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는 나의 힘’ 타격감 쑥쑥
▲ 삼성 박한이.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사람이 확 달라졌다” “형이 이럴 줄 몰랐요” “1년 새 이렇게 성적이 좋아질 수 있나”.
올 시즌 삼성 더그아웃에서 누군가를 가리키는 소리다. 주인공은 박한이(31)다. 지난해 연말 박한이는 FA(자유계약선수)를 신청했다. 2001년 삼성에 입단해 9시즌 동안 통산 타율 2할9푼5리, 74홈런, 436타점, 109도루를 기록한 타자라면, 다른 팀에서 군침을 흘릴 법도 했다. 그러나 어느 팀에서도 영입 의사를 나타내지 않으며 순식간에 FA 미아가 됐다. 결국, 친정팀 삼성과 계약을 맺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했다. 분명히 내림세를 탈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가 많았다.
우려는 기우였다. 7월 8일까지 박한이는 타율 3할2푼1리, 7홈런, 43타점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박한이가 예상을 깨고 대활약을 펼친 이유가 무엇일까. “결혼 때문이다.” 박한이의 솔직한 대답이다.
박한이는 지난해 12월 MBC 탤런트 조명진 씨(31)와 결혼했다. FA 미아로 남았을 즈음이었다. <호텔리어> <뉴하트> <선덕여왕> 등에 출연했던 조 씨는 방황하는 박한이예게 용기를 줬다.
“남편이 무척 속상했을 때에요. 그때 남편한테 그렇게 말했어요. ‘난 당신이 야구선수가 아니라 뭘 해도 지지할 테니까 용기를 갖고 기다리자’고요. 남편이 ‘알았다’면서 제 손을 꼭 잡아주더군요.”
아내의 격려에 힘을 얻은 박한이는 삼성과 FA 계약을 맺고서 더 야구에 집중했다.
박한이는 “아내를 위해 하루하루 온 힘을 다한다”면서 “관중석 어딘가에 아내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딴생각을 할 수 없다”며 결혼 후 집중력이 훨씬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 두산 이종욱(위·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롯데 이대호. |
이대호도 내조의 힘이 컸다. 이대호는 지난해 12월 신혜정 씨(28)와 결혼했다. 이대호는 “결혼 후 식습관이 바뀐 게 올 시즌 성공의 비결”이라고 했다. 총각 시절 이대호는 아침식사를 거르기 일쑤였다. 하지만, 결혼하고서 아내가 차려준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았다. 여기다 아내가 해주는 보양식을 꼬박꼬박 챙겨 먹으며 힘을 얻었다.
KIA 김상현(31)도 결혼하고서 성공 가도를 달린 선수다. 2007년 11월 유미현 씨(33)와 백년가약을 맺은 김상현은 당시 LG에서 1, 2군을 오가던 무명선수였다. 자신의 고백대로 100원을 벌면 110원을 썼던 방탕한 생활을 했다. 하지만, 아내를 만나며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특히나 아내가 갑상선암에 걸리며 더 절박함을 느꼈다.
김상현은 지난해 정규시즌 MVP에 오른 뒤 수상소감으로 “아내가 아프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야구에 모든 것을 바쳤다. 이 상을 아내에게 바친다”라고 말해 장내를 숙연케 했다.
프로야구 전·현직 선수들은 결혼하면 성적이 좋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SBS 이광권 해설위원은 결혼 예찬론자다. 이유가 뭘까.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게 이 위원의 생각이다. 이 위원의 말대로 미혼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자주 흔들리게 마련이다. 부진할 때 옆에서 위로가 되는 이들이 부모, 동료밖에 없다. 그러나 결혼하고 나면 집에서 기다리는 아내가 있기에 외로움이 사라진단다. 두산 이종욱(30)은 “그라운드에서 정신없이 뛰다가 집에 들어가면 그날의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풀린다”며 “슬럼프 기간도 결혼하고나서 짧아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책임감도 큰 역할을 한다. 모 구단의 선수는 “미혼 때는 몇 경기 부진하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포기했지만, 가장이 되고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부진할 때 더 열심히 운동한다”고 털어놨다.
이대호의 말대로 식습관이 바뀐 것도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 미혼 선수 대부분은 아침식사를 거른다. 보양식도 꺼린다. 구장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저녁 늦은 시간에 포만감을 느낄 만큼 폭식한다. 불규칙한 식사로 꼭 필요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는 것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 삼성 양준혁. |
“연애할 시간을 주세요~”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이지만, 다른 프로스포츠 선수와 달리 연예인과 결혼하는 경우가 드물다. 연예인과 스캔들에 휘말리는 일도 적다. 설령 스캔들이 나도 사실이 아닐 때가 대다수다. 지난해 두산 김현수(22)는 모 여자 연예인과 사귄다는 소문이 나 곤욕을 치렀다. 롯데 김주찬(29)도 모 여가수와 교제 중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하지만, 지인들과의 만남에 우연히 동석했던 것뿐이지 별다른 관계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프로야구 선수가 프로축구, 프로농구보다 연예인과의 교제가 적은 이유는 간명하다. 다른 스포츠 종목과 달리 주 6일을 뛰어야 하고, 근무시간도 길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4월 초 시작해 월요일만 빼고 9월 초까지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다. 팀이 포스트 시즌에 오르면 10월 말까진 꼼짝없이 야구에 매달려야 한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많은 팀이 12월부터 실질적인 동계훈련에 들어가 1월 말부터 국외로 스프링캠프를 떠나 3월부터 시범경기를 치른다. 이 때문에 쉬는 기간이래 봤자 11월이 전부다. 특히나 오후 1시부터 구장에 출근해 훈련하고, 경기 종료 후 샤워를 마치고 구장을 빠져나오면 오후 11시가 넘기 때문에 연예인은 고사하고 일반 여성과도 만날 시간이 없다.
41세의 노총각 삼성 양준혁이 입만 열면 “연애할 시간이 없다”고 엄살 아닌 엄살을 떨고 있는 것도 아 이 같은 사정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