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졌다 하면 화제 샛별 띄우기엔 딱!
#작품 알리기?
남녀상열지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중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특히 유명인들의 연애사는 재미난 안주거리다. 수많은 열애 사실이 보도된다. 하지만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설’로 그치는 일이 대부분이다. 한 연예 관계자는 “친구들이 어울리는 자리에서 몇 차례 식사 자리를 가졌다고 사귄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은 상징성 때문에 함께 있는 장면이 목격만 돼도 교제한다는 오해를 받곤 한다”고 토로했다.
공교롭게도 작품의 발표를 앞두거나, 드라마 방송 중 열애설이 불거질 때가 있다. 강지환과 김하늘은 영화 <7급 공무원> 개봉 직전 열애설에 휩싸였다. 윤은혜와 윤상현은 지난해 KBS 2TV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에 함께 출연하던 중 열애설이 터져 나왔다. 결국 모두 ‘사실무근’으로 판명났다. 이를 두고 작품을 홍보하기 위한 일환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다수 연예 관계자들은 “열애설 마케팅이라 볼 수 없다”고 못 박는다. 열애설로 얻는 ‘득’보다 잃는 ‘실’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한 배우 매니저는 “열애설이 나면 사실 여부를 떠나 구설에 오를 확률이 커지기 때문에 광고업계에서 외면 받아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이것은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일수록 정도가 심한데 김하늘 윤은혜 정도 인지도를 쌓은 배우들이 작품 홍보를 위해 일부러 열애설 마케팅을 이용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무근으로 확인된 열애설이 누구의 입을 통해 흘러 나왔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누가 수혜를 입었는지 측정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열애설을 통해 작품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만은 분명하다.
#신인 띄우기?
‘제2의 OOO’. 신인을 키우는 연예기획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홍보 수단 중 하나다.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들과 공통점을 찾아내 홍보의 일환으로 삼는다. ‘열애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이름값이 있는 유명인의 교제 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이상한 열애설이 두 건 있었다. 우선 일본 롯데 마린스에서 뛰고 있는 김태균이 배우 왕지혜와 교제 중이라고 보도됐다. 보도 직후 왕지혜의 소속사 측은 “좋은 관계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고 교제 사실을 인정했다. 또 하나의 스포츠스타-연예인 커플의 탄생을 앞두고 관심이 집중됐다. 반면 김태균은 열애설 직후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혼삿길 막히면 책임질 건가. 1~2차례 식사 자리를 가진 후 연락도 주고받지 않는 사이다”고 선을 그었다. 왕지혜의 소속사 측 역시 “사귀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한 달 후에 비슷한 상황이 재방송처럼 되풀이됐다. 두산 김현수와 허이재의 열애설을 두고 허이재의 소속사는 “허이재와 통화해 확인했다. 만난 지 한 달쯤 됐다”고 인정했다. 반면 김현수의 입장은 달랐다. 결국 ‘친구사이’인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당연히 팬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또 다른 연예 관계자는 “허이재는 영화 <걸프렌즈>의 개봉을 앞두고 있던 터라 열애설을 마케팅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면서 “남녀 관계는 당사자 외에는 정확한 내용과 상황을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이성 문제는 향후 당사자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홍보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연이어 여배우 측에선 열애설을 인정했지만 스포츠스타들이 이를 부인하면서 연예계에선 ‘반공’ 커플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한쪽만 열애설을 인정해 절‘반’만 ‘공’인된 커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여자 연예인들이 자신의 인지도 상승을 위해 유명 스포츠스타와의 열애설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마케팅 효과는?
연예계를 둘러싼 수많은 루머에 대한 진위 여부를 두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겠느냐’는 속담이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불을 지피지 않고 들쑤시는 것만으로 연기를 낼 수 있는 법이다. 최희섭과 홍진영의 열애설이 대표적이다.
최희섭이 연말 결혼할 예정이라는 것은 지인들 사이에는 알음알음 전해진 사실이다. 하지만 예비 신부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동향 출신인 최희섭과 홍진영을 직접적으로 연결 짓는 ‘이상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최희섭의 예비 신부 김유미 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황당하다. 사실 확인 없이 왜 이런 기사가 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빈 굴뚝에 매캐한 연기가 가득 찰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이번 열애설로 홍진영은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홍진영은 새로운 예능프로그램 출연과 앨범 발표를 앞두고 있다. 때문에 누군가의 의도가 섞인 ‘열애설 마케팅’이 아니냐는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고 말했다.
열애설 마케팅은 대단한 파급 효과를 가진다. 열애 보도 자체도 흥미롭지만 이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발표가 줄줄이 기사화된다. 인정해도 화제, 부인해도 가십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거듭되는 열애설 보도와 반박을 접한 네티즌은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열애설 대상자가 특정 작품이나 활동 재개를 앞두고 있다면 시선은 더욱 냉랭해진다. ‘사실무근’으로 판명한 열애설에 시달렸던 한 배우는 “열애설에 휘말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미지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기사는 사실 여부를 떠나 공신력을 얻기 때문에 열애 사실을 부인해도 거짓말을 했다는 뉘앙스를 풍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지 관리보다는 이름 알리기에 우선인 신인의 경우 기획사 차원에서 열애설 마케팅을 펼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