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출수수료·규제 없어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소비자 연령대 등 달라 무작정 따라해선 안돼” 지적도
‘라이브커머스’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홈쇼핑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카카오의 쇼핑라이브 모습. 사진=카카오커머스
홈쇼핑업계 ‘빅4’로 불리는 GS홈쇼핑,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 CJENM(CJ오쇼핑), 현대홈쇼핑의 올해 3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4%, 8%, 2.5%, 7.3%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혜택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새로운 유통채널인 라이브커머스가 부각하면서 홈쇼핑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동영상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다. 영상을 통한 쇼핑플랫폼이라는 점에서 홈쇼핑과 닮아 있지만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소비자가 채팅으로 대화에 참여해 판매자와 양방향 소통을 할 수 있고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사람들이 생동감 있게 방송을 진행하는 등 홈쇼핑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라이브커머스의 성장 속도는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빨라지고 있다. 포털 사업자인 카카오와 네이버가 플랫폼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라이브커머스를 구축하며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정식 출범한 카카오쇼핑라이브는 지난 11월 20일 기준 누적 시청 횟수 1000만 회를 돌파, 올여름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는 지난 12월 7일 누적 시청 횟수 4500만 회를 기록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2023년까지 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홈쇼핑업계 규모가 20조 원대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라이브커머스는 홈쇼핑업계를 위협하는 채널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홈쇼핑업계는 라이브커머스의 성장세를 경계하고 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의 등장이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라며 “TV와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은 다르지만, 콘텐츠는 비슷해서 위협적인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털어놨다.
송출수수료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홈쇼핑이 라이브커머스의 도전을 견뎌낼 수 없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홈쇼핑사는 유료방송사업자(IPTV, 위성, 케이블TV)에 ‘송출수수료’를 지불한다. 모바일 이용시간이 증가하는 반면 TV 시청시간은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송출수수료는 매년 상승하며 홈쇼핑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홈쇼핑 7개 법인 기준 2019년 송출수수료 비율은 방송 취급고 대비 16.3%, 방송 매출액 대비 49.2%다. 전체 송출수수료는 2015년 1조 1309억 원에서 2019년 1조 5497억 원으로 37% 증가했다. 앞의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사가 송출수수료라는 악조건을 갖고 라이브커머스와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라이브커머스는 지출해야 할 송출수수료도 없고 납품업체가 라이브커머스 측에 지불하는 수수료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납품업자는 홈쇼핑에 매출의 29.1%, 네이버 라이브커머스 방송에는 3%의 수수료를 내기에 라이브커머스로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오린아 연구원은 “2019년 홈쇼핑업체들이 올린 방송 매출액을 모두 라이브커머스로 일으켰다면 플랫폼에 지급해야 할 판매수수료는 실제 지급된 유료방송사업자 수수료 대비 10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브커머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전통적인 온라인 유통업인 홈쇼핑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CJ오쇼핑의 생방송 모습. 사진=CJ몰 방송 캡처
정부의 규제면에서도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는 대비된다. 홈쇼핑은 방송법과 대규모유통업법 등 각종 규제를 적용받으며 5년마다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영업이익의 13%를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내야하며 판매 상품 편성에 중소기업 상품 55~100% 포함 의무도 있다. 하지만 라이브커머스는 이 같은 규제에서 자유롭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홈쇼핑사들의 실적이 괜찮았음에도 투자자들이 투자하지 않는 것은 라이브커머스를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에 큰 기대감을 갖지 않기 때문”이라며 “송출수수료와 규제 등을 갖고 있는 홈쇼핑에 라이브커머스는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이다. 그중 하나가 아이러니하게도 라이브커머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홈쇼핑업체들은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쇼크라이브’와 ‘라이브쇼핑’, ‘몰리브’ 등 생방송 쇼핑 채널을 운영 중이다. 특히 CJ오쇼핑은 지난 11월 네이버의 라이브커머스에 입점해 라이브 쇼핑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는 CJ그룹과 네이버가 물류‧콘텐츠 동맹을 맺은 뒤 시너지를 내기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현대홈쇼핑도 9월 뷰티 전문 멀티채널네트워크(MCN, 크리에이터의 소속사)인 ‘디프런트밀리언즈’에 약 120억 원을 투자해 지분 40%를 인수했다. 현대홈쇼핑은 첫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자사 쇼핑몰인 현대H몰의 라이브커머스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홈쇼핑업계가 무작정 라이브커머스를 모방한다면 소비자의 호응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홈쇼핑업계 다른 관계자는 “홈쇼핑의 라이브커머스와 기존 라이브커머스는 소비자 연령대와 플랫폼 등 여러 차이가 있어서 마냥 따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2018년부터 선보인 홈쇼핑의 라이브커머스가 그동안 왜 주목받지 못했는지 고민해야 할 뿐 아니라 단순히 따라하기보다 그 이상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