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불복’ 김 지사, 대법서 뒤집는다 해도 시간 촉박…1심 재판 중인 조국도 판결 일정 까마득
하지만 김경수 지사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김 지사는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물론, 한 명의 대선후보라도 더 필요했던 여권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과였다. 그래도 최악은 피했다. 법원이 실형은 선고했지만, 구속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이제 김 지사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하고, 이를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확정해주는 안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다소 촉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1월 6일 오후 김경수 경남지사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 직후 “재판 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다, 나머지 진실의 절반은 즉시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도록 하겠다”고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사진=이종현 기자
김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공모했다는 것(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과 대가성으로 드루킹 김 씨에게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 ‘아보카’ 도 아무개 변호사의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 제공 의사를 밝힌 것(공직선거법 위반)이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에 대해서 유죄를 선고한 상황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지사의 핵심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에 대해서는 유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특정 후보자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데, 당시 시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가 아직 특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1심은 “장래의 선거운동 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면 충분하다”고 봤지만, 2심은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특정 후보자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더 좁게 해석한 것이다. 그러면서 2심은 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서 벗어나 1심보다 감형 받았고, 실형 판결에도 보석이 취소되지는 않아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다는 평이 나온 이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 지사에게 유리하지 않은 판결
하지만 이 사건의 주된 혐의라고 할 수 있는 댓글조작 공모 범행이 인정되면서 정치인 김경수에게는 치명적인 ‘유죄’ 판단이 남게 됐다. 재판을 마친 뒤 김 지사는 “재판 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다, 나머지 진실의 절반은 즉시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도록 하겠다”고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김 지사의 변호인단 역시 “사실 인정·오인 차원이 아니라 형사소송법상 증거법칙에 있어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이므로 상고이유는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여러 상황들이 김 지사의 편이 아니라는 게 법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만약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 김 지사는 곧바로 지사직을 박탈당한다. 수형을 마친 뒤에는 5년 동안 공직에 출마할 수도 없다. 또 2022년 3월 대선이나 그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죄를 받기 위해서는 대법원과 파기환송심까지 거쳐야 하는데 시간이 다소 촉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1월 중 김경수 지사 측과 특검 측이 모두 상고할 경우 대법원은 사건을 배당하고 이에 대한 1, 2심 판단을 분석한다. 이 업무는 재판연구관이 맡는다. 1심과 2심 모두 댓글조작에 대해 유죄를 판단한 부분을 뒤집으려면 그만큼의 법리적으로 탄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만일 재판연구관이 이를 모두 뒤집고 무죄로 의견을 올릴 경우, 대법관 4명이 함께 사건을 다루는 소부에서도 주심 대법관 외에 나머지 대법관들의 이견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유죄가 연달아 나왔기 때문에 소부에서 이견이 없을 확률은 낮다.
그럴 경우 전원합의체로 가게 된다. 그만큼 시간은 길어진다. 소부를 거쳐 전원합의체로 회부될 경우 사건 검토에만 한 달여가 걸린다.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전원합의체 회의를 두세 차례 하고 난 뒤 판결문을 쓰게 되면 빨라도 8개월, 늦으면 1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아마 김경수 도지사는 일찌감치 기소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최근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부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 지사가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나와 소감을 밝히고 있는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이보다 더 늦어지는 게 일반적이라는 얘기인데 서울고등법원 관계자는 “재판연구관을 독촉해서 빨리 보고서를 받는다고 해도 대법관이 원하는 판단이 아닐 경우 그 사이에서 보고서가 왔다 갔다 하는데 적게는 한두 달, 길게는 서너 달의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며 “이번 사건 핵심 혐의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인데 1심과 2심 모두 ‘공모했다’고 본 것을 뒤집으려면 그만큼 확정된 사실관계에 대한 다른 법적 해석이 필요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단과 함께 파기환송을 결정하더라도 시간이 촉박하다. 파기환송심의 경우 통상 대법원 선고 후 두 달 정도 있다가 첫 일정이 잡히고, 한두 차례 공판과 그 뒤 한두 달이 지나 선고가 이뤄짐을 감안하면 선고는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가 될 수밖에 없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굉장히 촉박한 일정이 된다는 설명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아마 김경수 지사는 일찌감치 기소돼 파기환송심에서 최근 무죄가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부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발언’을 놓고 다툰 이재명 도지사 사건과 달리 복잡하다 보니 시간도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고, 대법원에서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 2심에서 유죄가 나온 게 두고두고 정치인 김경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직도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김경수 지사보다도 더 오랜 기간 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항소와 상고를 전제로 봤을 때, 2심과 대법원 판단까지 받으려면 내후년 초는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차기 대선이 치러지는 2022년 3월 9일, 차기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2022년 6월 1일 일정을 고려할 때 법원 판단만 바라보는 정치인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나 1심 법원에 피의자나 피고인으로 이름이 올라 있다면 대선과 지방선거 일정과 맞춰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