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 집결…게이트로 커질라
이 사건은 한화가 1989년부터 2003년까지 한화증권에 개설한 차명계좌를 통해 300억~5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 관리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일요신문) 957호 보도). 그동안 검찰 안팎은 물론 재계에서는 이번 수사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팽배했었다. 제보 자체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 얼마 전 검찰이 한화증권 임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결과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화 역시 문제의 계좌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이 들어 있는 계좌로 “별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데서 보듯 최근엔 양상이 다소 달라진 듯하다. 검찰 수뇌부가 수사에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무 수사진에 각 기관 파견 직원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특히 국세청 금감원 등 자금 흐름을 전문으로 조사하는 직원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현재 한화그룹 상당수 계열사의 재무제표를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검 중수부에서도 검사 두 명이 서부지검으로 파견돼 수사를 돕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사례를 봤을 때 이 정도 인원이 달려들면 한 달 안에 큰 건이 터졌다. 검사들 사이에선 ‘최소 중진급 정치인 한 명은 잡아야 체면이 서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한화그룹 수사가 기업 사정으로까지 번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월 13일 대기업 총수들과의 만찬에서 “공정 사회를 사정과 연결시킬 생각은 없다”고 한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긴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에 따라 분위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