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태 등 몇몇 의원들 ‘비대위’ 인적개편·해체론 제기…“내년 4월 이후 염두에 둔 포석”
12월 2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 2기’ 구성을 언급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노력을 평가한다”면서도 “그런데 현역 의원들, 당원들, 지난 총선에서 실패한 위원장들이 비대위원장과 같이 안 가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비대위는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며 “김 위원장 리더십 자체를 흔들 형편은 아니고, 사람을 전부든 일부든 바꿔서 2기 비대위로 당의 총력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뿐 아니라 당 안팎에서 비대위 인적 교체론이 제기된다. 현 비대위는 신선함을 추구하며 청년·여성 중심으로 구성했다. 이를 두고 비대위원들이 김 위원장 존재감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인 위원장의 ‘원 보이스’ ‘원맨쇼’에 가깝다는 우려다. 이에 중진 의원이나 대선후보급 인사들을 비대위에 합류시켜 당 분위기를 띄우고, 대여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비대위원은 9명으로,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비대위원은 15명까지 둘 수 있어 충원은 가능한 상황이다.
비대위 체제 개편 의견이 나오는 것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 여권에 불리한 이슈가 많았음에도,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 주간집계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11월 3주 차에 전주 대비 2.7%포인트(p) 상승한 30%를 기록, 더불어민주당(32.1%)과 격차를 줄였다. 하지만 4주 차에 국민의힘은 다시 2.1%p가 하락해 27.9%, 민주당은 2%p 오른 34.1% 지지율을 보였다(리얼미터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김종인 위원장은 당내 제기되는 ‘2기 비대위’ 체제 개편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1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내가 필요할 때 하는 것이지, 밖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고 따라가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비대위 인적 교체에서 더 나아가, 비대위 체제를 끝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0월에도 국민의힘 원내에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 퇴진 및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대한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조경태 의원은 10월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비대위의 한계를 많은 국민들과 당원들이 절감하고 있다. 현재의 비대위로서는 더 이상 대안세력, 대안정당으로 기대할 수 없다”며 “비대위를 여기서 끝내자. 전당대회를 통해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달 27일 의원총회에서는 발언대에 나가 “당이 위기이고 비대위 지도력이 한계를 보였기 때문에 새 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의원 등 중진들도 “이러다 당이 망할 수 있다”고 비대위 체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본인과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의원 등 대권주자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체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11월 김종인 위원장이 당내 중진들과 잇따라 회동을 가지며, 퇴진론은 수그러드는 듯했다. 김 위원장은 11월 2일 부산지역 중진 의원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서울지역 전·현직 중진 정치인들을 만났다. 이어 8일에는 4선 이상 중진 의원들, 16일에는 당내 3선 의원들과 저녁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종인 위원장과 당내 중진들 간에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만찬에 참석했던 전·현직 의원들은 이날 나눈 대화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다만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전략, 비대위 운영 방향, 원내 소통과 당내 단합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고 추정되고 있다.
11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김종인 위원장의 수습에도 불구하고 일부 중진 의원들은 여전히 물밑에서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던 조경태 의원은 앞서 11월 18일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못하고 있다. 비대위를 1년 가까이 끌고 가는 것은 그 자체가 비정상적이다”라며 “한 알의 밀알이 될 각오로 당에서 필요로 한다면 헌신할 각오는 돼있다”고 당대표 출마를 시사했다(관련기사 [인터뷰]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김종인 체제 1년 끌고가는 건 비정상”).
이어 12월 1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의 ‘김종인 비대위 2기 구성’ 주장은 비대위를 흔들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본다. 여당 악재의 반사이익도 못 얻으니 새로운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가장 좋은 방안은 전당대회라고 본다. 하지만 안 되면 인적 변화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 역시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의정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중진 의원 측 관계자의 말이다.
“회동에서 김종인 위원장과 중진들 사이에 어떤 말이 나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 유지에 대한 공감이 중진들 사이에 이뤄졌는지 모른다. 의원의 출마 의지는 확실하다. 이에 맞춰 TK(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지역을 돌며 국민들을 만나고 있다. 정치 현안에 대해 방송이나 SNS 등을 통해 발언하며 입지도 넓히고 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일단 세를 모아둔다는 것이다. 다른 몇몇 의원들도 전당대회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진들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마무리되고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는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책임지기로 합의하고 출범했다. 전당대회를 두고 내부 혼란이 야기되면 지지율이 정체가 아니라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며 “당 일부의 의견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다른 중진 의원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 지지율이 정체되고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며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면 당내에서 비대위 개편이든 전당대회든 모든 방안을 두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당 안팎에선 내년 4월 보궐선거 이후의 당내 권력구도를 염두에 둔 신경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의원들도 보궐선거 전에 개최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보인다. 다만 보궐선거 성적에 따라 이후 김종인 위원장의 행보를 걱정을 하는 것 같다”며 “보궐선거 결과가 안 좋으면 비대위 해체는 바로 시작된다. 하지만 동시에 국민의힘은 사실상 괴멸 상태가 될 것이다. 미래가 없는데 당권을 쥐어서 뭐하겠나. 반면 서울·부산시장을 모두 이기면 바로 대선까지 김종인 체제로 가자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럼 중진들로서는 당권을 김종인 위원장에 넘겨준 채로 대선까지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에 보궐선거 전에 당권을 되찾아오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