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상 점쳐지며 호평 받던 작품이 돌연 외국어영화상으로…미국 내에서도 비판 기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또 다른 성공적인 오스카 레이스가 기대됐던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사진=영화 ‘미나리’ 포스터
앞서 봉준호 감독의 작품 ‘기생충’과 룰루 왕 감독의 작품 ‘페어웰’도 같은 이유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었다. ‘미나리’의 외국어영화상 후보 분류 소식이 전해지자 룰루 왕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해 나는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미나리’는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꾸는 이민자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영어를 써야만 미국인이라고 정해버리는 구식적인 룰은 바뀌어야만 한다”고 비판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 농장으로 건너간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 플랜B가 제작했으며 ‘문라이트’ ‘레이디버드’ 등 다양성 영화를 주력 배급하며 오스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A24가 북미 배급을 맡고 있다. 해외에서 먼저 그 작품성이 인정돼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시작으로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작품과 출연진들의 수상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며 오스카 레이스의 청신호가 켜지던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미나리’의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분류를 놓고 미국 영화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영화·TV 프로듀서이자 미국 매체 베니티페어 편집자 프랭클린 레오나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소식을 공유하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도 대부분 영어 대사가 아니지만 ‘미나리’와 같은 방식으로 분류되지 않았음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특성상 영어 대사 보다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의 대사가 높은 비중으로 혼합 사용되며 배우들 또한 현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드라마 ‘로스트’(LOST)의 권진수 역으로 유명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다니엘 대 킴 역시 이를 두고 “미국이 내 나라인데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와 같은 영화”라며 HFPA와 골든글로브를 비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