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모시기 극비 작업 중
정부 측이 정 교수에게 특사 직을 제의한 것은 정 교수와 베네딕토 16세의 남다른 인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1년 독일 유학 시절 당시 추기경이던 베니딕토 16세와 처음 만난 정 교수는 그 이후 그의 저서들을 번역하며 친분을 쌓아왔다고 한다. 정 교수는 “내가 베네딕토 16세와 가까운 것은 언론에도 보도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베네딕토 16세가 방한하면 교황으로선 세 번째다. 전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 한국천주교 200주년을 맞아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5년 후인 1989년 10월엔 세계성체대회의 대회장 자격으로 입국했다. 1989년 방한 때는 직접 미사까지 집전했는데 당시 65만 명의 성도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이명박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선 세 번째(2002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2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로 교황청을 예방한 자리에서 베네딕토 16세에게 “한국을 방문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했으나 성사되진 않았다.
MB 대선 캠프 출신의 한 여권 관료는 “교황이 방문하면 국가로서의 위상이 올라간다. 더군다나 G20 회의를 앞두고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방한 추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 정무라인의 한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힐 단계가 아닌 것으로 안다. 여러 문제가 걸려 있어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교황이 방문하면 세계의 이목이 우리에게 쏠린다. 방한이 성사돼 국가브랜드가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그 저의를 놓고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자로부터 이 소식을 접한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저명한 종교지도자의 방한을 놓고 이러쿵저러쿵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천주교는 이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있는 4대강 사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 방문을 추진한다는 것이 왠지 꺼림칙하게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종교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되고 또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4대강 사업에 대한 천주교의 반대여론을 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