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프로젝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된 지역 예술인들의 일자리 제공과 주민 문화 향유 증진을 위해 정부와 지역 예술인·주민들이 함께 호흡하는 사업이다.
올해 9월 대구에서 제일 먼저 달서구 공모에 선정돼 팀원, 주민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팀의 총감독을 맡고있는 김결수 대표(현대미술작가)는 “K-문화뉴딜 사업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공공미술 특성상 높은 주민 참여를 위한 관심과 홍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예술계에서는 처음있는 대형 프로젝트이자 국내 첫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추진 상황과 소감을 김결수 대표에게 들어봤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편집자주)
김결수 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 대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그 점이 아쉽다. 공공미술이란게 주민 관심과 참여가 바탕이 돼 성장하는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있는 지역 예술인들과 주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문화뉴딜사업이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기초자치단체와 지역 문화재단 등 228개 기관이 주관하고 있다. 각 기관 공모에 선정된 1개 작가팀에게 4억원이 지원되는 예술계에서는 처음있는 대형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지난 9월 시작해 내년 2월 끝나는 사업이다. 사업계획대로라면 이달 작품이 완성돼야 하는데 모든 참여작가 팀들이 코로나19상황 등 변수가 많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작품 완성이 끝나면 아카이브 제작과 사업결과 보고 등 후반작업이 내년 2월까지 이어진다. 이번 프로젝트가 침체된 지역 예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도 있지만 예술과 사회의 관계 재정립, 지역 자원과 스토리를 반영한 새로운 예술사업의 시도란 점에서 주민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인터뷰에 응한 이유이기도 하다.“
# 작품 완성이 늦어지는 변수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업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상황으로 작업에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다. 겨울이란 계절적 요인도 작용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본 작품 작업에 앞서 사전 행정절차가 너무 복잡해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물론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을 진행하는데 정확성을 갖추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주관기관의 사업내용 인지 미숙과 30여번의 행정절차와 6번의 자문단 보고절차, 10여 건이 넘은 증빙서류 첨부 등으로 이미 두 달이란 시간이 걸리면서 진을 뺐다. 이외 작가 선정에 있어서도 연고지 우선을 권고했지만 구별로 작가가 편차가 있어 타 구나 대구를 벗어나 참여 하는 작가도 생기는 등 기본취지에 맞지 않는 상황도 벌어졌다. 처음 시행하는 프로젝트의 시행착오로 본다. 대구 8개 구·군도 지난 9월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달에서야 참가팀이 모두 결정됐다. 사업계획대로라면 이달 중 작품이 완성돼야 하지만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본다.“
# 김 대표가 참여하는 팀이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제가 대표로 있는 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팀은 달서구의 ‘공원에서 예술 벤치를 만나다’를 주제로 한 공공미술프로젝트 공모에서 지난 9월23일 선정이 확정됐다. 대구 8개 구·군 중에서는 제일 먼저 선정된 것이다. 감독 1, 행정·아카이브담당 2, 작가 34, 총 37명이 한 팀을 이뤄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달서구 내 배실상·월광수변·본리어린이 공원과 웃는얼굴아트센터 등 4곳에 ‘주민 참여형 아트벤치’ 6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34명의 작가가 6개조로 나눠 작품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공공미술 작품은 작가 개인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토론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좋은 결과를 도출하려 노력하고 있다. 작가들 간 소통도 중요하지만 사업 주관기관인 달서구청과 유관기관과의 협업도 중요하다. 이들 기관과도 회의를 통해 안을 다듬어 왔고 지금은 결정안을 갖고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주민참여형 아트 벤치는 예술품으로 그저 바라만 보는 작품이 아닌 관람객이 이용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래서 현장 설문조사 등 최대한 주민들과 소통하고 협력해 완성도를 높여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팀은 권기자, 박은수, 김조은, 전태희, 윤우진, 한주형, 강동구, 방복희, 한영희, 권대훈, 정연주, 남영옥, 김종언, 이남원, 박경희, 김진영, 강정주, 김은아, 정혜정, 김소현, 남경숙, 신유정, 장욱준, 김정태, 박종규, 정혜경, 김은실, 김회원, 김현미, 김진혁, 서규식, 김민수, 류승희, 장용근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팀원들이 프로젝트 수행 회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남부현대미협 제공
# 달서구 프로젝트를 총감독하며 공공미술이란 어떤 것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나.
”공공 미술은 공개된 장소에 설치되거나 전시되는 하나의 완성되고 고정된 조형물로 대중이 주 관람객이다. 또 앞서 말씀드렸듯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작가와 주관기관, 특히 주민 참여와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희팀은 단순히 미적 가치가 있는 오브제를 들여다 놓는다는 수준에서 벗어나 공동체에 주목하고 주민 환경에 부합하는 ‘공공성 실현’에도 무게를 두고 제작하고 있다. 공공미술 작품은 대중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또 도시공간에 어떤 기념물 혹은 조형물로 시대를 기억하고 대표할것인가란 문제는 정치·역사의식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공공미술의 중요성은 결코 작지 않다. 공공미술 조성이란 미명 아래 정체불명의 급조된 벽화나 조형물이 아닌, 시간이 흐를수록 예술성과 공공성도 더 커지는 영구보존 벤치를 제작하는 데 모든 작가들이 열정을 태우고 있다.“
‘공원에서 예술 벤치를 만나다’를 주제로 한 작품안 중 ‘사랑을 위하여’ 3D작업. 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 제공
# 시행착오가 있다고 했다. 작품완성 후 후반작업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본 작업에 앞서 진을 빼버리는 복잡한 행정절차 외에도 공모 선정 결과를 두고 신청팀들 간 마찰도 있었다. 탈락 팀이 심의서류를 요청하는가 하면 다른 구 재공모에서 선정되는 등 혼란도 있었다. 자문단도 구성돼 있는데 프로젝트에 대한 사전 검토 부족으로 자문단 의견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같은 시행착오 외 작업을 수행해 왔던 일련의 과정들을 정리해 기록으로 남기는 아카이브 구축이 중요하다고 본다. 예술계에서는 처음있는 대형 프로젝트이자 K-문화뉴딜 첫 사업으로 추진하는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저희 팀은 프로젝트 수행 전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도 제작해 공공미술을 알리려고 한다.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최대한 활용하고 전 과정이 담긴 최종 결과물을 달서구 웃는얼굴아트센트에서 ‘공공미술 벤치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김성영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