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는 트럼프 지지 ‘극우 성향 백인 남성’…‘큐아논’ 소속 제이크 안젤리 등이 시위 주도
‘큐아논 샤먼’이라고 불리는 제이크 안젤리는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로, 뿔 달린 털모자를 쓰고 페이스 페인팅을 한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다. 사진=AFP/연합뉴스
이들 대다수는 극우 성향으로 일부는 큐아논(백인 우월주의 성향의 극우 단체) 소속이기도 하다. 가령 이번 시위를 주도한 제이크 안젤리(32)라는 백인 남성이 대표적이다. ‘큐아논 샤먼’이라고 불리는 그는 이미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인물로, 뿔 달린 털모자를 쓰고, 페이스페인팅을 한 모습이 트레이드마크다.
지난 11월 페이스북 계정에서는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큐아논에 대해 알게된 후부터 음모론을 믿게 됐다고 말하면서 “어느 시점에서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요컨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진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시위를 선동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인 리처드 ‘비고’ 바넷(60) 역시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극우 단체 소속이다.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로 들어가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린 채 의자에 앉기도 했던 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나는 펠로시에게 욕설이 담긴 쪽지를 남겼다. 그리고 책상 위에 발을 올려두고, 내 그곳을 긁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또한 펠로시의 자필 서명이 담긴 봉투를 가져온 행위에 대해서는 “훔친 게 아니다. 책상 위에 25센트를 두고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넷은 또한 자신이 사무실을 습격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정중하게 노크를 했지만 다른 시위자들에 의해 밀려 들어왔을 뿐”이라는 황당한 발언을 했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인종 차별주의자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깃발 이미지가 공유돼 있으며, 스스로 줄곧 백인 우월주의자임을 자랑해왔다.
이 밖에도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가운데는 ‘프라우드 보이즈’라는 단체에 소속된 회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공공장소에서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한 극우 남성우월주의 단체다.
그런가 하면 이번 시위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붕 공사 세일즈맨인 댄 엘리슨(53)은 “아무 것도 없다”고 무뚝뚝하게 답하면서 “그저 내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왔다. 그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미네소타주 북부에서 온 세일즈맨인 켈리 울프는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는 “하나님이 내려오셔서 상황을 바꾸셨으면 좋겠다. 오늘은 큰 일이 일어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울프는 트럼프가 50개 주에서 전부 다 ‘아마’ 이겼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패가 너무 심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온라인 상에서 몇 주 전부터 시위를 계획해 왔다는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 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는 시위군중. 사진=EPA/연합뉴스
한편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소셜미디어와 친트럼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몇 주 전부터 시위를 계획해 왔다고 의심한다. 친트럼프 성향의 ‘더도널드’와 같은 사이트에서 의회가 2020년 선거 결과를 용인할 경우 의원, 경찰, 언론인에 대해 폭력을 불사하겠노라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실제 시위 발생 4일 전 한 대화에서는 회원 가운데 한 명이 “의회가 (부정선거) 증거를 무시하면 어쩌죠?”라고 묻자 다른 회원이 “그럼 의회를 습격하자”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 댓글에는 500명 이상이 동의했다.
또 다른 회원은 “사무실을 습격하고 모든 워싱턴 반역자들을 물리치고 심지어 죽여 버리자. 그래야 나라를 되찾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는가 하면, “도둑질을 막고 ‘도둑들’을 처형하자”라는 글도 올라왔다.
트위터나 틱톡과 같은 주류 소셜미디어 사이트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과거 폭력을 예고했던 목소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게시물들이 명시적으로 폭력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트위터의 큐아논 관련 계정 가운데 절반 이상(약 2만 800개)이 1월 6일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폭력에 대해 예고하는 글은 시위 전날 밤에도 올라왔다. 유튜브 방송에서 백인 우월주의자임을 자처하는 ‘베이크드 알래스카(본명은 팀 지오넷)’라는 남성은 “내일(내일이면 체포될 것이기 때문에 말하기조차 싫지만)은 우리 모두 의회의사당에 쳐들어가야 한다”고 선동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 그는 다음 날 의회의사당 건물을 습격하는 데 동참했으며, 상원의원 사무실에 난입하기도 했다.
이렇게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됐음에도 폭력사태에 대한 경찰과 주방위군 차원의 대비는 전혀 없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배치된 경찰에 비해 수적으로도 우세했고, 그 결과 의회 경찰은 빠르게 압도당했다. 워싱턴 DC 주방위군은 수요일 의회의사당 바리케이드가 뚫리기 전까지 한 명도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