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노’ 김두관 이쪽 간판 달고 저쪽서 힘 받네
▲ 야권 대선 예비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김두관 지사. 사진은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가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조사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포함한 그 외 야권의 ‘대선 예비주자’의 지지도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대개 10명 안팎의 차기 대선주자들의 지지도만을 조사하기 때문에,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예비 주자들의 정확한 지지율은 알기가 어렵다. 이들도 향후 대선 레이스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유력 주자로 부상할 수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과연 대중들은 보수·진보계의 대선 주자들에 대해 어떤 선호 양상을 보이고 있을까. 리얼미터로부터 상세자료를 건네받아 세 가지 포인트로 분석해 보았다.
◇박근혜 위기상황, 지지율에서도 나타날까
홍준표 최고위원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다음 대선 경선은 박근혜 대 반박근혜 연합구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전문가들도 “아직까지 한나라당 내 독보적인 친이 주자가 보이지 않고 있어 대선 경선 시점까지 친이 주자들이 각축전을 벌이며 단일 후보를 만들어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렇듯 대권주자 다자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지지율 면에서도 이러한 위기상황이 감지되고 있을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의 지지도가 20%대에서 정체현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 자체를 위기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6·2지방선거, 7·28 재보선 두 번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박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의 동력이 없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 지지율 수치만으로 본다면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지지율이 가진 질적인 측면을 평가하자면 여전히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박 전 대표는 ‘보수계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나이대별로 고른 지지(20대 23.0%, 30대 23.9%, 40대 32.7%, 50대 이상 32.9%)를 얻었고, 정치성향별(보수·중도·진보)로도 보수 표심(30.5%)은 물론 중도(28.8%)와 일부 진보층(25.4%) 지지율까지 흡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야통합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의 경쟁력은 여전히 돋보인다. 나이대별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20, 30대에서 각각 16.5%, 19.5%로, 전체 2위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각각 19.7%, 23.2%)에 비해 낮은 지지를 얻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았고, 40대(31.9%)와 50대 이상(33.4%)에서는 유 전 장관(각각 12.4%, 4.0%)을 압도했다. 정치성향별(보수 30.4%, 중도 26.4%, 진보 18.9%) 조사에서도 유 전 장관의 지지층(보수 2.2%, 중도 17.1%, 진보 25.5%)과 비교해 훨씬 높은 경쟁력을 보였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중도층 표심이 박 전 대표에게 더 쏠려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야권 주자가 부상하게 되면 이 표심이 옮겨갈 수도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중도층 표심관리가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도권 민심’ 딛고 유시민 대선주자로 한 발 올라서
대권후보로 가져야 할 필요조건 중 하나는 바로 지역기반이다. 영·호남의 대표 주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영남 출신이면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호남뿐 아니라 영남권에서도 상당한 득표를 얻어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울시장 출신으로 서울·수도권 지지를 발판으로 대선에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 대부분 자신만의 지역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차기 대선후보 중 누가 가장 ‘견고한’ 지역기반을 가지고 있을까.
지역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대선후보들의 지역별 지지성향을 가늠할 수 있다. 영남권, 그중에서도 대구·경북(TK)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지지율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드러났다. ‘여야통합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대구·경북에서 44.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 평균 지지율(26.3%)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박 전 대표의 지역별 지지성향이 가진 장점은 지역별로 비교적 큰 편차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호남 지역의 지지율(전남·광주 12.7%, 전북 14.8%)조차 전체 지지율 2위(13.7%)를 기록한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장관(전남·광주 17.2%, 전북 12.5%)과 비교해 뒤지지 않았다. 또한 영남권에서 친노 정서가 상대적으로 강한 부산·경남·울산에서도 유시민 전 장관(9.7%)에 비해 훨씬 높은 지지(35.2%)를 얻었다.
그러나 ‘수도권 민심’만을 살펴본다면 유시민 전 장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6·2 지방선거 경기지사 선거에서 선전한 유 전 장관은 경기·인천 지역에서 19.1%를 얻어 박근혜 전 대표(20.9%)에 버금가는 수치를 기록했고, 현 김문수 경기지사(12.5%)에 비해서도 높은 지지를 얻어 눈길을 끈다. 서울 지역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19.9%), 오세훈 서울시장(18.6%)에 이은 3위(13.5%)로 ‘가능성 있는’ 수치를 보여주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친노계 대표주자라는 이미지가 강한 유 전 장관이 지방선거를 통해 서울과 수도권에서의 인지도를 크게 올렸다. 대선주자로서 얻게 된 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박근혜 전 대표(19.2%)보다도 낮은 지지율(18.9%)을 기록해 향후 야권주자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김문수 지사(10.2%)는 당내 주자들끼리의 경쟁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28.7%)에 이어 오세훈 시장(11.3%)과 2위 자리를 놓고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부상으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 정치전문가들은 “김 지사가 지지기반인 수도권 민심을 좀 더 흡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 나경원·김두관, 대선 예비주자군서 ‘우위’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여야의 ‘대선 예비주자 선호도’ 결과다. 한나라당에서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부상이 지지율 면에서도 ‘감지’되고 있어 향후 여권의 대선주자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김태호 후보자는 ‘한나라당 대선 예비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9.8%를 기록해 나경원 최고위원(14.1%), 안상수 대표(12.6%), 김무성 원내대표(12.3%)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김태호 후보자는 특히 자신의 지역기반인 부산·경남·울산에서는 나경원 최고위원을 포함한 다른 주자들보다 훨씬 높은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자가 22.8%, 김무성 원내대표 13.0%, 나경원 최고위원 11.8%, 안상수 대표가 8.0%였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예비주자 선호도’에서 1위를 기록한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 현재의 유력주자군에는 포함되지 못했으나, 대선전에서의 후보 부상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예비주자로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내다보게 한다.
