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죄질 나쁘지만 합의 고려”…피해자 측 “치료비 압박감 합의할 수밖에”
아산 식당 폭행 사건은 지난 5월 충남 아산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주인을 무자비하게 때려 뇌출혈과 두개골 골절, 안구돌출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당시 폭행 장면이 찍힌 식당의 폐쇄회로영상(CCTV)이 공개되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관련기사 [단독] “취해 기억 안 난다”던 아산 식당 폭행 가해자, 편의점 계산 업무도 했다).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아오던 ‘아산 식당 폭행 사건’의 가해자 A 씨가 집행유예로 11월 11일 풀려났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1부는 A 씨의 죄질이 나쁘긴 하지만 합의가 이뤄진 점을 고려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진=식당 내부 CCTV 캡처
가해자 A 씨는 5월 9일 충남 아산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가 식당 주인 B 씨를 폭행했다. 폭행 직후 A 씨는 운전을 해 직선거리 1.6km(차로 5분 거리) 떨어진 아내의 편의점에 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날 사건은 술을 마시고 있던 A 씨가 동네 어른에게 험한 말을 하면서 시작됐다. 식당 주인 B 씨가 이를 지적하며 훈계하자 돌연 A 씨의 폭행이 이어졌다. A 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낮부터 술을 마셨고, 술에 많이 취해 때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피해자는 한 사물이 3개로 겹쳐 보이는 안구 운동 장애, 전두엽을 심하게 다쳐 인지장애 진단을 받는 데 이어 치매 증상에 시달리며 현재까지도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피해자의 딸 정숙인 씨는 “후유장애진단서를 받기 전이지만 이미 회복 불능의 상태라는 병원 소견을 받았다. 갑자기 화를 내거나 방금 약을 먹었던 사실을 기억 못 하는 등 대인관계가 전혀 안 되는 상태”라면서도 “합의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당장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합의했다”고 전했다.
검사는 가해자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점을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합의는 선고 전날인 11월 10일 이뤄졌다.
피해자 측 송강 변호사는 “재력이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피해자는 치료비에 상당한 압박을 겪는다”며 “중상해 범죄는 양형이 낮은 편에 속하는데, 거기에 합의까지 이뤄지면 처벌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 입장에선 억울한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딸 정 씨는 법무부의 범죄 피해자 지원 제도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 씨는 “법무부가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해준다고 알고 있는데, 내부 제도가 바뀌면서 치료비 지원을 해주지 않아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했다”며 “가해자와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범죄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천안아산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따르면 법무부는 2020년 8월부터 100% 전액 치료비를 지원하던 방식에서 실비 보험이 있는 피해자에겐 치료비를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이번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 지급이 보류됐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