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BS 궁금한 이야기Y
지난 24일 비명을 지르며 다급하게 은행 밖으로 뛰쳐나온 남자. 온몸이 피범벅이 된 채 급하게 뛰쳐나온 남자는 이 사무실 직원 박 아무개 전무(가명)였다.
주민들의 신고에 출동한 구급대원은 사무실에서 치명상을 입은 여직원을 발견했다. 일곱 군데 이상 칼에 찔려 사망한 여성은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이 과장(가명).
대낮에 벌어진 은행 강도의 소행이었을까. 그런데 가해자는 범행을 저지른 후에도 사무실에 태연히 앉아 주민들과 눈인사까지 건넸다고 한다.
잔혹하게 두 명의 직원을 살해한 그는 놀랍게도 얼마 전까지 이 곳에서 일했던 김 아무개 감사(가명)였다. 그는 대체 왜 자신의 옛 일터로 돌아와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인 걸까.
가해자 지인은 “15년도인가. 그 분이 감사를 하고 있었어요. 새마을 금고에. 자꾸 간섭하다 보니까 그 당시 이사장하고 박 전무하고 기획을 하고 이 과장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작당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비극은 5년 전 세 사람의 악연에서 시작되었다. 가해자 김 감사가 이 과장을 성추행했다고 문제가 제기되었던 것. 김 감사는 당시 이 모든 게 자신에게 앙심을 품은 박 전무가 이 과장과 짜고 자신을 성추행범으로 몰았다고 주장하며 본인의 SNS에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몇 차례의 고소 고발 끝에 성추행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이 과장의 무고혐의도 성추행이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그 과정에서 박 전무와 이 과장은 사내에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해고됐다가 복직되는 등 5년 전 사건은 세 사람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안겼다.
성추행의 피해자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의 피해자로 희생당한 이 과장은 세 아이의 엄마였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고 수년간 계속된 성추행 피해를 속으로만 안고 지냈다는 그녀. 남편은 자신의 아내가 왜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아직도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 뿐이다.
김 감사는 대체 왜, 무려 5년 전 일을 가슴에 품고 있다가 이토록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한 남자의 무모한 집착이 불러온 비극의 진상을 파헤쳐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