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 무너지는 와중에 ‘재보선 앞두고 사퇴 부적절’ 시선까지…현실성 떨어진다는 지적도
1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국가경제자문회의 제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이낙연 대표는 오는 3월 9일 전에 대표직을 내려놓을 예정이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선거 1년 전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민주당은 대표 없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당대표가 대선 전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는 보궐선거를 한 달 남기고 사퇴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은 지난해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나왔다. 그럼에도 당시 이낙연 후보는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고공행진 중이었고, 실제 전대 결과도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으로 싱겁게 끝났다.
그 후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다소 약화됐다. 특히 2021년 새해 들어 이낙연 대표 리더십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제기했다가 지지층의 역풍을 맞았다. 중대재해기업법을 여야 합의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당초 법의 취지가 훼손된 ‘누더기’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낙연 대표가 꺼내든 ‘코로나 이익공유제’ 도입 제안 역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장수 국무총리 기록을 세우며 독주하던 대선주자 지지율은 급감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기관 4개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1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NBS) ‘대선주자 적합도’에 따르면 이낙연 대표는 1월 1주차 조사보다 2%포인트(p) 하락한 13%를 나타냈다. 반면 1위를 기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p 상승한 27%로, 이낙연 대표를 두 배 이상 앞섰다.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 지지율은 여론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4월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었던 수치에 비해서는 국민의힘과 차이가 좁혀지거나 역전된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러자 이번 보궐선거에서 서울과 부산시장을 모두 국민의힘에 내주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NBS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보궐선거에서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와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을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41%로 같게 나왔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 참여하는 서울지역 응답자들의 경우 44% 대 37%로 야당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산·울산·경남지역 역시 야당 지지 45%, 여당 지지 39%로 나왔다(NBS 전국지표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서울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한 의원은 “최근 지역민들을 만나보면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며 “그렇다고 보궐선거가 승산이 완전히 없다는 건 아닌데,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낙연 대표가 큰 선거를 앞두고 대표직을 내려놓는 선택이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었다. 더 나아가 대표직 사퇴를 해선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사실상 차기 대선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민주당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낙연 대표가 1~2년 전처럼 대선주자 지지율이 독주체제였다면 보궐선거 직전 대표를 내려놔도 이견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을 보면 이낙연-이재명 2강도 아니고, 이재명 지사 독주에 이낙연 대표와 윤석열 총장의 2위 싸움이다. 여기에 보궐선거에서 진다면 이낙연 책임론이 제기되며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그럼 이 대표는 당내 경선도 장담할 수 없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낙연 대표 지지율은 전직 대통령 사면론 전부터 떨어지고 있었다. 이 대표가 총리 시절 지지율이 높았던 이유는 인정할 건 인정하고 비판할 땐 거침없이 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대표가 되고는 친문의 입장만을 그대로 대변해서 본인의 존재감을 스스로 떨어뜨렸다”며 “그걸 너무 늦게 깨닫고 변화를 주기 위해 사면론을 꺼냈는데,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킨 거다. 여기에 민주당이 보궐선거까지 지면 이낙연 대표의 대선 행보는 사실상 끝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중진 전직 의원은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이낙연 대표직 사퇴 불가론에) 동의한다. 당내 일부 그런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선거에 나가는 당사자가 되면 그런 합리적인 선택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이 대표 앞에서 의견을 개진하거나 공론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4·7 재보궐 선거 서울시장 보궐선거기획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기동민 서울시당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하지만 이 대표가 계속 대표직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추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높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이낙연 대표는 오는 3월까지 일정을 정해놓고 대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대표를 이어가면 모든 계획이 틀어진다. 그렇게 대표를 유지한다고 한들 대표직을 제대로 수행하겠느냐”며 “대표를 유지하는 게 실익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이미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의원 등 차기 당권을 노리는 후보들이 나와 활동을 시작했다. 이견이 있다하더라도 내부적으로 정리가 끝났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 그는 “현재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를 제외하곤 의미 있는 지지율이 나오는 주자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낙연 대표가 대선에 나오지 않고 이재명 지사 독주체제가 굳어지면 나머지 주자들은 반등할 기회도 없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어려워도 이낙연 대표는 대표직에서 내려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대표 지지율이 조만간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대표 측에서는 50여 일 남은 임기 동안 ‘이낙연표 정책 브랜드’를 구축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 여러 논란에도 이익공유제 도입에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이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낙연 대표는 앞서 1월 15일 대선주자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