검사장이 단장을 맡고, 아래 2개 팀을 뒀다. 1팀은 주영환 부장검사가 팀장, 정희도 부부장 검사가 부팀장을 맡고 그 아래에 엄희준, 김용식, 김병욱 등 평검사가 팀원으로 합류했다. 2팀은 한동훈 부장검사가 팀장, 이주형 부부장 검사가 부팀장을 맡고 나의엽, 유효제, 임홍석 검사 등 평검사가 배치됐다. 특수단은 검찰 내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검사들로 구성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처음 김봉현 전 회장의 폭로가 나왔을 때 법조계에선 그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김 전 회장이 일반인은 신상을 파악하기 어려운 전·현직 검찰 수사관까지 언급하면서 일부 술 접대가 실제로 있었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폭로된 입장문을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결국 윤 총장을 저격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초 입장문에서 김 전 회장은 “(스타모빌리티 자문 변호사인) A 변호사를 통해 2019년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고, 함께 술을 마신 검사들이 추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소개받았다”며 “술자리에서 만난 검사 중 1명이 실제로 라임 수사팀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검은 검사 접대 의혹 사건을 담당하는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차 입장문에는 윤석열 총장을 ‘백두산 호랑이’로 표현하며 그가 대검찰청 감찰을 무마시켰다는 취지의 일화를 소개했다. 윤 총장과 A 변호사의 두터운 친분도 강조했다. A 변호사가 윤 총장과 같은 아파트에 살며 함께 사우나를 다니고, 청와대에 재직했던 검찰 수사관 자살 사건 때 총장을 모시고 문상을 다녀왔다는 말을 듣고 신뢰하게 됐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A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술자리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현직 검사는 술자리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2019년 7월은 라임 사태가 터지기 전이라 수사를 예견하고 술자리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A 변호사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아무리 해명해도 입장문에 언급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지 않는다”며 “윤 총장을 모시고 상가집을 다녀왔다는 폭로까지 나왔는데 이것만 봐도, 옥중 입장문 진위 여부를 알 수 있다. 상가에 온 사람이 많았을 텐데 나를 본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상가에 간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옥중 입장문이 진실공방 형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검찰 안팎에선 위기감이 팽배하다. 조사를 통해 진위가 밝혀지더라도 전·현직 검찰, 수사관들 이름이 거론되면 검찰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향응이 실제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대가성을 입증하기가 어렵고, 향응 사실을 전관이 실토할 리 있겠느냐”며 “사실 여부를 떠나 검찰이 거론되는 순간 검찰은 지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남부지검)은 검사 접대 의혹 사건을 담당하는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담수사팀은 기존의 라임 사건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던 금융조사부 4명, 형사부 1명 등으로 구성됐다. 전담수사팀은 구성된 지 하루 만인 지난 21일 A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했다. 또 접대 의혹을 받는 검사들을 불러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은 22일 대검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는 제목의 글을 검찰 내부망에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