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복서 접고 인파이터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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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전 대표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이었던 유 후보자가 입각하자 친박계가 동요하고 있다. | ||
7·14전당대회와 8·8 개각 등을 거치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강고한 대세론에 균열이 오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최측근들마저 그의 곁을 떠나는 등 내부 동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오래 전부터 독자적인 정치행보를 갈망했기 때문에 ‘탈박’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진영 의원의 경우도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와의 오랜 인연 때문에 ‘탈박’을 선언한 것에 대한 충격은 덜하다. 하지만 “‘충성도 부족’이라는 이유로 불신을 받아 할 수 없이 박 전 대표 곁을 떠났다”는 진 의원의 탈박 변은 친박계의 강철대오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유정복 의원(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입각은 친박계의 동요를 심각하게 보는 단초가 된다. 친박계인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경우 입각 2~3주 전에 박 전 대표로부터 미리 언질을 받아 비교적 매끄럽게 조율이 되었다. 하지만 유 후보자의 경우 그가 박 전 대표에게 사전 내락을 받았다는 정황이 없고, 박 전 대표도 그의 입각 과정을 소상하게 보고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종의 ‘반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 특히 그가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의 이탈은 친박 핵심부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친박 일각에서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진 게 아니냐” “친박계 의원들이 제 살 길을 찾기 시작했다”라는 등의 구설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친박계 의원들의 계파 충성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친박계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허태열 유정복 의원 등 공무원 출신 측근들의 경우 ‘공직’에 대한 열망이 매우 강한 편이다. 허 의원의 경우 박 전 대표의 ‘령’을 어기고 전당대회에 나가 최고위원의 꿈을 이루려고 한 전력이 있다. 유 의원도 김포시장 출신의 공무원인데 왜 공직에 대한 큰 꿈이 없겠는가. 특히 그가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이긴 하지만 차기 박 전 대표의 집권을 기다리지 못하고 이번에 입각을 한 것은 그만큼 대권에 대한 가능성을 낮게 보고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를 잡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의 이탈은 친박계 내부에서도 큰 충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계파 결속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여겨졌던 친박계가 왜 이렇게 동요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박 전 대표와 참모들 간의 보이지 않는 ‘시간과의 싸움’에 대한 인내심 갈등이 숨어 있다. 박 전 대표 측의 한 핵심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친이-친박이 싸우지만 않는다면 차기 집권이 확실하다. 하지만 서로 분열하면 당연히 대선에서도 진다. 선택은 친이계에 달려 있다. 친이계가 ‘죽어도 박근혜는 안 된다’고 하면 우리로서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박형준 이동관 등 강경라인이 물러나고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 등 비교적 친박과 가까운 인사들이 새로 청와대에 들어갔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 친이계에서 ‘일단 박 전 대표도 가능성 있는 후보로 생각해 보자’라는 분위기만 있어도 된다. 친이계가 결국 박 전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고 판단할 때까지 우리로서는 조용히 기다리는 것만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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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 누구도 앉아서 대권을 차지한 주자는 없다”라고 단언한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도 김영삼 전 대통령을 철저하게 밟고 유력주자로 우뚝 선 바 있다. 그보다 지지율이나 당내 계파 분포가 더욱 열악한 박 전 대표가 점잖게 누워서 사과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는 전략이, 너무 안이하다는 게 최근 친박계의 달라진 기류다.
특히 최근 일련의 시그널은 압도적인 지지율 1위 박 전 대표의 전도유망한 대권 가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7·14 전당대회가 2012년 대선 후보 경선의 축소판이었다는 점에서 친이-친박계의 당심이 ‘7 대 3’이라는 결과는 그의 예선통과 자체를 불투명하게 만든다. 8·8 개각의 핵심 타깃 가운데 하나는 세대교체였다. 하나같이 ‘안티 박근혜’를 지향하고 있다. 여당의 6·2 지방선거 패배를 두고 일각에선 “박 전 대표 없이 여당 선거 승리는 있을 수 없다”며 그의 역할론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통해 여야의 젊은 주자들이 대거 당선된 것 역시 정치권의 세대교체 신호탄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면서, 2012년에 60세가 되는 박 전 대표에게는 ‘나이’가 짐이 되고 있다.
