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정국 이후 이낙연 하락세 틈타 ‘사이다’ 이재명 ‘정권 반기’ 윤석열 급부상
#1분기: ‘최장수 총리’ 이낙연, 달아오른 대세론
달력을 2020년으로 넘긴 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던 1월 13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물러났다. 이 전 총리는 2017년 5월 31일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이 통과된 뒤 958일 동안 재임했다. 제6공화국 수립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였다. 역사적인 타이틀을 얻은 이 전 총리를 두고 ‘이낙연 대세론’이라는 말이 생겼다. 차기 대선주자로 이 전 총리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는 오마이뉴스 의뢰를 받아 달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발표했다. 평균적으로 2500여 명 표본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의 신뢰도는 95%, 표본오차는 ±1.9%포인트(p)였다(이하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19년 12월 31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총리 지지율은 29.4%였다. 이 전 총리 대항마는 황교안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전 대표였다. 이 조사에서 황 전 대표는 20.1% 지지율을 기록하며 이 전 총리를 추격했다.
2020년 1분기 이 전 총리 지지율은 ‘이낙연 대세론’이란 신조어를 뒷받침할 만큼 안정적이었다. 1월부터 3월까지 이 전 총리 지지율은 각각 29.9%, 30.1%, 29.7%였다. 30%선을 기준으로 위아래로 소폭 상승·하락을 반복했다.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이 전 총리 역할론이 부각되면서 지지율은 굳건한 모양새를 띠었다. 대항마였던 황교안 대표는 20%선을 기준으로 지지율이 오르락내리락했다.
그 가운데 2월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 상승이 돋보였다. 2019년 12월 8.8% 지지를 받던 이 지사는 1월 5.6% 지지율을 기록하며 다소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2월부터 ‘강경한 방역 카드’를 잇따라 꺼낸 이 지사의 지지율이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였다. 2월 이 지사 지지율은 13.0%로 껑충 뛰어 올랐고, 3월엔 13.6% 지지를 받으며 자신의 지지율이 ‘반짝 상승세’가 아님을 증명했다.
총선을 마친 뒤 당선인사를 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일요신문DB
#2분기: 대세론 거품 빠지기 시작
2020년 4월 이낙연 대세론은 정점을 찍었다. 이낙연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 직을 맡아 4·15 총선을 진두지휘했다. 이 전 총리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지역구 선거 맞대결 상대는 황교안 전 대표였다. 이 전 총리는 선거에서 황 전 대표를 제압하며 정치 1번지에 깃발을 꽂았고 의원 직함을 다시 달았다. 이 의원은 선대위원장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이끌며 180석 공룡여당을 만드는 데 초석을 놨다.
4월 28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의원 지지율은 40.2%였다. 총선 승리 이후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야권 대항마였던 황 전 대표 이름은 잊혀 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4.4% 지지율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총선 승리 이후 두 달 동안 이낙연 의원 지지율은 차츰 하락하기 시작했다. 5월 이 의원 지지율은 34.3%로 4월 대비 5.9%p 하락했다. 6월 지지율은 30.8%였다. 총선 이후 2달 만에 지지율이 총선 전 수준으로 원위치한 셈이었다.
그러는 사이 이재명 지사는 차츰 여권 내 ‘양강구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5월 14.2%, 6월 15.6% 지지율을 기록한 이 지사는 이낙연 의원과 격차를 차츰 줄여나갔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 등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개진하는 이슈 선점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6월 지지율 그래프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5월부터 ‘청와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등 검찰이 청와대를 정면 겨냥한 수사를 이어가면서 윤 총장이 주목을 받았다. 뚜렷한 구심점이 없던 보수진영 지지자들이 윤 총장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윤 총장은 6월 30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결과에서 10.1% 지지를 받았다.
10월 16일 수원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임준선 기자
#3분기: 떠오르기 시작한 이재명 대망론
7월부터 9월까지 정치권은 여러 대형 이슈로 들썩였다. 7월 9일엔 또 다른 잠룡군으로 꼽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를 함께 치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정치권의 계산은 복잡해졌다.