나 최고위원은 지역별, 나이별, 정치성향별 등 세부계층별로도 편차가 없는 고른 지지를 얻었다. 전남·광주 지역에서 15.7%를 얻어 영남권인 부산·경남·울산(11.8%)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도 이례적이다. 또 보수층 지지(14.3%) 못지않게 중도층(13.2%)과 진보층(15.8%)에서도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 지지층(13.8%)에서도 적지 않은 지지를 받았다(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15.9%).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나경원 최고위원의 경우 한나라당 내에서 대중성과 인지도로 확실한 입지를 갖고 있다는 점과, 동시에 다른 한나라당 주자에 비해 중도층과 야권지지층에서의 반감이 적은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의 대선 예비주자 선호도에서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부상이 눈에 띈다. 김 지사는 15.4%로 야권 예비주자 중 1위를 기록했다. 전·현직 경남지사가 여야의 유력 예비주자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김두관 지사는 부산·경남·울산에서 28.4%의 지지율을 얻어 김태호 총리 내정자(22.8%)보다 지역민들의 지지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대목은 김두관 지사가 서울에서도 17.0%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 이 수치는 앞서의 한나라당 예비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나경원 최고위원(16.3%)의 서울지역 지지율보다도 높은 것이다. 나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선전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또한 김두관 지사에 대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17.8%)가 중도(13.5%)와 진보(15.9%)층의 지지보다도 높았고, 한나라당 지지층(15.0%)에서 민주당 지지층(13.5%)보다 높은 지지를 보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국민참여당 지지층에서는 33.1%). 여론조사 수치에서도 차세대 야권의 대권주자로서 김두관 지사의 부상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김 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데다 친노계의 대표주자 중 한 명임에도 보수층과 한나라당 지지층의 지지가 높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한나라당과 이 대통령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보수, 한나라당 지지층들이 김 지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버리고 야권 후보를 찍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김 지사는 중도층을 좀 더 공략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안희정 충남지사가 야권 예비주자 중 2위(11.4%)를 기록해 김두관 지사에 이은 친노계 주자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안희정 지사는 예상대로 대전·충청권에서 27.2%로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3위 송영길 인천시장(10.5%)은 경기·인천 지역에서 14.6%의 지지를 얻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았지만, 김두관·안희정 지사에 비해 지역민심을 확실히 잡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역대 대선 2년 전 지지율 리플레이 해보니
‘독주’ 박근혜, 대세론 믿지마!