이처럼 박 전 대표 앞에는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난제들이 쌓여 있다. 이런 장벽을 일괄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탈당이다(박스 기사 참조). 한 정치 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박 전 대표가 탈당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커밍아웃’에 대한 최상의 타이밍을 찾을 것만은 확실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로 들어서며 레임덕에 빠져 탈당이라는 최악의 경우까지 몰릴 때 박 전 대표는 부상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이 대통령이 자빠져 버리면 그도 같이 망한다. 박 전 대표의 재건 역량이 발휘되는 범위 내에서 한나라당이 적당하게 망해야 한다. 그 절묘한 시점을 어떻게 찾는지가 집권을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박 전 대표가 대권전쟁에 뛰어들 시점을 이명박 대통령의 힘이 빠지는 시점으로 규정하는 소극적 전략보다, 그 자신이 직접 판단해서 일합을 겨루는 적극적 전투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각종 수주비리 의혹과 환경 후유증이 불거지는 시점에서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반대 내지는 대안제시를 요구하는 ‘정치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친박 진영의 한 초선 의원은 이에 대해 “4대강 사업은 전형적인 개발 사업이다. 이에 비해 박 전 대표의 차기 집권 화두는 복지다. 두 아젠다는 서로 상충한다. 이 점이 바로 박 전 대표가 4대강 사업을 공격하는 발화점이 될 것이다. 일방적인 4대강 사업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고, 적절한 대안도 제시한다면 대권주자로 그의 존재감이 더 빛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지난 5월 박 전 대표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대구경북골재원노동조합 대표들과 면담을 가진 것은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내일신문> 8월 19일 보도). 골재원노조 소속 조합원 대부분은 낙동강 달성군지구 수중골재업체에서 근무하던 이들로 4대강사업이 시작되면서 직장을 잃었다고 한다. 달성군은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이기 때문에 민원해결 차원에서 접근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4대강 사업에 따른 후유증이 커지게 되면 박 전 대표도 뒷짐 지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될 상황이 오게 된다. 바로 그때가 그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남북문제도 박 전 대표의 공격 포인트가 된다. 이명박 정권 들어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만 치닫고 있다. 향후 정부가 획기적인 화해 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이 정권 내내 남북관계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서해교전 같은 ‘국지전’이 더 빈발해질 수도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난 이력이 있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화해국면 조성을 요구하며 압박하는 것도 친박계에서 검토하는 적극적인 대권 전략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세종시 정국 등을 거치면서 ‘대안 없는 비판자’라는 상처도 입었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개각 등을 거치면서 차기 주자의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세대교체 대상으로 전락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또한 기억에 남을 만한 비전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도 젊은 층과 중도층에 어필을 하지 못하는 한계로 작용한다. 이를 일거에 뒤집기는 무리다. 그렇다고 친이계가 그를 떠받쳐줄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책임 있는 차기 주자의 모습이 아니다.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를 위한 최선의 전략을 새로 고민할 때 대권의 길도 열릴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박근혜 탈당카드 꺼낼까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마!’
