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EV 화재 원인 두고 ‘동맹’ 현대차와 입장차…APS 화재 사고 미국 등 국내외 신뢰 회복 숙제
공식 출범을 목전에 둔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화재’라는 악재를 마주했다. LG화학 이사회가 배터리사업부 분할안을 결의한 지난 9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모니터에 LG화학 주가 그래프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기차 화재에 ‘배터리 동맹’ 챙기랴 ‘글로벌 시장’ 챙기랴
LG화학은 최근 현대차와 제너럴모터스(GM)의 연이은 리콜로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배터리 셀 결함이 화재의 원인으로 꼽히면서 완성차 업체들과 책임 소재를 두고 긴장 관계에 놓이게 됐다. 현대차와 GM은 각각 지난 10월 13일과 11월 13일 코나EV와 쉐보레 볼트EV의 리콜을 결정했다.
먼저 현대차는 2017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제작된 코나EV 7만 7000여 대를 리콜키로 했다. 2018년 5월부터 국내외에서 총 13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문제는 화재의 원인 규명을 두고 현대차와 국토교통부, LG화학 간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다. 앞서 현대차는 코나 화재 원인을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 합선으로 지목한 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했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8일 코나EV의 리콜을 알리며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LG화학은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현 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배터리 셀 불량이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며 “국토부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LG화학 배터리 셀 불량이 화재의 원인이 아닐 경우 화살이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의 설계 결함으로 향하는 만큼, ‘전기차 동맹’의 균열 가능성이 남는다.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쉐보레 볼트EV 6만 8600여 대의 리콜을 결정한 GM과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코나EV 화재를 계기로 현대차가 삼성SDI와 본격 협력에 나서며 LG화학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SDI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실제 지난 10월 30일 현대차의 30조 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사업 입찰에 삼성SDI가 참여한 것. 현대차는 오는 2021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순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모델 3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아이오닉5에 탑재할 배터리 공급 업체에는 SK이노베이션이, 아이오닉6에는 LG화학과 중국 CALT가 선정됐다. 삼성SDI는 3개 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아이오닉7용 배터리 업체 선정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현대차와의 갈등을 감수하더라도 신뢰 확보가 우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 중인 데다가, LG화학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나EV 화재의 경우 아직까지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며 “추후 조사 결과 설계의 문제로 밝혀질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전했다. 이어 “전기차 배터리의 수요가 공급을 앞서게 돼 완성차 업체와 부품 생산 업체가 과거의 갑을관계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배터리 생산 업체인 LG화학도 마냥 현대차나 GM의 입장을 따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에 미칠 영향 주목
LG화학은 자동차안전연구원이 내놓을 코나EV 화재 조사 결과에 집중하고 있다. 조사 결과 LG화학이 생산한 배터리 결함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될 경우 새롭게 깃발을 올린 ‘LG에너지솔루션’은 출범 직후부터 충당금 부담을 짊어질 수도 있다. LG화학은 이미 ESS배터리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로 지난해 4분기 사상 최초로 분기 적자를 기록한 전례가 있다.
친환경·신재생에너지 공약을 앞세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업계에 수혜가 예상되지만 LG화학은 아직 웃을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해 4월 미국 애리조나 전력업체 APS에서 발생한 변전소 화재의 원인을 두고 APS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화재로 인해 국내 ESS 시장이 경직되며 국내 ESS 배터리 생산업체는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LG화학은 APS 화재로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APS는 지난 7월 애리조나기업위원회(ACC)에 사고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며 배터리 셀 사이에 열을 차단할 수 있는 보호장치가 없어 배터리 셀 내부 고장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LG화학은 지난 7월 ACC에 전문기관과 함께 분석한 보고서를 제출하며 APS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보고서에는 운영상의 문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아직까지 LG화학 측이 제출한 보고서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 7월 외부 충격에 의한 화재 발생 가능성과 그 근거를 담은보고서를 ACC에 제출했다”며 “ACC의 조사결과 발표 시점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ESS 사업을 영위하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친환경 정책 강화로 ESS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지며 대기업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LG화학은 미국 현지에서 인명피해를 불러온 화재 사고가 발생한 탓에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신설법인이 최근 불거진 배터리 화재 사고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자체적인 상황 컨트롤 능력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