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부인하던 양모 자백 이끌어내…“거짓 옹호·잘못 비호 아냐, 합당한 처벌 받게 하려는 것”
1월 26일 정인이 양부모를 변호하고 있는 정희원 변호사를 만났다. 1월 13일 정인이 양부모의 첫 공판이 끝난 뒤로 “어떻게 그렇게 파렴치한 X을 변호하느냐”는 비난의 화살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다. 최근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신상까지 털리는 등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정 변호사는 여러 차례 거절 끝에 일요신문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그가 대표 변호사로 있는 서울 논현동의 법무법인 ‘모두의 법률’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희원 변호사는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두고 “지금 내가 이런 얘길 하면 국민들의 분노나 상실감이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것 때문에 많이 고민했다”며 “(비난 때문에) 힘들진 않지만 오해를 풀고 싶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다들 정희원 변호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한다.
“케이블방송에서 PD로 8년 정도 일했다. 로스쿨 1기로 변호사가 됐다. 자연스럽게 연예인, 영화, 미디어 쪽 사건을 꽤 해왔다. 변호사로 일한 지는 9년 정도 됐다.”
―아동학대 사건을 전문적으론 해온 건 아닌가.
“법무법인 차원에서 보면 이번이 두 번째다. 이전에 ‘천안 의붓아들 학대 사망 사건’을 맡았다. 의뢰가 들어왔고 검토한 뒤에 맡은 것이지 전문적으로 해온 건 아니다. 우리 사무실에 아동학대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는 없다.”
―아동학대 사건으로 특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오히려 반대다. 앞으론 아동학대 사건을 비롯해서 형사 사건 변호는 자제할 생각이다. 비난 여론도 고려한 것이지만 사실 논리 싸움을 할 수 있는 사건을 맡고 싶다. 그래야 변호사로서 성장한다는 생각도 있다. 꼭 비난 여론을 의식한 건 아니지만 아동학대 피해자 편에 서서 변론을 해보려고 한다. 이미 얘기가 오가는 곳이 있다.”
―‘정인이 사건’을 맡은 이유가 뭔가.
“사건을 보니 우리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변호를 맡을 때만 해도 정인이 양모 장 아무개 씨가 자신이 한 행위를 전혀 자백하지 않을 때였다. 우리가 자백을 이끌어내고 양모가 한 행위에 맞는 처벌을 받게 할 생각이었다. 처음엔 이 사건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양모 장 씨가 사실을 털어놨나.
“사실 사임하려고 고민한 적도 있다. 모든 걸 사실대로 다 털어놓는 조건으로 변호를 맡았는데, 양모 장 씨가 자신의 행위를 자꾸 축소해서 말했다. 사건 정황이나 증거와 비교했을 때 장 씨의 말이 안 맞는 게 많았다. 그래서 다시 물으면 조금씩 사실을 말했다. 거짓을 갖고 변호하면 오히려 꼬인다. 진실을 그대로 드러내 놓고, 정말 한 행위에 대해 형을 구해야 한다. 현재로선 장 씨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대부분 털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인이 사건’의 양부모처럼 파렴치한 행위를 한 사람을 어떻게 변호할 수 있느냐는 여론이 지배적인데.
“변호사로서 신념을 갖고 일한다. 우리는 거짓을 말하거나 숨기는 걸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변호사의 역할이 분명 있다. 정인이 양모 장 씨가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니다. 잘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보다 과장된 면이 있다.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 형이 높게 나오는 게 사실이다. 이번 사건이 다른 사건과 비교해서 과도하게 형이 나오는 것은 막고 싶다. 장 씨가 한 행위에 대해선 처벌받는 건 당연하지만 하지 않은 행위까지 처벌받아선 안 된다. 이 사람이 악마가 된다고 해서 누군가가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언론에 “정인이 양모 장 씨를 믿는다”고 했는데.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행위를 축소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내가 이 사건을 완벽하게 다 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개인적으로 내적 갈등도 있지만 나머지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지금 사임할 순 없을 것 같다. 다만 살인의 의도가 없었다는 건 믿는다. 재판에서도 언론에도 그 부분을 강조했다. 장 씨가 정인이의 심각한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정말 죽을 거라는 걸 알았는데, 서서히 죽으라고 놔두고 첫째를 등원시키면서 40분 동안 집을 비웠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혹시 보석 신청을 할 건가.
“안 한다. 파렴치한 짓이다. 사실 수임할 당시 말이 나오긴 했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딱 잘랐다. 보석 신청을 해서 나온다고 한들 안전하지도 않다.”
―양부 안 아무개 씨는 어떤가.
