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치료 등 정신건강 케어와 리스크매니지먼트 강화 등 엔터사도 노력 중
아이언은 몇 차례 물의를 빚었으며 최근에도 특수 상해 혐의로 피소된 바 있었고 송유정은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일부 유튜버들이 소속사 관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부분이 자극적인 보도를 부추길 법도 했지만 언론 보도는 사망 소식만 전달하는 수준을 유지했고 대중의 관심도 그 정도에 머물고 있는 분위기다. 더 이상 유명 연예인의 사망이 자극적으로 다뤄지지 않아야 한다는 언론계의 자성이 이번에는 어느 정도 잘 지켜졌다.
배우 송유정(26)과 힙합가수 아이언(29·본명 정헌철)이 세상을 떠났다. 1월 23일과 25일, 이틀 차이를 두고 비보가 들려오면서 연예계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아이언(본명 정헌철) 빈소 영정.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연예계 분위기도 침울하다. 연예계에는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불안증 등으로 힘겨워하는 연예인이 많다. 특히 겨울철이 이런 질환에 더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연예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보도 1, 2월에 가장 많은 편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해 더더욱 우울한 올겨울에도 어김없이 비보가 들려오고 말았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 임원의 말이다.
“연예인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면 업계 전체가 우울해진다. 특히 함께 호흡을 맞춰 일하던 소속사 관계자들이 정말 힘들다. 옆에서 잘 챙겨주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힘겨운 데도 마지막 가는 길을 잘 챙겨주기 위해 장례절차에 매진한다. 게다가 기자들이 몰려오면 언론 대응에도 신경 써야 한다. 망자를 위해 가급적 좋은 기사만 나오게 하기 위애, 또 자칫 이상한 루머나 의혹이 마지막 가는 길을 망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다. 고 송유정의 소속사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고 들었다.”
한 명의 연예인이 활동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연예관계자들이 함께한다. 늘 곁에서 지내던 담당 매니저나 해당 연예인을 직접 발굴해 키워 낸 소속사 임원이나 대표 등은 물론이고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 담당자 등이 모두 큰 충격을 받는다. 이런 까닭에 갑작스런 연예인의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아 아예 연예계를 떠난 관계자들도 많다. 심지어 가깝게 지내던 연예관계자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봐 주위에서 몇 달 동안 신경을 써줘야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연예관계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연예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함께 호흡을 맞춰 일하던 소속사 관계자들이 매우 힘들어 한다. 잘 챙겨주지 못해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힘겨운 데도 마지막 가는 길을 잘 챙겨주기 위해 장례절차에 매진해야 한다. 기자들이 몰려오면 언론 대응에도 신경 써야 한다. 과거 한 연예인 장례식장에 몰려 든 취재진 모습. 사진=우태윤 기자
“언젠가부터 연예인의 극단적인 선택이 급증하고 베르테르 효과를 유발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을 대상으로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있다. 예전에는 소문이 날 까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만나는 일 자체를 꺼렸는데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정말 다행이다. 우울증 같은 질환이 없을지라도 평소 정신의학과 의사를 주기적으로 만나 상담을 받도록 해주는 소속사들도 많다. 그런 부분을 부담스러워 하는 연예인은 심리상담 등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상담을 한두 번 받다 보면 만족해한다. 물론 이런 노력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100%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정말 많이 노력한다. ‘우리도 이만큼 한다’는 걸 대중이나 언론에 보이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정작 가장 힘든 게 바로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비보가 들려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속 연예인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소속사가 강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예관계자들도 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회사가 나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소속사의 리스크매니지먼트가 강조되고 있다. 연예계에서 리스크매니지먼트 전문가로 알려진 한 대형 연예기획사 임원의 말이다.
“혼자 우울증 등을 끙끙 앓다가 그런 선택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요즘에는 연예인들이 우울증을 솔직히 드러내는 분위기이고 소속사도 그런 부분은 케어를 잘 해준다. 문제는 뭔가 말 못할 고민이 있거나 빠져나올 수 없는 위기에 내몰렸다고 생각을 하다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다. 이를 위해 소속사에서 자주 대화하며 소속 연예인의 고민을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또 어떤 문제에 휘말려 있다면 강력하게 대응해 해결해줘야 한다. 이런 까닭에 예전과 달리 요즘 연예인과 소속사는 고소고발도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새 그나마 연예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조금은 줄어든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예전엔 괜히 그런 기사가 나오는 걸 꺼려 고소고발은커녕 무조건 쉬쉬하는 게 최상책이라고 여겼다. 그런 분위기가 연예인들을 더 힘들게 했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더 이상 쉬쉬하며 조용히 지나가려고 당사자인 연예인만 속으로 끙끙 앓으며 속이 썩어 들어가게 만들지 않는다. 절대로.”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조재진 프리랜서