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에버 합병으로 정의선 회장 지분 가치 ‘업’…신사업 이끌 글로비스, 상장 임박 엔지니어링 주목
#현대오토에버, 정의선의 ‘캐시카우’ 되나
합병기준가 9만 2237원을 기준으로 한 현대오토에버 시가총액은 1조 9370억 원이다. 자기자본 5400억 원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5배다. 현대오토에버, 현대오토론, 현대엠엔소프트 3사 통합법인의 자기자본은 약 9000억 원이다. 합병기준가로 계산하면 PBR은 3.9배다. 현대오토에버가 2021년 4월 13일 약 600만 주의 신주를 발행해 상장하는 합병방식이다. 합병 전 현대오토에버가 통합법인의 PBR을 미리 반영한다면 주가는 약 13만 원이 되어야 한다. 주가 13만 원 이상이 합병 시너지에 대한 시장 평가다.
현대오토에버 본사 전경. 사진=현대오토에버
현대차그룹은 합병 후 관리비용 절감, 물적·인적자산의 공유 및 효율적 배분, 합병회사가 보유한 네트워크 등 유·무형자산의 활용 등을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은 현대차그룹의 미래전략에서의 위치다. 현대오토에버의 IT서비스, 현대오토론의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 현대엠엔소프트의 내비게이션 기반 차량용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연결하면 미래형 자율주행자동차 플랫폼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정의선 회장의 현대오토에버 지분 9.57%의 가치는 합병기준가 기준으로는 1854억 원이지만, 합병으로 주가가 오르며 현재 2600억 원에 달한다. 합병 후 지분율은 7.44%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피할 수 있다. 삼성에 비유하면 삼성SDS와 같은 역할이 기대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임준선 기자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현대차(30%), 현대모비스(20%), 정의선 회장(20%)과 함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 참여했다. 제조가 아닌 물류기업이 로봇회사에 투자한 점이 눈길을 끈다. 최근 현대글로비스에는 그룹의 미래 관련 사업이 잇따라 배정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리스, 수소 국내 물류, 수소 해상운송, LNG 운송 등 모두 높은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는 사업군들이다. 일본에서는 도요타의 물류계열사인 도요타통상이 중고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탄생 자체가 도요타자동차를 참고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현대차그룹 중고차 사업의 주체가 될 것이 유력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A/S부품을 현대모비스에 넘겨 ‘순정부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인 후 그룹을 지배했다. 정의선 회장에게는 중고차와 현대글로비스가 비슷한 존재일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가진 최대주주다. 정몽구 명예회장도 정몽구재단과 함께 11.17%를 보유 중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든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올라야 정 회장 부자에게 유리하다. 현재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19만 원 안팎이다. 최고가이던 2014년 30만 원 수준까지 오르면 정 회장 부자의 지분가치는 2조 4000억 원에서 3조 9000억 원으로 불어난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임박
장외시장에서 80만 원 아래에 머물던 현대엔지니어링 주가는 11월부터 급등, 최근 92만 원을 넘었다. 올해 실적이 부진하지만 최근 건설주 급등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시총으로는 약 7조 원으로 상장사인 현대건설보다 3조 원가량 많다.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 지분 가치만 각각 8000억 원, 3000억 원 이상이다. 현재 장외가로 상장, 또는 현대건설과 합병된다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67%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지분가치도 8000억 원이 넘게 된다.
정의선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추려면 정 회장 본인이나 현대글로비스가 기아차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 17.3%(시가 약 4조 2000억 원)를 인수하면 된다. 이를 위해 정의선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주식 자산은 현대차 1조 원, 기아차 4000억 원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 2조 원, 현대제철 6000억 원 등 2조 6000억 원. 현대엔지니어링에서 1조 1000억 원, 현대오토에버에서 3000억~4000억 원을 확보한다면 1조 5000억 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정 회장 부자의 주식자산 가액이 커질수록 지배구조 개편의 선택지는 넓어질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 회장과 현대글로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에 요긴한 자산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