“실제로 얘길 해보면 양부에겐 믿음이 간다. 양부는 정말 정인이 상태를 몰랐던 것 같다. 양부는 아내에게 ‘왜 애한테 이렇게 해’라고 지적하는 사람이라기보단 ‘그래 애가 잘못했네’라며 아내의 기분에 맞춰주는 사람이다. 아내의 기분이 풀리면 애한테 더 잘할 거라고 믿었던 사람이다. 사실 사건이 벌어진 이후 정황을 놓고 봤을 때 변증법적으로 양부가 몰랐을 리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정말 몰랐을 수도 있다. 간접 증거만으론 알 수 없는 것도 있다.”
―양부는 실제로 죄책감을 느끼나.
“아주 힘들어한다. 아이를 죽인 아빠로서 벌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이다. 일하던 방송사에서 해고당했는데, 사실 부당해고 소지가 있다. 부당해고 소지가 있어 보이니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더니, ‘이제껏 자기를 도와주고 피해 본 인사팀에 또 폐를 끼칠 수 없다’며 그냥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다만, 법리를 다투는 이유는 첫째 아이 때문이다. 자신은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누군가는 첫째를 키워야 한다. 양부가 없으면 첫째를 키울 사람이 없다. 지금 양부는 생계도 막막하다. 회사에선 해고됐고 얼굴이 알려져 장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첫 공판이 끝나고 양부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지 말라고 말했다. 앞으로 첫째 아이는 죄가 없는데 손가락질당할 수도 있고 자신의 엄마가 한 행위를 보게 될 거다. 양모 장 씨가 하지 않은 행위까지 한 것으로 재판 결과에 남겨둘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첫째 아이는 상태는 어떤가.
“그걸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사실 지금 양부 안 씨와 지방에 내려가 있다. 근데 거기까지 사람들이 쫓아와서 집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갈 때 아이에게 아빠 욕을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첫째 아이는 죄가 없는데 안타깝다.”
―양부 안 씨가 정인이를 보러 가기도 하나.
“일주일에 두 번씩 가는 걸로 안다. 하지만 잠깐 있다가 오거나 보지 못하고 온다. 사람들이 아직 추모하러 오니까 사람들이 없을 때 잠깐 보고 오거나 하는 걸로 안다.”
―첫 공판 때 정인이 양부 안 씨가 고급 외제차를 탔다. 그래서인지 수임료 3억 원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는데.
“일단 양부 안 씨가 탄 차는 내 지인의 차였다. 다음부턴 렌터카를 빌리려고 한다. 3억 원 받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일반 사건 수준으로 받았다. 접견도 많고 공판도 길어서 일반 사건과 비교하면 사실 손해다.”
―돈이면 다 사건을 맡느냐는 비난도 있다. 맡지 않은 사건도 있나.
“다 받는 건 아니다. 가려 받기도 한다. N번방 사건으로 수임의뢰를 받은 적 있다. 정인이 사건으로 내가 받았다고 말씀하시는 금액 이상을 제시받았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잘못을 비호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진 않다. 가령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하고 싶지 않다.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사람이 죽고 병든 건 어린아이에게 물어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다만 인과관계를 설명하지 못할 뿐이다. 그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점을 파고들어서 무혐의를 받는 그런 변호사는 되고 싶지 않다.”
1월 13일 정인이 양부모의 첫 공판이 있던 날, 재판이 끝난 뒤 정인이 양모가 탄 후송차가 나오자 사람들이 눈뭉치를 던지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정인이 양부모에게 국선 변호사를 선임하게 두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있다.
“논리적으로 간단하다. 일단 국선 변호사라고 수임한 사건을 대충하지 않는다. 능력이 부족하지도 않다. 똑같다. 다만 정인이 양부모에게 낮은 변호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의미라면, 모든 형사 사건의 피고인을 변호하면 안 된다. 아동학대도 굉장히 심각한 범죄이지만 그것과 같은 혹은 그 이상의 잔혹한 범죄도 많다. 변호사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당사자의 법적 지식의 수준에 따라 형이 정해지는 건 맞지 않다.”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넣어 숨지게 한 ‘천안 의붓아들 학대 사망 사건’ 변호도 맡았는데.
“맞다. 근데 내 담당 사건은 아니고 다른 변호사 사건이다. 이름을 함께 올려둔 거다.”
―본인의 신상도 공개돼서 비난을 받고 있는데.
“옳지는 않지만 이해한다. 화가 나니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피해를 받고 있는 건 없다. 우리 사무실 직원들이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아서 직원들께 미안하다. 국민들께서 이렇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사람도 자기 일을 하고 있다고.”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