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호 2기’ 수소 생산·탈탄소 비전 좋지만 ‘본업’ 철강 저성장 극복 먼저라는 지적도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하면서 수소 생산을 통한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놨지만 전망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이 갈린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018년 7월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포스코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최정우 회장을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3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면 연임에 성공한다. 이에 맞춰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 톤 생산체제를 구축해 매출 30조 원을 달성하고, 이를 통해 탈탄소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2050년 탄소중립 전략에 발맞춘 행보다.
수소사업 진출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탄소배출량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복안이 담겼다. 포스코는 철강업 의존도가 높아 신사업 발굴이 생존 과제다. 수소는 석탄을 대체할 친환경에너지로,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기술도 각국에서 연구 중이다. 포스코 입장에선 주어진 숙제를 수소로 해결 가능한 기회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업의 ESG(환경·사회·거버넌스)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EU(유럽연합)는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기업엔 투자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수소는 탄소중립과 신사업 모두 해결 가능한 방법으로, 포스코는 수소연료전지도 개발해왔고 수소생산기업이란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봤다.
실제 포스코는 철강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와 천연가스(LNG)를 이용해 연간 7000톤의 수소를 생산해내고 있다. 또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분리판용 철강제품을 개발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차에 공급하는 등 수소 생산과 이용에 필요한 역량을 갖췄다. 포스코가 수소를 이용한 철강 생산 기술을 보유한 점도 기대를 높인다.
수소사업을 키우려면 국가 차원의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사진=일요신문DB
다만 수소사업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장밋빛 전망은 섣부르다. 국가 차원의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고, 수소충전소 폭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기술 안전성 입증 과정도 거쳐야 한다. 박주근 대표는 “수소는 생산 이동 운송 배급 등 설비를 모두 구축해야 하는 총체적 인프라 사업이어서 국가 지원과 수소충전소 사용에 대한 사회적 동의 등이 필요하다”며 “지금으로선 100% 실현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금융투자(IB)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현재 수소생산 방식은 탄소로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순물로 나오는 수소를 거둬들이는 것으로, 양이 충분치 않고 여전히 공해가 발생한다. 당장 수익성 향상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탄소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전망이 좋을진 의문”이라며 “자연스럽게 수소를 얻는 전기분해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에너지원을 수소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구축은 특정 기업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 의지와 실천 여부에 달렸다”고 봤다.
본업은 저성장 늪에 빠졌고 신사업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만큼 포스코의 부담은 앞으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정우 회장의 2기 체제에서는 본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사업 실적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키우곤 있지만 마켓셰어(MS·시장점유율)가 낮고 차세대 소재에서 앞서지 못했다. 철강업만으로 덩치가 커진 포스코의 생존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며 “본업 사이클이 악화할 경우 신사업 투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 첫 비엔지니어 출신 회장이자 재무통으로 전임 회장들이 벌인 사업들을 구조조정하면서 2차전지 등 포트폴리오를 재편해냈다”며 “다만 그간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실적을 내지 못했기에 연임기간에는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로 본업 경쟁력을 높이고 신사업 성과도 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수소에서도 실현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다만 정부 정책에 발맞추는 데 그치지 말고, 1위 민간 철강업체로서 업계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대표로 목소리 내면서 정부와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전성 강화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에 따르면 포스코 제철소 현장에서 올해만 노동자 5명이 숨지는 등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노동자 9명이 목숨을 잃었다. 포스코는 최근 안전사고 재발 방지에 1년간 1조 원을 추가 투자해 위험 노후 설비 전수조사와 안전요원 확대, 안전기술대학 설립 등을 실천하겠다고 했지만 탁상행정이란 불만이 많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포스코에서 반복되는 사고와 중대재해는 40여 년 된 설비노후화, 비상경영에 따른 현장 인원 감축, 위험의 외주화가 핵심 원인”이라며 “현장은 최 회장의 비상경영으로 3년간 하청노동자 15% 인원 감축에 2인 1조 등 표준작업이 안 되고 정비비용이 15.6% 삭감돼 노후설비 교체와 설비작업 인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복되는 재해 근절을 위한 최 회장 구속, 근본적인 노동안전보건 시스템 혁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