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락원 회장 | ||
그는 자신에게 쏟아진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90년 이후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권력과의 유착고리를 끊어내려고 무던히 애썼고, 자신의 카지노사업과 골프장, 호텔사업을 양성화하기 위한 노력도 남달랐다.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은 지난 2002년이었다. 자신이 경영하는 파라다이스산업을 코스닥에 등록시킨 것. 물론 이에 앞서 전 회장은 계열사인 파라텍을 코스닥에 등록시켰지만 이 회사는 단순 설비회사인데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
어쨌든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를 상장시키면서 엄청난 돈을 손에 쥐었다. 물론 이 돈은 예전의 것과 달랐다. 이제는 모든 것이 공개되는 시장을 통해 그는 돈을 만질 수 있었고, 이는 곧 그에게 쏟아졌던 그동안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는 전환점이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막강한 금력을 자랑했던 풍운아 전락원. 올해 그의 나이는 희수(喜壽)인 77세다. 1927년생.
풍운아처럼 살아온 그가 최근 와병중인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파라다이스를 서울 부산 인천 제주 케냐 등 국내외에 카지노 업장을 두고, 면세점과 호텔 등을 경영하는 레저 전문그룹으로 키웠다. 마지막 영광의 문턱에서 그는 어쩔 수 없는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
▲ 파라다이스 카지노 내부. | ||
시작은 지난 5월14일 전 회장이 여동생인 전숙희씨와 특수관계인인 강은영씨, 강영진씨 등 3인에게 10만 주씩 30만 주를 증여하면서부터다. 이어 5월20일 이번에는 전 회장이 갖고 있던 파라다이스산업 주식 60만 주(시가 96억3천만원 상당)가 파라다이스에 기증됐다. 이로 인해 파라다이스의 파라다이스산업 지분은 5.4%에서 10.8%로 늘어났다. 이전 파라다이스의 최대주주는 전 회장과 파라다이스건설산업이었는데, 이 증여로 최대주주에서 전 회장 대신 파라다이스가 들어가는 투톱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어 6월 들어서도 전 회장은 숨가쁜 증여 퍼레이드를 벌였다. 6월1일 전 회장은 자신의 파라다이스 지분 중 83만 주를 그룹내 비영리법인인 파라다이스복지재단에 증여했다. 또 6월11일에는 전 회장의 파라다이스 지분 4백4만 주(4.44%)를 특수관계인에 기증했다.
이 중 아들인 전필립씨, 여동생 전승리씨 등 직계 친인척에게 넘어간 지분은 1백49만2천 주 정도. 전 회장의 증여 퍼레이드는 6월18일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전 회장은 자신의 파라다이스 지분 5백76만4천 주(6.3%)를 파라다이스호부산에 증여했다.
이런 증여로 파라다이스의 최대 주주였던 전 회장의 지분은 13.47%로 낮아지면 2대주주가 됐다. 3대주주였던 파라다이스건설산업 역시 장내 매도를 통해 지분율이 6.6%로 줄었다.
대신 파라다이스부산이 1대주주(25.33%)로 떠올랐다. 이 파라다이스부산은 전 회장의 아들인 전필립 부회장이 90%의 지분을 가진 회사이다. 즉 파라다이스그룹의 무게 중심이 완전히 전필립 부회장 위주로 재편됐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재산상속이 사실상 끝났다는 얘기로 해석되고 있다. 때문에 재계에선 전 회장의 ‘신상’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게다가 전 회장이 상당기간 국내에서 보이지 않았기 때문.
이는 전 회장 ‘위독설’로까지 발전되기도 했다. 전 회장이 미국의 MD앤더슨에서 지병 치료를 받았지만 별 차도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 전필립 부회장 | ||
이에 대해 파라다이스에선 “위독설은 와전된 것”이라며 시중의 ‘전 회장 중환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파라다이스측은 전 회장이 지난 1월 초부터 5월까지 미국에서 치료를 받았던 것은 인정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전 회장이 귀국 이후 최근엔 “병세가 많이 좋아졌고 건강하시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에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파라다이스그룹 12개 계열사는 10여 년 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고,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나 복지재단, 계원학원 등 비영리법인쪽 일만 손대고 있었다는 것.
주목할 만한 점은 전 회장이 미국에서 치료받고 있던 중인 지난 3월1일 계원학원 이사장에 취임한 점. 이전에는 전 회장의 누나인 전숙희씨가 재단이사장직을 맡아왔고,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일만 맡아왔다.
이에 대해 파라다이스측은 전 회장이 “평소 교육이나 문화 사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문화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게 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전 회장은 이 외에도 워커힐 인수나 인천 영종도 국제공항 인근에 파라다이스 리조트 설립건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전 회장은 공식적인 대표이사직은 맡고 있지 않지만 큰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로 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를 시작으로 거대한 재벌의 반열에 오른 전락원 회장. 그의 남은 사업 꿈이 어떻게 펼쳐질지 다시 한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