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실화탐사대
지난 10월 30일 한 호텔 연회장에서 한 남자의 운명이 바뀌는 사고가 벌어졌다. 호텔에서 빌린 리프트를 이용해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던 중 갑자기 리프트가 쓰러져 6m 높이에서 추락한 것.
추락 당시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친 충격으로 의식을 잃은 작업자는 바로 올해 39살 손현승 씨였다. 사고 이후 동생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형 봉수 씨.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인 그는 동생이 더 오랜 시간 세상에 머물길 바라며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손봉수 씨는 “제 동생의 몸이 다른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일부분이라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그런 부분들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바쁜 의사 형을 대신해 가족을 돌봤던 동생 현승 씨. 십여 년간 현수막 제작, 설치하는 일을 했던 그는 늘 현장에서도 동료를 위해 위험한 일을 자처했다고. 특히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안전에도 각별했다고 한다.
대체 왜 현승 씨는 6m 높이의 리프트에서 추락하게 된 걸까. 사고가 발생한 호텔 측은 작업자의 안전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다. 리프트가 쓰러지지 않도록 고정하고 받치는 안전지지대를 작업자가 제거한 채 작업했다는 것.
하지만 가족 측 변호사는 당시 현장 상황 때문에 안전지지대를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호텔 측의 임박한 행사 준비로 작업 현장에 테이블이 미리 설치돼 있어 안전지지대를 펼칠 만큼의 충분한 공간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가족 측 변호사는 “작업 현장을 보면 벽면과 테이블 사이에 리프트가 겨우 들어가기 때문에 이 크기의 안전장치를 전혀 설치할 수 없는 공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벌써 14일째 누구보다 건강했던 현승 씨는 뇌사 상태에 빠져 끝내 깨어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말썽 한 번 안 피우고 그저 열심히 일해 온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어머니.
장기기증이 이뤄지는 수술 날 아들을 배웅하던 노모는 아직 따뜻한 아들의 발을 붙잡고 끝내 수술실 앞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의 심장이 멈춘 시간은 11월 12일 오후 6시 27분. 늘 타인을 배려하던 현승 씨는 또다시 누군가를 위해 심장과 두 개의 신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사고 이후 현수막 업체와 현장에 있던 작업자에게 모두 사과를 받았던 가족들. 하지만 유일하게 호텔 측만 아무런 전화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들은 또 한 번 사과를 요구하지만 호텔에선 아직 수사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사과하기는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저 열심히 작업하려고 했던 고(故) 손현승.
그가 떠난 세상엔 더 이상 다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그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한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한국판 캐치미 이프유캔 그 후’로 미용성형으로 얼굴을 바꾸고 UDT 출신 퇴역군인으로 다시 돌아온 가짜 사나이의 흔적을 다시 한 번 추적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