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장비형 “주군 위해 총대” 꼭 닮았네…
▲ 위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대통령, 이재오 특임장관. 아래 왼쪽부터 영화 <적벽대전> 등장인물 관우, 주유, 장비. |
성격유형을 분석할 때 심리학 전문가들은 내향적(I), 외향적(E), 직관적(N), 감정적(F), 사고형(T) 등의 기준에 따른 심리유형 분석표를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사람을 총 16가지의 심리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이 기준표에 따라 정치인들을 <삼국지> 속 조자룡과 손권이 속하는 ISTJ(내향적·감각적·사고형·실천형:모범생형) 유형, 관우로 대변되는 ISFJ(내향적·감각적·감정적·실천형:봉사자형) 유형, 조조와 동탁이 대표 인물인 ESTP(외향적·감각적·사고형·인식형:007제임스본드) 유형, 여포와 원술이 속하는 ESFP(외향적·감각적·감정적·인식형:낙천가형) 유형 등으로 분석했다.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엔 이중 봉사자형(ISFJ)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삼국지 인물 중 관우의 성격과도 비슷한 이 유형의 장점은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 김태형 심리학자는 “조용하고 정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포용력이 큰 스타일이다. 이런 성격을 가진 이들은 나쁜 짓을 잘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내향적이고 감정이 뛰어난 이 유형은 인내심과 끈기가 강하기 때문에 위기에서 빛을 발할 때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내향성이 강한 성격 때문에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힘든 면도 있다고. 김태형 심리학자는 “박 전 대표는 동생 박근령, 박지만 씨와 같이 내향적 성격이 강한 데다 성장환경 또한 남들과 달랐기 때문에 심리학적으로 위축되고 다소 불안할 가능성이 크다.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성격 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직관적이고 실천적인 이들에 비해 지략적인 면이 약해 주변 참모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장기적 전략을 세우는 데엔 다소 불리한 심리 유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머리 좋은 참모들을 주변에 많이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 달리 이명박 대통령은 장군형(ENTJ) 유형에 속한다고 한다. 직관적이고 실천력이 강하면서 사고력이 뛰어난 이 유형의 삼국지 속 인물은 적벽대전에서 위군을 대파한 주유. 국내 인물로는 고려 말 최영 장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여기에 포함된다. ‘장군형’의 장점은 용감무쌍하고 활동적이라는 점. 하지만 고집이 세고 추진력이 강해 남들의 얘기를 잘 듣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취미가 테니스, 수영, 조깅인 것에서도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어떤 업적을 단기간에 이뤄내기에 유리한 성격유형이지만 자기 신념이 워낙 강해서 마음이 건강하지 못할 경우 독선적 리더십을 보여줄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논리나 언변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며 실제로도 뛰어난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김태형 심리학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도 연설할 때 원고를 거의 보지 않고 메모만 참고해 즉석연설을 하는 걸 더 좋아했다. 이는 언변과 논리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런 면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성격유형을 가진 인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꼽을 수 있다. 언어능력과 자기논리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직관사고형(NT)인 데다가 외향적(E)이고 실천적(J) 성격을 갖고 있는 점에서 세 사람은 흡사한 유형(ENTJ)에 속한다고 한다. 특히 사고형(T)은 감정형(F)과는 달리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자기의 할 말을 다 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렇게 ‘용감하고 과감한’ 화법을 구사하는 유형은 때로는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와 통쾌함을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내향형에 비해 말실수가 잦아 사람들을 화나게 하기도 한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유시민 전 장관 모두 말실수로 자주 곤욕을 치른 것에서도 이러한 성격유형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만약 박근혜 전 대표와 유시민 전 장관이 훗날 TV 토론회에서 만난다면 두 사람의 성격유형이 어떤 구도를 만들게 될까. 김태형 심리학자는 “상대방을 말로 공격하는 데에는 온순한 성향의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유시민 전 장관이 더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똑 부러진 논리로 상대방을 ‘이기려드는’ 지도자가 반드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경우 모험가(ENTP) 유형에 가깝다고 한다. 이 유형은 정열적이고 모험과 변화를 즐기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금방 지루해하며 싸움이나 새로운 도전을 찾게 된다고 한다. 장비가 대표적인 ENTP 유형에 속한다. <삼국지> 속 ‘놀고먹느라 온몸이 근질근질하던 장비는 싸울 일이 생겼다는 말에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는 글에 이런 성격 특성이 잘 드러난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이 유형은 승부욕과 출세욕이 강하고 기존의 규칙이나 전통, 권위도 자신이 그르다고 판단하면 무시하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전적인 데다 행동성과 충성심이 강한 ENTP 유형은 정치를 행할 때 대통령보다는 대통령을 돕는 참모로서 더 가치를 발할 수 있다고 한다. 어려운 상황에 나서서 사태를 해결해야 할 때에 이런 유형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점 때문에 세간의 비판을 받을 때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동안 정치인으로서 우여곡절을 겪어온 이재오 장관의 지난 행보도 그의 이러한 성격 유형과 전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내 친박계와 갈등을 겪을 때 친이계를 대표해서 비판을 감당했고 그 여파로 인해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있어야 했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험한 정치권에서 이재오 장관과 같은 성격유형을 가진 인물은 큰 ‘무기’가 될 수 있지만 급한 성격 탓에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할 경우 측근들에게 큰 짐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영화 <적벽대전> 등장인물 제갈공명. |
하지만 성격보다 중요한 점은 ‘건강한 마음’이라는 게 김태형 심리학자의 지적. 그는 “성격 유형상 장점을 가지고 있어도 마음가짐에 따라 강점으로 발휘되지 못하는가 하면, 단점 역시 반대로 긍정적인 쪽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