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공항. 사진=대구시 제공
[대구=일요신문] 영남권신공항으로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안)이 사실상 백지화되고 가덕도신공항이 부상하자 TK(대구·경북)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사업으로 24시간 운항 가능한 관문공항인 가덕도신공항이 추진되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하 대구통합신공항)과 영남권 항공수요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데 기부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 중인 대구·경북이 열세란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부산과는 신공항 추진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변동없이 사업을 추진할 것이란 입장을 재확인 시켰지만 가덕도신공항이 가시화될수록 파장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즉각 목소리를 냈다. 양 시·도는 17일 입장문에서 먼저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은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오랜 갈등과 논란 끝에 세계적 공항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용역을 거쳐 영남권 5개 시·도 합의를 통해 결정된 중요 국가정책 사업”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산·울산·경남의 요구로 김해신공항 검증을 시작하면서 총리실이 정치적 판단을 일체 배제하고 오로지 기술적 부분만 검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고, 검증과정에서도 국토부가 안전성 등에 문제가 없어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입장을 수차례 공언해 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지역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업 백지화는 물론 향후 입지까지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고, 심지어 입지 적정성검토 용역비까지 예산에 반영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목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냈다. 양 시·도는 “검증결과에서 기술적 부분 등에 문제가 있다면 보완·추진하는 것이 당연한데 국가균형발전과 국민과의 약속은 뒷전이고 오로지 선거를 의식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영남권을 또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국가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고, 국민과의 약속을 송두리째 깔아 뭉개는 정부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김해신공항 추진을 촉구했다.
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건설특별위원회도 18일 ‘김해신공항 백지화 시도 규탄 성명‘을 냈다. 특위는 성명에서 “중차대한 국가사업을 특정지역 정치권에서 정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경은 위원장은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선동을 당장 중단하고 김해신공항을 계획대로 추진하되 앞으로 모든 절차에 있어 영남권 5개 시·도민의 참여와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고 “어떠한 불손한 시도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역경제계도 반발했다. 대구상공회의소는 17일 ‘김해신공항 확장안 백지화에 대한 경제계 의견’이란 보도자료를 내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재하 회장은 “당초 대구·경북 발전을 한 걸음 양보하고 밀양을 후보지로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정부가 결정했던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정부 스스로 뒤집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대구통합신공항 입지가 선정돼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는 대구경북민에게 찬물을 끼얹는 행태”라며 김해신공항 백지화 철회를 촉구했다.
대구·경북 지자체와 정치권 대부분이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 수성을에 지역구를 둔 무소속 홍준표 의원만이 유일하게 나홀로 가덕도신공항 건설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홍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새로운 하늘 길을 여는 역사적 출발점”이라며 찬성 목소리를 냈다.
그는 “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 가덕 신공항 추진을 문재인 정권이 할 것이라고 이미 한달 전에 예측한 바 있었다”며 “첨단제품이 항공 물류로 대전환을 하고 있는 이 시점에 수도권 중심의 인천공항에만 대한민국 항공 물류의 90% 이상을 담당하게 하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에도 맞지 않고, 첨단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덕도신공항특별법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 광주공항이전특별법을 동시에 만들어 국토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것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하늘길을 열어가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통합신공항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기부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되는 대구통합신공항은 정부사업으로 추진되는 김해나 가덕도신공항에 비해 접근성 등 인프라 부족과 수요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어 자칫 ‘동네공항’,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를 줄곧 해 왔다.
대구공항 존치를 주장해 왔던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은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대구통합신공항과 가덕도신공항 빅딜설이 현실화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전 구청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부산시장 선거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며 코로나 지원금에 이은 10조짜리 매표행위로 포퓰리즘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철우 경북지사가 한 때 거론했던 대구통합신공항과 가덕도신공항 빅딜설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대통령과 민주당이 노골적으로 밀고 있는 가덕도신공항을 제치고 (대구통합신공항이) 관문공항이 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성영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