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마다 ‘꼬인다 꼬여’
지난 4월 황수정이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풍>을 통해 3년 만에 컴백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필로폰 복용 및 간통죄로 연예계를 떠났던 황수정은 지난 2007년 SBS 드라마 <소금인형>으로 컴백했지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데에는 실패했다. 곧이어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과 낮>에 출연했지만 역시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다시 3년여의 공백기를 가진 그가 선택한 영화가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풍>이다. 그렇지만 영화 촬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 배역 최철호가 여성 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10월 개봉 예정이던 이 영화는 개봉 시점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최철호가 여성 폭행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휘말린 데다 사건 초기 폭행 사실을 철저히 부인해 대국민 거짓말 논란에까지 휘말렸기 때문이다.
황수정은 지난 5월과 6월 두 달 동안 대전과 청주 등을 오가며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풍> 촬영에 매진했다. 당시 여성지 <주부생활>을 통해 대전의 한 병원에서 촬영 중인 황수정의 모습이 공개됐는데 황수정은 인터뷰엔 응하지 않았지만 “시나리오가 좋아서 출연을 결심했고 열심히 촬영하고 있어요”라는 짧은 소감만을 남겼다.
영화관계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풍> 역시 흥행이 기대되는 작품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실종> <집행자> 등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는 저예산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영화사 활동사진과 탑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을 맡았고 각본과 연출을 맡은 윤학렬 감독에 대한 기대치도 높았다.
시나리오가 좋아서 출연을 결정했다는 황수정의 말처럼 이 영화는 황수정에게 더없이 좋은 시나리오와 배역이기도 했다. 남상수 목사의 간증 실화를 영화화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풍>에서 황수정은 두 아이의 엄마인 싱글맘으로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금자’ 역할을 맡았다. 영화는 ‘금자’와 한때 잘나가는 PD였지만 방송사고로 불명예 퇴직한 ‘이 PD’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정의 달 다큐멘터리 특집’ 촬영에 성공하면 본사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아 5월이 가기 전에 금자가 죽기를 바라는 ‘이 PD’와 두 아이를 위해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금자’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자신이 죽으면 고아가 될 두 아이를 위해 어떻게든 살기 위해 애쓰는 ‘금자’ 역할은 황수정에게 전성기를 열어준 드라마 <허준>의 ‘예진아씨’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캐릭터다. 또한 영화가 ‘참회’ ‘헌신’ ‘선행’ 등의 주제를 다룬 기독교적인 영화라는 부분도 황수정이 과거의 아픔을 털어내고 다시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좋은 기폭제가 돼줄 것으로 기대됐다.
▲ 최철호 |
앞서 황수정은 어일선 감독, 민두식 감독, 오정석 감독 등 세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 <사이>에 출연해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주부 역을 연기했지만 이 영화 역시 아직 개봉되지 않고 있다.
소속사 문제도 복잡하다. 지난 2007년 올리브나인과 전속계약을 체결한 황수정은 KBS와 MBC에 출연정지를 풀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999년 설립돼 2002년 코스닥에 상장된 올리브나인은 <주몽> <황진이> <왕과 나> <파스타> 등 인기 드라마를 제작했다. 따라서 올리브나인에서 제작하는 인기 드라마를 통해 황수정이 본격적인 연예계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고 KBS와 MBC에 출연정지를 풀어 달라고 요청한 것 역시 이런 행보의 시작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황수정은 서두르지 않고 홍상수 어일선 등 흥행보다는 작품성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감독의 영화에 연이어 출연했다.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풍> 역시 흥행보다는 작품성이 더 기대되는 탄탄한 저예산 영화였다. 연예관계자들은 황수정이 이렇게 몸을 낮춘 행보를 이어가며 다시 비상할 시점을 가늠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소속사 올리브나인 역시 정상이 아니다. 지난해 대주주였던 KT가 지분을 판 뒤 전 경영진과 현 경영진, 그리고 최대주주가 서로 경영권을 놓고 소송까지 불사하는 분쟁을 벌인 것. 이로 인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기도 했던 올리브나인은 현재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매매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다행히 지난 7월 올리브나인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영권 분쟁이 종식됐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정상화된 상태는 아니다.
힘겹게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는 황수정에게 따뜻한 햇살이 비칠 날은 언제일까. ‘예진아씨’ 황수정이 연기자로만 인정받을 수 있는 그날이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