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낮 12시 기자회견…권영국 쿠팡피해지원대책위원장 “5명의 죽음 우연 아냐”
1월 11일 새벽 쿠팡 동탄 물류센터 화장실에서 쓰러져 사망한 최 아무개 씨의 언니 A 씨가 1월 19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현광 기자
눈물과 추위에 떨리는 목소리를 바로 잡은 A 씨는 말을 이어갔다. A 씨는 “여기서 동생이랑 같이 일했다. 일을 마친 동생은 언니인 나에게 피곤하지 않으냐고 오히려 다독여줬다”며 “사회복지사였던 동생은 항상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는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쿠팡은 영하 10℃ 안팎의 추위에 저녁 10시쯤에나 핫팩 하나를 줬다. 쿠팡이 있는 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 모른다. 쿠팡은 김앤장이라는 거대 로펌을 뒤에 두고 동생의 죽음에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건 도리가 아니다. 올바르게 처신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발코로나19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는 19일 쿠팡 동탄 물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권영국 지원대책위원장은 “이 자리에 또 서서 참담하다. 2020년에만 쿠팡에서 5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갔다. 쿠팡 작업 환경에 심각한 문제가 이런 사고를 불러온 건 아닌지 꼼꼼히 되새겨봐야 한다”며 “고인은 오로지 핫팩 하나에 의지해 추위를 견뎌야 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선 작업자의 보온을 위한 조치를 하도록 지정하고 있지만 동탄 물류센터엔 보온 대책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발코로나19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9일 쿠팡 동탄 물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현광 기자
이어 권 위원장은 “3명은 야간 노동을 하다가 혹은 마치고 사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한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3%의 정규직, 97%의 비정규직 구조가 만들어낸 열악한 작업 환경이 아닐 수 없다”며 “고용노동부에 특별노동감독을 당장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쿠팡은 고강도 작업을 강요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준형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본부장은 “1월 11일 새벽 날씨는 영하 11℃ 전후였다. 건강한 사람도 이렇게 추운 환경에서 밤샘을 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쿠팡 물류센터에선 개인의 업무량을 일일이 감시하고 체크했다. 노동자들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곤 쉴 새 없이 일해야 했다. 이런 환경이 노동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본부장은 “쿠팡은 죽음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을 통해 현장의 상황을 왜곡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산재 신청하려는 유가족에게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산재 신청이 늦어지도록 만들었다. 사망자들의 장례식장에 조의금이라면서 300만 원을 놓고 가면서 유가족들과 협의하는 자리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며 “공공운수노조는 쿠팡이 고인에게 사죄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때까지 유가족과 함께할 것이다. 노동자들이 존중받으며 일할 때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고건 쿠팡발코로나19피해자모임 대표는 “쿠팡은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내어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난방 하나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다. 사람이 죽어 나가지만 단 한 마디 미안하단 사과도 하지 않는다. 이젠 익숙하기까지 하다”며 “쿠팡의 안일한 대처로 코로나 집단 감염을 당한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 쿠팡의 진정 어린 사과를 들을 때까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