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잠재 경쟁자 줄어들어 ‘속웃음’…제3지대론 흘리며 복당 막는 김종인 견제
1월 12일 서울 마포구 한 식당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한 나경원 전 의원(오른쪽)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 사진=국회사진취재단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안·오·나 3인 경선에 지지 의사를 밝힌 상태다. 홍준표 의원은 1월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야권 중심인 국민의힘에서 오세훈 나경원 후보가 나오고, 또 다른 야권 한 축인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후보가 나와 빅3의 서울시장 출마가 완성됐다”며 “부디 아름다운 경쟁을 해 한 사람의 야권 단일후보로 정권교체의 첫 걸음을 딛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종인 위원장에 대해서도 “이제는 사감을 접을 때”라며 “야권의 큰 어른으로서 빅3를 포용해 서울시장 탈환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종인 위원장과 안철수 대표가 대립각을 세우자 1월 26일에는 “서울시장 야권 경쟁 상황을 콩쥐팥쥐에 비유한 것을 봤다. 제1야당 지도부에 핍박 받는 안철수 후보를 콩쥐에 비유하고, 제1야당 후보들을 계모의 비호 아래에 있는 팥쥐에 비유한 것”이라며 “같은 야권후보를 지나치게 핍박하는 모습은 보기 사납다. 서울시민들을 위한 정책 경쟁을 하라”고 지적했다.
세 후보는 공식 출마선언 전 홍준표 의원을 찾아가 만나,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의원 측에 따르면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각 후보들에게 “새로운 인물보다는 대선후보급 주자들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야 야당의 바람이 불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출마를 강력히 권유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오세훈·나경원 3인이 모두 서울시장 후보 경쟁에 뛰어든 것의 최대 수혜자가 홍준표 의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일화 협상이나 보궐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홍준표 의원은 웃게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 입장에서는 우선 차기 대선 레이스에 경쟁자가 줄어든다. 홍준표 의원은 일찌감치 차기 대선 재도전을 선언했다. 안철수 대표,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시장 역시 야권의 차기 잠룡군으로 구분돼왔다. 하지만 서울시장 후보 출마로 차기 대선과의 거리감은 멀어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어느 후보든 야권 단일후보로 선택돼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 서울시장으로서 당연히 차기 대선에 나올 수 없다. 경선에서 떨어진 나머지 두 후보는 대선 경쟁력에 의구심이 제기돼 대선 도전이 힘들다”며 “3인이 모두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홍준표 의원으로서는 대선 국면에서 맞붙을 경쟁자가 줄어든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1월 27일 국회에서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신년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홍 의원이 ‘빅3’에 힘을 보태주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반김종인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해 4월 총선 직후부터 국민의힘 복당을 희망했다. 당내에서도 대선이 1년여 남은 상황에서 야권이 모든 힘을 결집하려면 홍준표 의원 등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홍 의원 복당에 부정적이다. 중도확장·개혁보수 기치를 내걸고 당 쇄신을 이끌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은 ‘우파보수’ ‘막말정치’ 등 과거 전신 정당의 이미지가 강한 이들의 복당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 홍준표 의원 역시 김종인 비대위 체제 하에서 자존심을 꺾으면서까지 복당하겠다는 뜻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과 안철수 대표의 대립 국면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야권 단일 후보가 되면 김 위원장의 당내 입지가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의 말이다.
“김종인 위원장과 안철수 대표가 원만한 관계 속에서 아름다운 단일화 과정을 겪으면 모르지만, 두 사람이 갈등 국면 속에서 단일화가 진행돼 결국 안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로 선택되면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빼앗겼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럼 김종인 위원장이 향후 당내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한 공백기를 홍 의원이 이용할 수 있다.”
야권이 단일후보를 내고도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패할 경우 ‘안·오·나’는 정치적 재기가 당분간 힘들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유임설이 나도는 김종인 위원장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당 밖에 있는 홍준표 의원으로선 복당 시계가 빨라져 국민의힘에서 대선 등판의 길이 열릴 수 있다.
홍준표 의원이 ‘제3지대 대선 출마론’ 등 정계개편을 언급한 것도 김종인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홍 의원은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를 통해 “재보선이 끝날 때까지 탈당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제3지대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을 잘 아는 관계자는 “홍준표 의원이 말하는 제3지대는 빅텐트론에 가깝다. 국민의힘과 경쟁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세력을 확장하면 국민의힘 등 야권이 모두 모이라는 의미”라며 “홍 의원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의힘 복당”이라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