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들 동관·동원·동선 전략부문 전진배치…신사업 협력 강화로 경영권 승계 속도 전망
오는 2월 취업제한이 해제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영복귀를 두고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김 회장의 복귀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그룹 경영권 승계도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승연 회장(왼쪽)과 김동관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4년 2월 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으며 (주)한화를 비롯한 7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2019년 2월 집행유예 형이 종료된 지 2년이 되는 오는 2월에는 특가법에 따른 취업제한 제재도 풀리게 된다. 김 회장은 그간 실질적으로 그룹 총수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었으나 이사회 멤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공식적으로 경영에 복귀하면 경영권 승계가 구체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인사를 통해 김승연 회장의 아들 삼형제를 주요 계열사에 전진배치했다. 삼형제 모두 각 계열사의 전략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9월 조기인사를 통해 10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회장 복귀를 앞두고 조직을 쇄신하고 김동관 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 출범 때부터 이미 후계 구도는 정해진 것이라 봐야 한다”며 “지난해부터 신재생에너지가 부각됨에 따라 과거부터 태양광 사업에 집중해 온 김동관 사장의 그룹 내 존재감이 크다”고 전했다.
김동관 사장이 전략부문을 이끌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지난 12월 8일 한화갤러리아와 자회사 한화도시개발 자산개발 사업부문을 흡수 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합병 결정으로 한화솔루션은 기존 △케미칼 △큐셀 △첨단소재 △전략 4개 부문에 갤러리아, 도시개발 두 개 부문이 더해진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 한화솔루션의 몸집 키우기 전략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는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핵심인 한화생명에서 입지를 키우고 있다. 김 전무는 지난 1월 4일 한화생명의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전략부문의 전략부문장을 겸임한다. 그간 디지털 혁신을 주도해온 데 이어 이번에 전략부문을 맡으며 경영보폭을 넓히게 됐다. 전략부문은 신사업 전략 발굴·수립을 담당하는 만큼, 사실상 김 전무가 한화생명의 미래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지난해 말 한화에너지 상무보로 그룹에 복귀했다. 2017년 폭행 사건으로 한화건설을 퇴사한 지 4년 만이다. 김 상무보는 과거 몸담았던 한화건설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한화에너지로 복귀했다. 김동선 상무보는 글로벌 전략부문을 담당하게 된다. 한화에너지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상무보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한화건설 해외토건사업본부 근무 및 신성장전략팀장 경험과 최근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재직 경험이 더해져 한화에너지의 글로벌 사업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사진=한화그룹 제공
장남과 삼남이 각각 포진한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의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수소 사업을 영위 중이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7월 충남 서산시에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하고 본격적으로 수소 사업에 나섰다.
한화솔루션은 이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은 한화에너지와 수직계열화를 이뤘다기보다는 밸류체인 측면에서 함께하는 부분이 있고, 한편으로는 겹치는 사업도 있어 시장에서의 경쟁자이기도 하다”며 “수소 사업은 한화솔루션 내부에서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별도로 한화에너지와 별도의 MOU(양해각서)나 협업이 진행된 것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에선 김승연 회장이 이미 그룹의 투자를 결정하고 임원 인사 등의 권한을 쥐고 있었던 만큼 이사회 복귀 유무는 그룹 경영이나 승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재계 다른 고위 관계자는 “해석은 다양하게 내놓을 수 있겠지만,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이사회 멤버가 되는 것은 책임경영 차원일 뿐, 권한의 크기와는 무관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이 그룹 총수로 전면에 있는 것과 막후에 있는 것은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승부사’로 통하는 김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고려하면, 그가 복귀한다면 신사업 전략에서도 그룹 차원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형제의 구상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략부문에서 역할이 커진 삼형제가 신사업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일 경우, 경영권 승계의 명분이 강화되는 셈이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