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카드로 꺼내들었지만 업계 반발에 좌초…사상 첫 분기 적자 속 주주·이사회 눈치만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포스코 제공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의 지난 회장들보다 악화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연임에 도전한다. 회장 연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적이다. 그러나 최정우 회장은 2018년 7월 회장 취임 이후 실적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8년 30조 6494억 원이던 포스코 매출은 최정우 회장이 온전한 1년을 맡은 2019년 30조 3735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더욱이 매출원가가 늘면서 2019년 영업이익은 3조 6726억 원으로 전년보다 1조 원 이상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0년 실적은 더 나빠졌다. 특히 2020년 2분기에는 영업손실 1085억 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초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비록 3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은 2619억 원으로 2019년 3분기보다 60%가량 줄어들었다. 다만, 포스코는 적자가 났음에도 주주 배당에 나서 주주친화 정책을 보였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최정우 회장은 지난 5월 물류 자회사 설립 카드를 꺼내들었다. 연간 물류비만 3조 원에 달하는 포스코로선 자체 물류 자회사를 통하면 상당한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류회사 설립은 포스코의 숙원사업으로서 역대 회장들도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바 있다. 계획대로 물류 자회사를 설립하면 최정우 회장은 수익성 제고와 숙원사업·신사업 진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이는 곧 연임을 위한 ‘성과 쌓기’와 연결된다.
하지만 물류 자회사 설립 계획은 해양업과 물류업계 그리고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물류 자회사 설립이 결국 해운업 진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게다가 물류 자회사를 통해 불거질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이 도마에 올랐다. 포스코 측은 “물류 자회사 설립이 해운업 진출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며 “계열사에 흩어진 물류부문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 계획에 대해 말을 아끼는 사이 내부 의사결정이 다른 경로를 통해 먼저 공개되는 촌극도 벌어졌다. 지난 11월 한국선주협회가 성명서를 내고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계획 철회’를 환영한다고 밝혔는데 포스코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하며 논란이 증폭됐다. 한국선주협회는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스코의 계획 철회 결정을 확인해줬다고 성명 배경을 전했다. 포스코는 철회 결정에 대해 반박했지만 아직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포스코는 내부적으로 물류 자회사 설립 철회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회장의 의사결정이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공식 발표를 미루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정우 회장이 연임을 앞두고 자신의 연임을 위한 치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경영 결정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공식화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물류 통합은 처음부터 외부 자회사 설립이나 내부 부문 통합 등 다양한 방향으로 고려해왔는데,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최정우 회장이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포스코 안팎의 반발이 거세다. 사진=일요신문DB
비서울대·비엔지니어 출신인 최정우 회장은 재무통으로 꼽힌다. 그러나 재무통인 최 회장 체제에서 포스코가 효율성과 수익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최 회장은 주주친화 정책에 사활을 걸어왔다. 지난 4월 포스코는 무려 1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결단을 내렸다. 2분기엔 사상 최초 적자가 났음에도 배당금을 지급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주주 챙기기가 연임을 위한 무리수라고 지적한다. 포스코의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실탄을 아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주주 단속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는 최 회장의 연임 반대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 11월 24일에도 광양제철소에서 폭발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측은 “최 회장 체제에서만 노동자 13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비용 절감에 목을 매고 연임만 욕심내다가 참사가 벌어진 것”이라며 “현장을 모르는 관리자 출신 회장의 한계”라고 비판했다.
최정우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제4대 김만제 회장부터 직전 권오준 회장까지, 포스코 회장은 모두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최 회장이 CEO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통과하면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되고 내년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연임할 수 있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으로 꾸려져 한 달가량 후보 자격 심사를 진행하며 결과는 12월 중순까지 나올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있겠지만, 최 회장이 펼친 주주정책이나 경영 계획이 대부분 연임에 매몰된 것처럼 비치는 것이 문제”라며 “관례대로 연임을 하게 되면 성과에 대해 확실히 능력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