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에 싸인 섬 포구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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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금창고가 나란히 서 있는 증도풍경. | ||
서북해변의 단골손님 ‘해무’ 증도는 이제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지난 겨울까지만 하더라도 증도에 가기 위해서는 이미 육지에 편입된 사옥도 지신개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배를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3월 30일부로 증도대교가 개통됨으로써 더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사옥도와 증도를 잇는 이 다리는 총연장 1.9㎞로 10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신안군은 21세기 신해양시대를 맞아 사옥도-증도-자은-암태-팔금-안좌 등을 묶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올해 증도대교가 건설되면서 증도와 자은도를 잇는 다리만 남았다. 나머지는 모두 연결된 상태다.
증도대교는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보다 편리하게 육지를 오가고, 사람들 또한 더 많이 증도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물론 그 심정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나 아쉬움도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증도는 담양 창평면, 장흥 유치면, 완도 청산도 등과 함께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소금섬이다. 슬로시티는 1999년 10월 이탈리아의 브라 등 4개 도시에서 시작된 캠페인으로 친환경적이고, 자동차보다는 자전거의 생활화가 이루어져야 자격을 갖는다. 하지만 증도대교의 개통은 이런 슬로시티의 충족요건을 크게 위협한다. 증도를 찾는 자동차가 지금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여행의 측면에서 보자면 증도 가기는 쉬워졌다. 증도는 우리나라 천일염의 7%가 생산되는 곳이다. 소금창고만도 60개가 넘는데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오래된 것들이다. 대부분의 증도여행은 이런 소금밭이나 우전해수욕장 또는 짱뚱어다리, 드라마 <고맙습니다> 촬영지 등을 돌아보는 데 집중된다. 물론 이들 장소가 멋있기는 하지만, 한두 시간쯤은 서북 방면의 해변일주로를 위해 남겨두었으면 한다. 그것도 아침시간이면 더욱 좋겠다.
증도 오산리 희망농장민박을 지나면서부터 시작되는 해변일주로는 검산항과 송·원대 해저유물 발굴기념비를 돌아나가며 비경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어느 때나 아름답지만, 이 길은 특히 한여름철의 아침이 가장 좋다. 날씨만 화창하다면 거의 어김없이 해무가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해무는 앞쪽에 떠 있는 도덕도, 호감섬, 작은호감섬, 대섬, 부남섬 등을 지웠다 그렸다 하며 이 길에 들어선 사람을 홀린다. 바다에는 김 양식이 한창이다. 일찍 바다로 나온 어부들은 안개를 헤쳐가며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길을 가다보면 초분도 볼 수 있다. 초분은 서남해 지역의 장례풍습으로 시신을 땅에 바로 묻지 않고 이엉으로 덮어두었다가 2~3년 후에 뼈를 수습하는 풀무덤이다.
길은 항월포를 돌아 방축리로 접어들면서 해변에서 벗어나고, 다시 오산리로 이어지면서 끝이 난다. 겨우 5㎞ 남짓한 거리일 뿐인데, 거기서 보여지는 풍경의 무게는 대단하다. 그것은 곧 짙게 깔린 해무의 무게이기도 하다.
▲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함평JC→무안국제공항고속도로 북무안 IC→현경→사옥도→증도대교→증도 ▲문의: 증도면사무소 061-271-7619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