친박계에게 ‘탈당’이란 말은 일종의 금지어다. ‘우리가 굳이 나갈 이유가 없다’는 게 그들의 명쾌한 이유다. 하지만 6·2 지방선거 뒤 여권의 집권 가능성이 낮아지고, 뒤이어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의 친이계 편중으로 친박계의 와해 조짐이 가시화되고, 개각이 세대교체를 통한 대권 구도의 재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전개되면서 친박 진영 일각에서 “탈당도 구체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최근 동교동계와의 연대설이 흘러나오는 것도 탈당을 전제로 한 박근혜발 정계개편의 서곡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 소설가로 유명한 김진명 씨는 최근 박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이 50%라고 언급하면서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그에게 탈당이라는 모진 길도 아닌, 그렇다고 당에서 안전하게 대권주자로 성장하는 편한 길도 아닌 어정쩡한 길을 강제로 택하게 만들고 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로 대변되는 ‘박근혜 죽이기’ 전략도 여전히 유효하고, 동시에 이명박-박근혜 회동을 추진하며 탈당의 빌미도 주지 않는 투 트랙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대선 후보 경선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를 키우기 위해 내가 김 후보자를 내정했다는 분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세대교체를 위해 젊은 총리를 기용한 측면도 물론 있지만, 그것보다는 PK(부산·경남) 민심을 고려한 이유가 훨씬 더 크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김두관 경남지사 등 야권 대권주자를 의식한 견제용이라는 설명이기도 하지만, PK에서 상당한 기반(특히 지난 총선에서 친박연대가 부산에서 약진한 점)을 가지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겠다는 양수겸장의 효과도 있다. 박 전 대표의 PK지역에 대한 영향력 감소는 그를 TK지역의 소맹주로 전락시키게 되는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런 전략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의 전국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김태호 총리 후보자 기용은 ‘박근혜 죽이기’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박 전 대표로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뿌리 깊은 주인의식과 한 번 탈당해 실패를 맛봤다는(2002년 2월 미래연합을 창당했지만 지방선거에서 미미한 성적을 거두고 그해 복당) 점에서 쉽게 탈당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덫에 걸려 어정쩡한 대선 후보로 지내다 경선에서 친이계의 단일화 후보에 역전을 허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그는 제2의 탈당 행장을 꾸리려고 할 것이다.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마!’
친박계에게 ‘탈당’이란 말은 일종의 금지어다. ‘우리가 굳이 나갈 이유가 없다’는 게 그들의 명쾌한 이유다. 하지만 6·2 지방선거 뒤 여권의 집권 가능성이 낮아지고, 뒤이어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의 친이계 편중으로 친박계의 와해 조짐이 가시화되고, 개각이 세대교체를 통한 대권 구도의 재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전개되면서 친박 진영 일각에서 “탈당도 구체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최근 동교동계와의 연대설이 흘러나오는 것도 탈당을 전제로 한 박근혜발 정계개편의 서곡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 소설가로 유명한 김진명 씨는 최근 박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이 50%라고 언급하면서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그에게 탈당이라는 모진 길도 아닌, 그렇다고 당에서 안전하게 대권주자로 성장하는 편한 길도 아닌 어정쩡한 길을 강제로 택하게 만들고 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로 대변되는 ‘박근혜 죽이기’ 전략도 여전히 유효하고, 동시에 이명박-박근혜 회동을 추진하며 탈당의 빌미도 주지 않는 투 트랙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대선 후보 경선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를 키우기 위해 내가 김 후보자를 내정했다는 분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세대교체를 위해 젊은 총리를 기용한 측면도 물론 있지만, 그것보다는 PK(부산·경남) 민심을 고려한 이유가 훨씬 더 크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김두관 경남지사 등 야권 대권주자를 의식한 견제용이라는 설명이기도 하지만, PK에서 상당한 기반(특히 지난 총선에서 친박연대가 부산에서 약진한 점)을 가지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겠다는 양수겸장의 효과도 있다. 박 전 대표의 PK지역에 대한 영향력 감소는 그를 TK지역의 소맹주로 전락시키게 되는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런 전략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의 전국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김태호 총리 후보자 기용은 ‘박근혜 죽이기’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박 전 대표로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뿌리 깊은 주인의식과 한 번 탈당해 실패를 맛봤다는(2002년 2월 미래연합을 창당했지만 지방선거에서 미미한 성적을 거두고 그해 복당) 점에서 쉽게 탈당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덫에 걸려 어정쩡한 대선 후보로 지내다 경선에서 친이계의 단일화 후보에 역전을 허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그는 제2의 탈당 행장을 꾸리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