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땅만 활용해도 황금알 ‘쏙쏙’
▲ 영화 <잃어버린 세계> |
KT는 지난 8월 2일 부동산 개발 전문 법인 ‘KT에스테이트’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자본금 80억 원 규모의 KT에스테이트는 KT의 100% 출자로 설립됐다. KT는 부동산 개발 법인 설립을 통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고 동시에 유휴 부동산에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KT는 부동산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신규 법인 인력 대부분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신임 대표에는 김경수 전 하나대투증권 상무를 선임했다. 그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을 전공한 부동산 전문가다.
통신전문 기업인 KT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다소 생소해 보이지만 지난해 이석채 회장 체제가 출범한 후부터 이미 KT는 꾸준히 부동산 개발 시장에 투자를 해왔다. 다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소규모 임대 사업을 통해 임대료 및 개발수익을 올려왔을 뿐 체계적인 사업을 벌인 적은 없다.
KT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통신시장의 불안한 전망에서 찾을 수 있다. 현 국내 통신시장은 내수 경쟁만 치열하게 벌어질 뿐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2010년 6월 기준,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는 4951만여 명으로 인구대비 보급률 101%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KT의 부동산 개발 시장 진출은 유·무선 통신이 통합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유휴 부지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찾은 것이란 분석이다. 공시지가와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KT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 가치는 약 6조 4000억 원으로 실거래가로 치면 수십조 원에 달한다. KT의 부동산 시장 진출은 이 같은 부지를 활용하면 막대한 개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KT의 한 해 부동산 수익은 3000억 원. 또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KT가 이번 KT에스테이트 설립 후 본격적인 부동산 시장 진출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먼저 중소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KT의 부동산 개발 시장 진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최근 현 정권에서 외치는 ‘대기업 책임론에 따른 중소기업과의 상생’ 기조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는 “KT가 자사 보유 부지만 개발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이에 대한 반발감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KT가 또 다른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과연 중소 부동산 개발업체들과 상생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도 “최근 부동산 경기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기업까지 끼어들면 결국 중소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경영난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도 이번 KT의 부동산 개발 사업 진출을 비판하고 있다. 공기업 시절 저가에 구입한 땅을 가지고 KT가 민영화 후 땅장사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대부분 공기업 시절 정부로부터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취득한 것”이라며 “당시 저가에 사들였던 부동산을 민영화가 된 이후 고가에 되팔겠다는 것은 결국 정부에서 입은 혜택을 가지고 자사의 이윤추구만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런 일련의 지적에 대해 KT 측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박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유휴 부지에 건물을 지어 분양 혹은 임대하는 등 내부 자산을 가지고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지 남(중소기업)의 일을 뺏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땅장사’라는 것도 부지를 팔아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은 비판”이라고 밝혔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