다음 대선이 열리는 2012년 12월까지는 아직 2년여의 시간이 남아 있다. 현행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제18대 대통령 선거는 2012년 12월 19일에 열릴 예정. 박근혜 전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현재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나 이 수치가 대선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대선레이스에서 발생할 돌발변수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연 역대 대선에서 과거의 대선주자들은 어떤 지지율 경쟁을 벌여왔을까. 대선까지 2년여의 시간이 남은 현 시점을 감안해, 역대 대선에서 같은 시점의 지지율 상황을 되돌아본다면 유권자들에게 2012년 대선을 전망하는 한 가지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07년 12월의 17대 대선, 그 2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5년 이맘 때 차기 대선주자들은 어떤 경쟁 양상을 보였을까. 당시엔 차기 대선의 유력주자 중 한 명이었던 고건 전 총리가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고 전 총리는 2005년 7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지지율 35.1%로 1위를 기록했고 이후 11월까지 내리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지지율이 차츰 하락하며 2위였던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격차가 줄고 있는 양상을 나타냈다. 그해 12월 실시된 <국민일보> 창간특집 여론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는 23.9%로 1위를 달렸고, 박근혜 전 대표가 21.9%로 2위, 이어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19.2%로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고 전 총리에 이어 지지율 2위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해 11월 초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고건 전 총리가 26.4%로 1위, 이 대통령이 20.5%로 2위를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당시 응답자의 64.7%가 ‘경제적 식견’을 꼽았다는 점. 비슷한 시점 <문화일보>와 한국리서치 공동여론조사에서는 고 전 총리(28.4%)가 1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21.4%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제발전을 가장 잘 할 것 같은 대권주자’를 묻는 질문엔 이 대통령이 44.6%로 1위를 기록했다. 대선 2년여를 앞둔 시점에서 이 대통령은 지지율 2~3위권에 머물렀지만 ‘경제대통령’의 확실한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심어주었던 셈.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지난 대선에선 경기회복에 대한 전 국민적 요구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대선전에서 이 대통령이 유리한 측면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그 이전의 2002년 대선에서는 과연 어떠했을까. 16대 대선 2년 전인 2000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것은 당시 여권이었던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과 야권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였다. 하지만 지지율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독주체제였다. 2000년 10월 초 실시된 <경향신문>·현대리서치 조사에서 이 총재는 40.2%로 계층·연령·지역을 불문하고 전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2위였던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 총재보다 지지율이 한참 낮은 26.6%였다. 현재 박근혜 전 대표가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야권에서는 이회창 총재에 이은 2위(9.9%)였으나, 여권후보와의 전체 대결에서는 노무현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11.0%), 고건 서울시장(10.0%)에 이어 5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당시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 이른바 ‘昌(창) 대세론’이 상승세를 타고 있었으나 결국 2002년 대선의 승자는 이 무렵 3위에 머물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정치인의 대중경쟁력 조사’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는 것. 2000년 9월 한 시사주간지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묻는 전통방식이 아닌, 유력 정치인의 호감도·자질평가를 별도로 합산해 매긴 순위에서 2년 연속 선두를 유지했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이처럼 대선 2년여 전쯤 실시된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의 주인공이 청와대로 ‘직행’하진 못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이 무렵부터 ‘경제’ 등 현안이나 ‘호감도’ 및 ‘자질’ 등 특별한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던 주자가 훗날 대선에서도 선전했다는 점은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잠룡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독주’ 박근혜, 대세론 믿지마!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07년 12월의 17대 대선, 그 2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5년 이맘 때 차기 대선주자들은 어떤 경쟁 양상을 보였을까. 당시엔 차기 대선의 유력주자 중 한 명이었던 고건 전 총리가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고 전 총리는 2005년 7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지지율 35.1%로 1위를 기록했고 이후 11월까지 내리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지지율이 차츰 하락하며 2위였던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격차가 줄고 있는 양상을 나타냈다. 그해 12월 실시된 <국민일보> 창간특집 여론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는 23.9%로 1위를 달렸고, 박근혜 전 대표가 21.9%로 2위, 이어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19.2%로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고 전 총리에 이어 지지율 2위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해 11월 초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고건 전 총리가 26.4%로 1위, 이 대통령이 20.5%로 2위를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당시 응답자의 64.7%가 ‘경제적 식견’을 꼽았다는 점. 비슷한 시점 <문화일보>와 한국리서치 공동여론조사에서는 고 전 총리(28.4%)가 1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21.4%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제발전을 가장 잘 할 것 같은 대권주자’를 묻는 질문엔 이 대통령이 44.6%로 1위를 기록했다. 대선 2년여를 앞둔 시점에서 이 대통령은 지지율 2~3위권에 머물렀지만 ‘경제대통령’의 확실한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심어주었던 셈.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지난 대선에선 경기회복에 대한 전 국민적 요구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대선전에서 이 대통령이 유리한 측면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그 이전의 2002년 대선에서는 과연 어떠했을까. 16대 대선 2년 전인 2000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것은 당시 여권이었던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과 야권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였다. 하지만 지지율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독주체제였다. 2000년 10월 초 실시된 <경향신문>·현대리서치 조사에서 이 총재는 40.2%로 계층·연령·지역을 불문하고 전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2위였던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 총재보다 지지율이 한참 낮은 26.6%였다. 현재 박근혜 전 대표가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야권에서는 이회창 총재에 이은 2위(9.9%)였으나, 여권후보와의 전체 대결에서는 노무현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11.0%), 고건 서울시장(10.0%)에 이어 5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당시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 이른바 ‘昌(창) 대세론’이 상승세를 타고 있었으나 결국 2002년 대선의 승자는 이 무렵 3위에 머물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정치인의 대중경쟁력 조사’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는 것. 2000년 9월 한 시사주간지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묻는 전통방식이 아닌, 유력 정치인의 호감도·자질평가를 별도로 합산해 매긴 순위에서 2년 연속 선두를 유지했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이처럼 대선 2년여 전쯤 실시된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의 주인공이 청와대로 ‘직행’하진 못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이 무렵부터 ‘경제’ 등 현안이나 ‘호감도’ 및 ‘자질’ 등 특별한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던 주자가 훗날 대선에서도 선전했다는 점은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잠룡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