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 “현금 받아도 임대료로 흘러가…지역화폐로 보편 지급돼야“
재래시장에서 지역화폐로 상품을 구매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경기도 제공
[일요신문] 3차 재난지원금이 선별지급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2월 1일 김태년, 주호영 원내대표와 여야 예결위 박홍근, 추경호 의원의 회동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재난지원금 3조 원을 포함하기로 합의하고 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했다.
박홍근 의원은 12월 2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2차 재난지원금을 받았던 대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전 국민에게 다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좀 더 피해가 큰 계층과 업종에 지원하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선 11월 30일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MBC라디오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피해 집중 계층에 실효적 지원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 원칙”이라며 “전 국민 대상의 1차만이 아니라 맞춤형으로 지원한 2차 재난지원금도 좋은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선별 지원 필요성을 설명하려 애쓰던 2차 때와는 딴판이다. 보편 지급을 주장하는 이들의 비난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2차 재난지원금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대기업만 배불리는 통신비 지원’ ‘자영업자 현금 지급은 건물주 살리기’라는 등의 여론에 휩싸여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민주당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지 않아 지도부 개개인에 대한 비난은 줄었지만 선별 지급 결정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던 11월 27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피해 당사자인 자영업자들의 선택은 단연코 보편 지급”이라며 “선별 지급한 2차 재난지원금으로는 시장을 살릴 수 없음을 경험했다”고 했다. 이들은 “1차 재난지원금은 지역 내 골목 상권에서만 사용 가능한 지역화폐로 지급돼 침체된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을 살렸지만 2차 재난지원금은 대부분 임대료를 해결하는 데 소모됐다. ‘취약 계층 선별 지급론’은 현장을 모르는 이들의 공허한 외침이며 생색만 내겠다는 발버둥에 불과하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전 국민 보편 지급을 주장하는 이들은 대체로 선별 지급의 기준이 불분명하고 불공정하며, 경제 활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누구는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해 국민 분열을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망각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를 일부 뒷받침하듯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에서 2차 재난지원금(선별 지급)이 포함된 4차 추경안이 1차 재난지원금(보편 지급)이 포함된 2차 추경안보다 대상자 선별로 인한 지급 시점이 지연되고 업종 간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보건복지부 위기가구 긴급생계 지원에서 복지부는 당초 모호한 기준과 복잡한 증빙 절차로 인해 저조한 신청 건수를 기록하다 지난 11월 급하게 지원 기준을 대폭 낮추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한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1월 28일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에 3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한다는 호소문을 보내며 보편 지급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보고를 근거로 “1차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1.81배의 생산유발효과가 나타났지만 2차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선별 지급한 후 가계 소비지출은 오히려 1.4% 감소했고 1차 지원금 지급 시 느꼈던 경기 활성화는 느낌조차 없었다”며 “소득 최상위 적자가구 비율은 감소했지만, 소득 최하위 적자 가구 비중은 37%에서 50.9%로 대폭 늘어나 계층 간 격차와 저소득층 경제 상황만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로 모두가 피해를 입었는데, 경제정책 혜택이나 복지정책 혜택에서 세금 내는 국민을 배제하는 것도 옳지 않다. 3조~4조 원의 선별 현금 지급은 규모, 대상, 방식, 효과 등 여러 면에서 20만~30만 원의 전 국민 지역화폐 지급에 비해 아까운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낭비하는 것”이라며 “같은 예산으로 가계지원과 경제 활성화 효과를 동시에 누릴 정책이 있다면 당연히 중첩효과가 있는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며 “그 정책이 바로 전 국민에게 소멸성 지역화폐를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이라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