박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일주일 뒤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선무효형 기로에 서 있던 이 지사는 살아났다. 2심 당선무효형이 유지될 경우 차기 대선 출마가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었다. 7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지사 관련 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 지사는 대권 도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의 8부능선을 넘었다.
이낙연 의원은 당권을 거머쥐었다. 8월 29일 이 의원은 6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경쟁자였던 김부겸 전 의원을 꺾었다. ‘이낙연 대세론’은 물 흐르듯 단계를 밟았다. 그러나 지지율은 하락 추세로 접어들었다. 줄곧 30% 지지율을 유지하던 이 대표는 7월 25.6%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당권을 거머쥔 8월 지지율은 24.6%였고, 당대표 취임 첫 여론조사였던 9월 지지율은 22.5%였다. 총선 이후 절반에 가까운 지지층이 이탈한 셈이었다.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이 대표가 대표 취임 이후 발목이 잡힌 격이 됐다”면서 “당 대표로서 정부·여당의 정책적 결정에 책임에 대한 부담감이 생긴 까닭”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당 대표 타이틀을 달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자유도는 하락하고 ‘대세론’ 훈풍은 멎어가고 있다”면서 “‘7개월 당대표’를 맡은 것이 독이 되고 있다는 내부 여론도 형성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낙연 대표가 주춤했던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법원 판결 후 본격적인 양강구도를 확립했다. 이 지사는 7월부터 9월까지 19.6%-23.3%-21.4% 지지율을 기록했다. 9월 이 지사 지지율은 이 대표 지지율을 오차 범위 내로 맹추격했다. 그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은 10%를 웃도는 지지율을 유지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일요신문DB
# 4분기: 윤석열 급부상 ‘3강 체제’로
11월 2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10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율은 21.5% 동률이었다. 이 지사는 10월 16일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마지막 걸림돌’을 훌훌 털어버렸다. 이로서 여권 내 치열한 양강 경쟁 구도가 완전히 정착했다.
그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극심한 갈등을 빚은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이 껑충 뛰었다. 9월 10.5%였던 윤 총장 지지율은 10월 17.2%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상위 3인이 5% 범위 내에서 혼전을 치르는 양상으로 판도가 형성된 셈이었다.
10월 이후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관련 수사,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수사에 탄력이 붙으면서 윤 총장 지지율은 가파르게 올랐다. 윤 총장 칼끝이 청와대를 비롯한 현 정부 핵심을 겨냥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망론’에 불이 지펴지기 시작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사람”이라면서 윤 총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고려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 여론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사실상 현재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에 윤석열 검찰총장보다 더 나은 대안이 없다”면서 “윤석열 대망론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변수’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상수’가 됐다”고 했다. 야권에서 윤 총장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 셈이다.
윤 총장은 10월 23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깜짝 발언을 했다. 그간 정계 진출에 거듭 부정적 의사를 밝혀왔던 윤 총장은 이날 ‘정계 진출 가능성’을 묻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소임을 마치고 나면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 이 발언은 윤 총장이 미미하게나마 정계 진출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됐다.
11월 윤 총장 지지율은 다시 상승했다. 11월 30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에서 윤 총장은 19.8% 지지를 받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6%,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9.4% 지지율을 기록했다. 윤 총장은 ‘3강 체제’로 판도가 바뀐 지 한 달 만에 오차범위 내에서 이 지사를 제치고 지지율 2위로 올라섰다.
과거 진보와 보수를 오가며 선거 기획을 담당했던 한 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대통령이 재가했고, 이젠 행정소송 절차가 남았다”면서 “윤 총장은 이제 문재인 정부 대항마가 되느냐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이 고비를 잘 넘기면 야권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거듭날 수 있다”고 했다. 이 인사는 여권의 ‘양강 구도’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경우 ‘대세론’이 지나치게 빨리 찾아온 까닭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 대표가 된 뒤엔 리더십 방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들린다. 이재명 지사의 경우엔 ‘사이다’ 이미지로 지지세를 확립했는데, ‘사이다’ 이미지 말고 다른 뚜렷한 장점을 부각할 필요성이 있다. 2021년에 접어들면 이 대표와 이 지사가 자신의 단점을 치열하게 보완하며 더 열띤 지지율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본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